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환 3관왕 차지할 수 있었는데 미안…” KBO 36세 레전드 3루수의 품격, 0.548은 좀 아니야[MD소공동]
[마이데일리 = 소공동 김진성 기자] “노시환이 3관왕을 차지할 수 있었는데…”
에릭 페디(30)가 2023시즌 KBO리그 MVP에 선정됐지만, 노시환(23, 한화 이글스)도 그에 못지 않게 훌륭한 시즌을 보냈다. 노시환은 31홈런과 101타점으로 2관왕에 올랐다. 올 시즌 131경기서 타율 0.298 85득점 장타율 0.541 출루율 0.388.
그런데 장타율 0.548로 1위를 차지한 최정(36, SSG 랜더스)가 희한한(?) 얘기를 꺼냈다. 최정은 2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시즌 시상식에 불참했다. 대신 전광판을 통해 장타율상 소감을 밝혔다.
최정은 “개인 사정 때문에 불참해 죄송하다. 노시환이 3관왕을 할 수 있었는데 막판 부상을 당해 지킬 수 있었다. 노시환에게 미안하다. 내년에는 더 떳떳한 성적으로 시상식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사실 노시환과 최정의 경쟁은 이색적이었다. 노시환은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느라 9월22일 이후 한동안 결장하다 10월9일 NC전부터 16일 롯데전까지 시즌 막판 5경기에 나갔다. 그런데 이때 최정은 제대로 경기에 못 나갔다. 최정은 10월 들어 6일 한화전, 7~8일 NC전, 10일 KIA전에만 나갔다.
결국 최정의 얘기는 시즌 막판 자신이 잔부상으로 결장하느라 운 좋게 장타율상을 받았다는 얘기다. 자신이 경기에 정상적으로 나갔다면 올해 성적이 워낙 좋던 노시환이 장타율까지 1위에 오르며 3관왕을 차지했다는 뜻이다. 물론 최정의 시즌 막판 페이스가 워낙 좋았던 걸 감안하면 최정의 겸손한 소감이다.
최정으로선 나름 재치 있는 수상 소감으로 후배를 치켜세운 것이다. 평소 최정은 그렇게 수려한 인터뷰를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이번 수상소감은 상당히 눈에 띄었다. 덕분에 시상식 분위기도 부드러워졌다.
물론 노시환도 최정의 진심을 안다. 홈런과 타점상을 수상한 뒤 “(최정 선배가)너무 무섭게 몰아쳐 긴장했다. 그래도 아시안게임에 집중하느라 신경 쓸 여력은 없었다. 최정 선배가 건재했기 때문에 내가 좋은 상들을 받을 수 있었다. 최정 선배님에게 감사하다”라고 했다.
최정은 이미 KBO리그 레전드 3루수다. 노시환은 최정의 대를 이어 레전드 3루수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시즌을 보냈다. KBO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긴 두 3루수의 훈훈한 덕담이었다. 선배가 후배를 이렇게 치켜세우면, 자연스럽게 본인의 품격도 높아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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