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 복구 나선 북, 군은 “상응 조치”…최전방 긴장 고조
파괴·철수했던 11곳 복구 가능성
군 “우리 측 GP도 복구 검토 중”
9·19 남북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한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를 복구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은 상응하는 대응 조치를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남북 간 군사대치가 9·19 합의 이전으로 돌아가고, 비무장지대에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군이 기존에 파괴했던 GP 상단에 목재로 된 감시소(경계초소)를 만드는 모습이 지난 24일부터 포착됐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23일 국방성 성명을 통해 9·19 합의 파기를 선언한 다음날 전격 복구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정부가 지난 22일 9·19 군사합의 중 1조 3항을 효력 정지하고 공중 감시·정찰 활동을 복원하겠다고 선언하자 북한은 9·19 합의로 제한됐던 지상·해상·공중의 모든 군사적 조치를 즉시 회복하겠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군은 지상에서 카메라와 열상 장비로 촬영한 사진 4장을 공개했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GP 터 위에 목재로 제작한 흰색 감시소를 구축한 모습, 감시소를 얼룩무늬로 색칠한 모습, GP 주변에 진지를 구축하고 무반동총으로 추정되는 중화기를 배치하는 장면, 북한군이 야간 경계근무를 서는 장면 등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9·19 합의로 파괴하거나 철수한 총 11개의 GP 모두에서 유사 동향이 식별됐다며 “GP 감시소나 주변 경계 진지는 (11곳에) 다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P를 어느 정도로 복구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군은 북한이 9·19 합의 이전 수준으로 GP를 원상 복구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감시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해안포를 개방한 사례도 크게 늘었다. 기존에는 평균 1개소에 2문 정도였는데 이보다 수배로 늘었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미연합사 간 신원식 장관 “전투준비태세 유지”
북한이 9·19 합의 전면 파기 선언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면서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9·19 합의를 철회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다 (복구)할 것이라고 보고 있고 GP도 그 일환”이라며 나머지 조치들도 “점차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은 일단 비례적 원칙에 입각해 GP 복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희도 (북한 행동에) 상응하는 조치는 이뤄질 것이다. 안 하는 게 바보 같은 것이니까”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우리 측 GP를 철수한 곳에서는 수색과 매복 작전을 진행하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 상황을 보고 있다”며 “향후 GP를 어떻게 할지는 검토 중”이라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김 합참의장으로부터 관련 사안을 보고받고 “북한 동향을 빈틈없이 감시하면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밝혔다.
신 장관은 이날 한미연합군사령부를 방문해 북한이 접적지역 일대에서 군사적 복원 조치를 감행 중인 사실에 대해 엄중히 경고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그는 실전적인 훈련과 연습을 통해 강력한 ‘Fight Tonight’(당장 전투에 임할 수 있다)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국방부는 입장문을 내고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행위를 예의 주시하면서 강화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기반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북한의 복원 조치에 대한 대응 조치를 즉각적으로 이행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북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로 한반도 긴장 수위가 고조되는 국면에서 남북 군사적 대치 상황까지 9·19 합의 이전으로 돌아가게 됐다. 남북 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당국의 정책적 대응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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