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선정 D-1' 사우디, 무려 10조 뿌렸다…"평판 세탁 기회"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가 오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결정된다. 후보지는 한국 부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세 곳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막강한 오일머니의 힘으로 물량 공세를 펼치며 엑스포 유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27일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엑스포 개최를 자국의 대외 이미지 쇄신을 위한 대대적 개혁의 핵심으로 여기며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엑스포는 여전히 국가를 홍보하는 동시에 돈과 일자리를 얻고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기회"라며 "무함마드 왕세자는 '억압적인 석유 수출국'이라는 평판을 세탁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엑스포 개최는 사우디의 중장기 경제·사회 발전 계획인 '비전2030'의 핵심 중 하나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비전 2030을 통해 현재 석유에 철저히 의존하고 있는 사우디 경제의 체질 개선을 2030년까지 이루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 계획의 일환으로 사우디는 '변화의 시대: 미래를 내다보는 내일을 위해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엑스포 유치전에 78억달러(약 10조1673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하이파 알제데아 유럽연합(EU) 주재 사우디 대사는 폴리티코에 "오늘의 사우디는 5년 전의 사우디가 아니며 2030년의 사우디도 오늘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와 한국, 이탈리아는 수개월 동안 파리에서 BIE 대표단을 매료시키기 위해 '호화로운' 경쟁을 벌였는데, 사우디가 여기서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지난 6일 파리 외곽의 옛 비행선 격납고에서 열린 대규모 연회가 그 예다. 여기에는 코트디부아르 출신 프리미어리그 레전드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도 참석했다. 빛과 소리를 사용한 송에뤼미에르 수중 공연도 펼쳐졌고, 만찬에는 블루 로브스터와 오세트라 캐비어 등 고급 식자재로 만든 음식이 나왔다.
사우디 장관들은 이 연회에서 타국 대표단에 투자 기회도 제공했다. 그러면서 "귀국이 BIE에서 우리나라에 투표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물었다고 유럽의 한 BIE 대표는 전했다.
사우디는 또 최근 아프리카, 카리브해, 아랍 국가 지도자를 리야드로 초대해 잇달아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국가별로 1억~3억달러의 차관을 약속하는 등 경제협력을 강화하며 지지를 끌어냈다. 사우디 전문가인 한 외교관은 "이러한 유형의 '거래 외교'는 유치 경쟁에서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많은 국가가 투표로 돈을 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BIE 대표도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말했다.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한 사우디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로베르토 구알티에르 로마 시장은 폴리티코에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면, 모든 국제 행사는 화석연료를 팔아 많은 수익을 내는 아주 작은 지역에서 개최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어 "이는 (사우디의) 지속가능성을 기념할 비전 2030에 걸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엑스포 개최지는 28일 BIE 총회에서 182개국의 비밀투표로 결정된다. 첫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 도시가 결선 투표를 치른다. 1·2차 투표와 개표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현지시간으로 저녁, 한국시간으로 29일 오전 1~2시쯤 개최지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경쟁국에 비해 다소 늦은 지난해 7월 본격적인 엑스포 유치전을 시작한 부산은 2차 투표에 돌입한 뒤 탈락한 이탈리아 로마 표를 흡수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폴리티코는 한국의 유치 활동에 대해 "싸이와 방탄소년단(BTS) 등 K팝 연예인을 내세우고, 삼성·LG 등 대기업 최고 경영진의 호위를 받으며 막판 총력전을 벌였다"고 전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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