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선 앞 신당 행렬, 선거공학보다 비전 내놓아야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 행렬이 줄 잇고 있다. 저마다 거대 양당·정치 불신의 틈을 비집고 등장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부분 비전·가치보다 양당 혐오와 반사이익 정치로 첫발을 떼고 있어 역대 총선에서 명멸한 제3세력 선거판과 닮은점도 적지 않다. 선거공학보다 창당과 새 정치의 비전을 내놓고 국민적 평가를 받기 바란다.
제3지대 정치 세력화의 선두주자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다. 이 전 대표 구상은 “윤석열 대통령의 가시적인 변화가 없으면 12월 말 교섭단체 규모로 창당”하고, “창당 후 대구에 출마한다면 혼자 나오지 않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준석 신당’은 창당 시점·근거지 외에는 청사진이 불분명하고, ‘반윤석열’ 기치를 들었지만 보수신당인지, 반윤연대인지 정체성도 모호하다.
정의당 장혜영·류호정 의원, 조성주 전 정책위부의장이 주축인 ‘세번째 권력’은 27일 “제3 시민을 대변하는 당을 만들어 총선에서 30명 이상 당선자를 내겠다”고 밝혔다. 경제적 중하층 시민을 지지기반으로, “이질적 조합이 다양성 정치에 필요하다”며 다른 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특히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제안한 개혁연합신당보다 이준석 신당에 우호적 입장을 취했다. 진보정당 정치인들이 성 갈라치기와 능력주의를 표방한 이 전 대표와 손잡겠다는 구상은 ‘자기 부정’이 아닌지 묻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친이낙연계 원외 인사들은 지난 26일 “용산 전체주의, 개딸 전체주의를 거부하며 행동에 나선다”며 ‘민주주의 실천행동’ 창당에 착수했다. 반윤석열·반이재명의 반대 인물만 겨누고 정치·정책 지향점은 뚜렷하지 않아 민주당 비주류 모임의 시동 성격도 짙다. 이 밖에도 정의당·녹색당이 새로운 선거연합정당을 모색하고, 조국·금태섭·양향자 신당의 창당·이합집산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신당 세력의 창당 명분은 기득권 양당 정치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적 지지기반을 얻으려면 선거제 틈새 찾기나 권력 쟁투를 넘어 새 정치·정책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역대 총선에서도, 자유민주연합·국민의당을 제외하면 제3세력으로 서지 못했고 이들마저 거대 양당에 재흡수됐다. 정당 창당은 ‘죽음의 계곡’을 넘는 것에 비유될 정도로 어렵고 힘든 일이다. 가치와 비전으로 새 정치의 싹을 틔우는 정치세력 등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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