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부터 정하고 쓸 곳은 나중에?…절차 뒤바뀐 ‘글로벌 R&D’
해외 파트너 미정 등 용처 불명확
과학계 “뚜렷한 청사진 없이 성급”
정부가 마련한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가운데 국제협력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예산은 올해의 3배가 넘는 1조8000억원으로 잡혔지만, 정작 어느 나라와 무슨 연구를 할지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일단 예산부터 받고 협력 파트너가 될 해외 연구단은 나중에야 찾는, ‘선후가 바뀐 예산 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R&D 혁신방안 및 글로벌 R&D 추진 전략 주요 내용’으로 언론 대상 브리핑을 열었다. 이날 이 장관은 “정부 전체 R&D에서 국제협력 R&D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1.6%에서 향후 6~7%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협력 R&D 투자 규모를 향후 3년간 총 ‘5조4000억원+α’ 이상으로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내년 국제협력 R&D 예산을 올해(5000억원)보다 3배 이상 늘린 1조8000억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내년 정부 전체 R&D 예산이 올해보다 16.6%(5조2000억원)나 줄어든 상황에서 이례적인 대폭 증액이다.
이처럼 국제협력 R&D 예산이 내년에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관심과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과학계는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반면 국제 연구 협력은 강조하라고 지시했다.
정부 “내년 세계 유수 연구기관과 협력”…사실상 ‘희망사항’
지난 4월 미국 방문에서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경제 분야에서 ‘전략적 동맹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하면서 기술 혁신을 위한 상호 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한·미는 양자과학기술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하면서 한국이 향후 ‘양자과학기술 선도국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내년에 양자와 자율주행, 첨단 항공, 차세대 통신 등에서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세계 유수 연구기관과 협력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한국 정부의 ‘희망 사항’에 가깝다.
이어확 ‘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연구 현장과 상황 공유가 안 된 상태에서 만들어진 국제 협력 예산은 일의 선후가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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