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입국" 다시 꺼낸 尹대통령…'케네디 문샷'까지 언급한 까닭

김인한 기자, 안채원 기자 2023. 11. 2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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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문샷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연구…양적 증가하던 R&D 예산, 세계 최고 지향하려면 예산·제도 정비 필요성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민간위원 오찬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11.27


윤석열 대통령이 1960년대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문샷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국가의 과학적 진보를 위한 제도 혁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샷은 미국이 달을 보기 위해 망원경 성능을 높이는 대신 아예 달 탐사선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계획이다. 그만큼 선진국을 따라가던 기존 R&D(연구·개발) 관성을 버리고 도전·혁신적 R&D로 나아가려면 예산 삭감을 비롯해 제도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2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민간위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과학입국을 위해 다함께 노력해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여러 업적이 있지만, 문 프로젝트를 만든 것이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최대의 업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건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지만, 어떤 정부가 들어섰을 때 국가의 과학적 진보를 위한 제도와 정책을 마련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국정에는 외교·안보도 있고 경제·사회·교육 정책도 있지만 우리 정부에 제일 중요한 것은 과학"이라면서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가 선진국인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에서 부모가 열심히 벌어 애들 키우고 가르치는 데 쓰는 것처럼 국가도 미래를 위해 과학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선 제가 아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대통령 직속 과기자문회의가 헌법기관으로 현행 R&D 시스템 문제점을 여러번 지적했음에도 기존 이익집단 반대로 제도를 개선하지 못한 점을 들었다. 과기자문회의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과학기술 중장기 정책과 R&D 예산 배분 등에 대한 심의를 담당하는 최상위 의사결정기구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지금 소위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선도자(First Mover)로 바뀐다는 것은 과학 분야에서 혁명을 이루는 것"이라며 예산 삭감뿐만 아니라 제도혁신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과학기술 대통령 돼달라"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민간위원 오찬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11.27

윤 대통령은 이날 이우일 과기자문회의 부의장을 비롯해 새롭게 구성된 제2기 과기자문회의 위원들은 R&D 혁신 방향을 논의했다. 과기계 관계자들은 국정운영 중심에 '과학'을 두고 과학기술 대통령이 돼달라고 요청했다.

이우일 부의장은 "대통령께서 R&D 혁신을 위해 쉬운 길을 버리고 어려운 정책 결정을 결심하셨다"면서 "그동안 한 번도 돌아보지 못했던 R&D 시스템을 돌아보고 선진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대통령께서 바쁘신 해외 순방 일정 중에서도 기회만 되면 글로벌 선진 연구 현장을 방문해 석학들과 대화를 꼭 나누셨다"면서 "그동안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내셨는데 이제 경제 대통령, 외교 대통령보다 '과학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올해 순방 때마다 캐나다(토론토대), 스위스(스위스연방공대), 미국(매사추세츠공과대·하버드대), 프랑스(소르본대), 사우디아라비아(왕립과학기술원) 등 주요 연구기관을 찾았다. 단순 방문에 그치지 않고 과학기술 기반 국가 간 연대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도 "앞으로 정말 과학기술 대통령으로 되실 수 있도록 저희가 열심히 돕겠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어 유럽 축구리그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이강인 선수와 동남아에 진출한 국내 감독들 사례를 들며 "전 세계 최고의 R&D 역량을 가진 분들과의 국제협력과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한 기여 중심의 국제협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尹대통령, 현행 R&D 제도 지적한 과학계 의견 청취

노벨화학상 후보로 꼽혔던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이 27일 윤석열 대통령과 간담회에서 현행 R&D(연구·개발) 시스템 문제를 지적했다. 사진은 2020년 10월 서울대 연구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노벨과학상 후보자로 꼽혔던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은 윤 대통령과 간담회에서 현행 R&D 시스템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현 단장은 "글로벌 과학기술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예비타당성조사의 경우 과제 발굴·선정·시작까지 3년 이상 걸린다"며 "결국 중요한 과제는 미국, 유럽과 시간 싸움이므로 과학기술 분야 예타 대상을 대폭 제외하고 절차도 간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현 단장은 또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모든 과제가 1월1일에 시작해 12월31일에 끝나기 때문에 부실 평가 등의 부작용이 있다"며 "글로벌 공동연구와 기초연구는 회계연도 일치 규정을 없애고 연중 상시 시작할 수 있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국 한국화학연구원장은 "현재 25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어 예산 운용과 우수 인력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세계적인 인재 유치와 창의적인 조직 개혁을 위해 출연연은 기타 공공기관에서 제외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김준범 울산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국가 R&D 재정지원 방향에 대해 "정부의 한정된 예산은 전략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돼 낭비되지 말아야 한다"면서 "매년 부처에 할당되는 예산의 일정 부분은 부처 간 칸막이 없이 국가의 과학기술 전략에 따라 배분·조정해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관련 의견을 청취하고 마무리 발언을 통해 "사고방식 자체를 바꿔야 (자문위원들이 지적한) 회계연도 문제, 부처 칸막이,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타 공공기관 지정 문제 등 여러 제도적 문제점들이 풀린다"며 "과학입국을 위해 다함께 노력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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