공공택지, 매각 후 급등…건설사만 배불려
‘장기 공공임대주택’ 직접 사업 않고 민간에 땅 넘겨 사실상 ‘손실’
건설사 10년 후 분양으로 ‘로또’ 수익 낼 때 서민들 선택은 좁아져
부채 탕감 목적 사옥 부지 추가 매각 추진…설립 취지 훼손 ‘비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10년간 매각한 아파트 부지 가격이 매각 때보다 평균 6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땅을 서둘러 파는 바람에 땅을 산 건설업체는 ‘로또’ 수익을 거두고, 무주택 서민들은 갈 곳을 더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LH가 2013년 1월부터 2023년 8월까지 매각한 공공택지 실태를 자체 분석해 발표했다. 분석 결과, LH가 매각한 공공주택지는 여의도 면적의 14배에 달하는 40㎢ 규모로 매각 금액은 78조원으로 집계됐다. 택지별 평당 매각 가격은 2013년 504만원에서 2021년 1061만원으로 상승한 뒤 1000만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매각 택지 중 임대주택 부지는 3.4㎢로 매각 금액이 4조원에 달했다. 임대주택 용지를 사들인 민간업자 대부분은 10년 임대 후 분양 전환되는 아파트를 공급했다. 이를 두고 경실련은 “임대주택 용지를 매각한 것은 최대 거주기간 30년의 국민임대나 20년의 장기 전세 등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민간 사업자들은 LH 공공택지를 매입한 뒤 큰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택지 중 아파트 부지(주상복합주택, 도시생활형주택, 연립주택 등 제외)의 매각금액은 61조원이었는데, 이들 부지의 이달 기준 땅값은 매각 당시보다 62%(38조원) 오른 99조원에 달한다. 하남미사(178%), 위례(135%), 행정중심복합도시(127%), 김포한강(89%), 화성동탄2(85%) 등의 순으로 평당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반면 땅값이 매각 때보다 하락한 23개 지구는 대부분 부동산 활황기였던 2021년 말 건설사들이 고점 매입한 물량으로 나타났다. LH가 땅을 팔지 않고 임대주택을 지어 토지 소유권만 계속 갖고 있었더라도 시세차익분의 공공자산 규모가 더 늘어났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LH는 오리사옥, 광명시흥사업본부, 하남사업본부 사옥 용지도 연내 매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명분은 부채 탕감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취임 이후 현재 219%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2026년까지 200%로 낮추겠다며 서울과 인천 영종도, 제주 등의 LH 자산을 팔겠다는 구상을 밝힌바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인 LH가 부채 해소에 집중하는 것은 설립 목적인 ‘국민 주거 안정의 실현’을 뒷전에 둔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경실련은 “LH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토지수용권, 독점개발권, 용도 변경권 등 막강한 특권을 부여받았지만 이 같은 특권을 활용해 확보한 택지를 민간에 매각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이는 국민 재산권을 침해하며 확보한 택지를 핵심 수입원으로 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LH는 경실련 발표에 대해 “공공택지 매각에서 발생한 수익은 임대 운영 손실 보전 및 신규 공공주택 투자재원으로 활용하는 등 주거복지 정책 및 지역균형발전 사업을 위해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LH는 임대주택 1호를 건설할 때 부채 1억8000만원이 늘고, 운영 단계에서는 연 187만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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