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주노동자 수·문호 확장, 반인권적 제도·인식도 바꿔야
정부가 내년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외국인력을 역대 최대 규모로 늘리고 고용허가 업종도 식당·임업·광업 등으로 확대키로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일자리를 먼저 이주노동자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노사정 합의 없이 발표된 이번 결정은 그간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여건·인권 개선 방안 없이 나왔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
정부는 27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내년 비전문 취업비자(E-9) 이주노동자를 올해 12만명보다 37.5% 늘려 16만5000명 도입한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9만5000명, 농축산업 1만6000명, 서비스업 1만3000명 등이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등 구조적 요인이 여전한 상황에서 빈 일자리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력 요구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식점업이 고용업종에 새로 추가돼 동남아 이주노동자들이 내년부터 한식점에서 주방보조로 일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주노동자 수가 3년 새 3배 이상 증가세인데도 처우·제도 개선은 매우 더디다는 점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떼인 임금체불액이 지난 5년간 연평균 1000억원이 넘지만, 대책은 감감무소식이다. 2020년 비닐하우스에서 숨진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사건에서 열악한 숙소·식사 문제가 제기된 후에도 무엇 하나 달라진 게 없다. 이들의 정착과 일상을 돕는 전국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내년 예산이 싹둑 깎여 제 기능이 어려워졌다. 오로지 강화된 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통제뿐이다. 지난 7월부터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때 지역이동을 제한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인 음식점으로까지 이주노동자 도입을 확대한다면 기본권 침해 사례가 빈발할 게 뻔하다.
정부는 해외 노동인력이 “내국인이 기피하는 빈 일자리 해소”에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내 일자리의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이주노동자를 돌려막기 수단으로 삼겠다는 식이다. 한국은 내년 외국인 비율이 5%를 돌파하며 다인종국가로 진입하게 된다. 외국인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포용하는 제도와 인식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반인권적 차별과 갈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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