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임시 휴전 연장 '청신호', 장기 휴전은 '글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사이 임시 휴전 종료 만 하루를 앞두고 하마스 쪽이 처음으로 연장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이스라엘도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연장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장기 휴전에 대한 기대는 시기상조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각)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약정된 인도주의적 휴전 협상에 따라 감금에서 석방된 사람들의 수를 늘리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통해 4일의 기간이 끝난 뒤에도 휴전을 연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언급한 "석방된 사람들"이 가자자구에 감금된 인질을 뜻하는 것인지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뜻하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하마스 쪽에서 휴전 연장 의지를 공개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스라엘 총리실은 22일 휴전 협상 타결을 발표하며 인질 10명을 추가로 석방할 때마다 휴전 기간이 하루 늘어날 것이라며 휴전 연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국 BBC 방송은 휴전 협상에 정통한 한 팔레스타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하마스가 협상 중재자들에게 휴전 기간을 2~4일 연장할 용의가 있고 이 경우 이스라엘인 인질 20~40명을 추가로 석방할 수 있음을 통지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성명 수 시간 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소셜미디어(SNS)에 게재한 영상 성명을 통해 인질을 추가로 10명 석방할 때마다 휴전 기간이 하루 더 연장된다는 협상의 짜임을 언급하며 "이는 환영 받을 일"이라고 밝혀 휴전 연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양쪽이 휴전 연장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보낸 가운데 실제 연장 여부는 하마스가 가자지구 내 다른 무장 단체가 억류하고 있는 어린이와 여성 인질을 찾아내는 데 달린 것으로 보인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총리는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쪽이 인질로 끌려 간 90명 이상의 여성과 어린이 명단을 카타르에 제공했지만 협상 당시 하마스가 확보할 수 있는 인질이 이 중 50명 뿐이었기 때문에 이번 협상이 인질 50명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150명 교환 조건으로 성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타니 총리는 나머지 40명 이상의 납치된 여성과 어린이는 하마스에 의해 억류된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하마스가 휴전 기간 동안 이들을 찾아낸다면 "(휴전) 연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타니 총리는 다만 "(하마스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아직 얻지 못했다. (휴전의) 목적 중 하나는 (하마스가) 나머지 실종자들을 찾을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마스가 카타르에 자신들은 민간인을 납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며 다른 무장 단체들과 팔레스타인인 일부에게 책임을 돌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상황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인질의) 다른 범주에 대한 협상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 상황에선 휴전이 며칠 연장된다 해도 국제 사회가 촉구하는 장기 휴전 또는 분쟁 종식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26일 영상 성명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이번 휴전이 끝난 뒤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음을 밝혔다. 이스라엘 쪽은 휴전 종료 뒤 공격을 이어갈 것임을 거듭 강조해 왔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제대테러연구소 관리이자 이스라엘 정보기관 출신인 미리 에이신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휴전이 일주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테러 및 군사 능력을 해체하길 원하며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체계적이고 신중한 지상 작전 뿐"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를 포위하고 지상 작전을 벌이는 중이며 이에 따라 주민들의 남부 대피를 촉구했지만 최근 남부 일부 지역에도 대피를 요구하는 전단이 배포됐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지상 작전이 남부로 확대될 가능성이 대두된 상황이다.
다만 휴전 기간이 길어질수록 장기 휴전 혹은 적대 행위 종식에 대한 국제적 압력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투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 이미 상당수의 민간인을 포함해 1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상황에서 휴전으로 가자지구 주민들이 잠시 숨을 돌린 가운데 이스라엘이 공격을 재개하는 부담이 커진다. 인질이 석방돼 가족과 재회하는 모습이 부각되며 이스라엘 여론이 공격보다 인질을 돌려 받기 위한 협상 쪽으로 기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일 동안 인질 58명·팔레스타인 수감자 117명 석방…4살 미국 국적 인질 첫 석방도
휴전 3일째인 26일에도 세 번째 인질 및 수감자 교환이 성사돼 추가로 17명의 인질이 풀려났다. 이 중 이중 국적자를 포함한 이스라엘인 인질은 14명고 나머지 3명은 태국인이다. 이날 풀려난 이스라엘 인질엔 4살 2명, 8살 2명 등 11살 이하 어린이가 7명 포함돼 있었다. 이날까지 이스라엘인 인질 40명을 포함해 총 58명의 인질이 석방됐다. 이날 팔레스타이 수감자도 39명 석방돼 3일 간 주로 10대 소년으로 구성된 총 117명이 풀려났다.
이날 풀려난 인질 중 가장 어린 애비게일 이단(4)은 석방된 첫 미국인 인질이기도 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뉴욕타임스>를 종합하면 이스라엘과 미국 이중 국적자인 애비게일은 납치될 당시 3살이었고 이틀 전 생일을 맞아 인질 생활 중 4살이 됐다. 크파르 아자 키부츠(집단농장)에 애비게일과 9살 및 6살 자녀들과 함께 살던 이들의 부모는 지난달 7일 하마스 습격 당시 살해 당했다. 애비게일의 친척 탈 이단은 다른 두 조카가 부모가 하마스에 의해 살해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당시 아버지 품에 안겨 있던 애비게일은 피를 뒤집어 쓴 채 이웃 브로데츠 가족에게 달려 갔고 이들과 함께 숨어 있다가 오프리(10), 유발(8), 오리야(4) 및 하가르 브로데츠(40)와 함께 납치된 것으로 보인다. 무기를 찾기 위해 10분 가량 집을 비운 오프리 등의 아버지 아비하이 브로데츠가 집에 돌아왔을 때 아내, 아이들, 애비게일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고 한다. 애비게일의 두 형제자매는 옷장 속에서 14시간을 버틴 끝에 이스라엘군에 의해 구조됐다. 브로데츠 가족도 이날 애비게일과 함께 석방됐다.
<AP> 통신과 CNN을 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애비게일의 석방을 환영하며 "(협상이) 효과가 있고 더 추구할 가치가 있다는 증거는 마침내 재회한 가족들의 얼굴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미소와 감사의 눈물 속에 있다. 꼬마 애비게일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휴전 협정이 "생명을 구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이것이 임시 휴전의 "끝이 아니길 희망한다"고 휴전 연장을 바라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이 석방된 인질들의 감금 상태에 대한 정보 공개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지만 이들의 가족들을 통해 해당 정보가 조금씩 흘러 나오고 있다고 <AP>가 전했다. 메라브 라비브는 24일 풀려난 친척 케런 먼더(54)와 루스 먼더(78)가 의자에서 잠을 자고 때로 화장실에 가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리는 생활을 하며 50일 만에 체중이 7킬로그램(kg) 줄었다고 밝혔다. 24일 풀려난 아디나 모셰(72)의 조카 에얄 누리는 아디나가 몇 주 동안 "완전한 어둠" 속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햇빛에 적응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석방된 인질 대부분은 건강 상태가 양호했지만 26일 풀려난 알마 아브라함(84)은 위중한 상태로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다. BBC는 아브라함이 이송된 소로카 의료센터장 쉴로미 코디시가 아브라함이 "몇 주 간 심각한 의료적 방치"를 겪었고 "생명이 위급한 상태"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27일 석방될 인질 명단 넘겨 받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인 인질 11명이 추가로 석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당초 약정한 50명보다 한 명 많은 것이지만 <AP>에 의하면 하마스 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노력에 대한 응답으로" 이스라엘과 러시아 이중 국적자를 추가로 석방한 데 따른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는 가자지구 분쟁에 대해서는 휴전을 촉구해 왔다.
한편 이스라엘 지상 작전 개시 뒤 포위돼 사실상 구호 물품을 전달 받을 수 없었던 가자지구 북부에 이번 휴전 기간 구호품이 들어가며 "엄청난 안도감"이 감돌고 있다고 <로이터>가 26일 전했다 25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로 가는 구호품 행렬에 동행한 유엔아동기금(UNICEF)? 소속 제임스 엘더는 통신에 "주민들이 너무나 절망적 상태"라며 어른들은 굶은 것으로 보였고 아이들은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며칠 간 수분 부족에 시달렸기 때문에 "사람들이 말 그대로 물을 받자 마자 들이켰다"며 "주민들은 이 교전 중단이 계속되지 않을 것에 대한 엄청난 두려움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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