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식민지배 고려하면 탄소 누적 배출량 2배”

과거 식민지를 수탈한 강대국들에 기후위기 책임을 더 크게 물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은 과거 지배했던 식민지까지 고려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기후단체 카본브리프가 26일(현지시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850년 이후 현재까지 영국의 국내 누적 탄소배출량은 76기가이산화탄소톤(GtCO2)으로, 전 세계 총 배출량의 3%를 차지했다. 하지만 한때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국가들의 배출량까지 합하면 130GtCO2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이 같은 수치는 대영제국의 일부였던 46개국의 배출량을 고려한 것으로, 이들 지역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는 식민지 수탈 과정에서 발생한 천연자원 채굴과 벌목 등으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오는 30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개막하는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앞두고 나온 것으로, 연구팀은 식민지 역사를 고려했을 때 영국이 물어야 할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이 두 배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배한 네덜란드는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이 3배 가까이 늘어나며 전 세계 배출량 순위가 35위에서 12위로 상승했다.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를 식민지로 삼았던 프랑스의 경우 1.5배, 수많은 해외 식민지를 거느렸던 포르투갈은 3배 이상으로 누적 배출량이 늘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식민지 국가들이 입은 손실과 피해를 포함한 ‘역사적 배출량’을 고려해 식민지배 국가들에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세계인들이 겪고 있는 기후위기는 주로 부유한 국가들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이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탄소 배출량이 매우 적은 가난한 국가들이 입고 있다는 것이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