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프로야구 선수, ‘후배 폭행·속옷 벗기기’는 빙산의 일각?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2023. 11. 27.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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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쿠텐 골든이글스의 투수 안라쿠 도모히로(27)가 후배 선수들을 괴롭힌 혐의가 불거져 '야구의 나라' 일본이 발칵 뒤집혔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라쿠텐 선수 여러 명이 연봉 협상 자리에서 구단 고위 관계자들에게 안라쿠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11월 30일까지 일본야구기구에 제출하는 보류 명단에 안라쿠의 이름을 넣지 않으면, 안라쿠는 자유계약선수로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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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안라쿠 도모히로 인스타그램 캡처.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투수 안라쿠 도모히로(27)가 후배 선수들을 괴롭힌 혐의가 불거져 ‘야구의 나라’ 일본이 발칵 뒤집혔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라쿠텐 선수 여러 명이 연봉 협상 자리에서 구단 고위 관계자들에게 안라쿠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지금껏 드러난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몇몇 후배 폭행, 라커룸에서 후배에게 물구나무서기 강요 및 속옷 벗겨 하체 노출등의 가혹행위, 식사 초대 거절한 후배에게 밤늦게까지 끈질기게 전화해 괴롭히기.

구단은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당사자와 주변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또한 선수 및 코치진 100명을 대상 30일 제출기한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25일 예정됐던 안라쿠와의 내년도 연봉협상을 무기한 연기하고 자택대기 조치했다. 또한 27일 예정된 선수단 납회(시즌 마지막 모임)와 29일 예정된 투수진 송년모임도 취소했다.

석간 후지는 27일 라쿠텐의 연고지 미야기 현 센다이 시에서 전날 안라쿠의 팀 동료 선수들을 만나 파악한 내용을 전했다. 한 선수는 현재 드러난 세 가지 피해 내용은 모두 사실이며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폭로한 선수가 1~2명이면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는데 여러 명이 동참하면서 구단이 움직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안라쿠는 2021년부터 중간계투로 자리 잡아 매년 50경기 이상 출전하면서 연봉이 올라갔다. 1군에 정착한 그는 태도가 눈에 띄게 바뀌어 나이에 비해 연봉이 적거나 프로 경력이 짧은 동료들에게 “쟤 뭐야”라는 식으로 깔보는 듯한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이번엔 다른 선수가 겪은 얘기를 전했다. 안라쿠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 돼 회식이 허용되자 주로 자기 마음에 드는 후배들만 골라 데려갔다. 비용을 댄 그는 회식을 ‘자기자랑’하는 자리로 삼는 느낌이 강했다. 한 번 겪은 후배들은 가기 싫어했다. 어쩔수 없이 가야한다면 안라쿠 연배의 다른 선배가 함께 하길 바랐다. 하지만 안라쿠는 동년배를 철저히 배제했다. 그러면서 참석을 거절하는 후배에겐 밤중까지 왜 안 오냐며 귀찮게 했다. 한 후배에겐 한 달 치 일정을 제출하라고 한 적도 있다. 그는 ‘안라쿠 사단’을 만들고 싶어했지만 아무도 거기에 들어가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에 대한 악평이 돌아 선배가 주의를 주면 시치미를 뚝 떼며 외려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 선배가 “오해해서 미안하다”며 끝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안라쿠는 2014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번으로 라쿠텐에 입단했다. 입단 초기에는 ‘미래의 선발 자원’으로 주목받았지만, 거듭된 부상으로 기대대로 성장하지 못 했다. 2020년부터 중간계투 요원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일본프로야구 1군 개인 통산 성적은 231경기(선발 28경기) 18승 21패 3세이브 50홀드 평균자책점 3.59다.

올해에는 57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04를 올렸다. 승부처에서 감독이 믿고 내보내는 투수 중 하나다.

현지에선 구단이 그와의 계약을 포기하고 FA로 내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1월 30일까지 일본야구기구에 제출하는 보류 명단에 안라쿠의 이름을 넣지 않으면, 안라쿠는 자유계약선수로 풀린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라쿠텐 초대 감독을 지낸 야구 해설가 다오 야스시 씨는 2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같은 프로야구 선수는 나이 차이가 있더라도 이미 동등한 위치”라며 “상대가 싫어하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프로 야구 선수라는 직업은 주변에서 칭송을 받는 경우가 많아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착각하기 쉬운 직업”이라고 지적한 뒤 “야구 선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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