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T자형 인공지능에 주목하자

2023. 11. 2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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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옥기 ETRI 초지능창의연구소장

시대에 따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인재상도 변화돼 왔다. 산업혁명 이후에 업무가 세분화되면서 특정 영역의 전문가들이 핵심 인재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에는 소수 천재들이 팔방미인처럼 모든 학문의 대표자 역할을 했다. 실제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그 시대의 대표 화가지만, 인체 해부도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파동이론과 유체 역학, 비행기 원리 등을 연구한 과학자이기도 하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지동설을 주장한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 역할 뿐 아니라 철학자이기도 하며 연주가로서 음악에 대한 이론을 남기기도 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다시 이러한 기류가 회귀하여 다빈치 인재상, 르네상스 인재상을 칭송하기 시작하였다. 다방면을 아우를 수 있는 융합형 인재상이 필요하다며 많은 대학에서 이러한 다빈치형 인재를 육성하는 트랙을 만들기도 했다. 다만, 르네상스 시대와의 차이점은 모든 부분에서 높은 수준을 달성하기에는 지식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넓은 지식 범위를 가지면서 특정 분야에서 깊이를 가지는 'T자형' 인재상을 요구하고 있다. 'T자형' 인재상은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사가 최초 제안한 인재 유형이다.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specialist, 'ㅣ'), 경영 일반에서는 보편적 교양을 가진 사람(generalist, 'ㅡ')을 뜻한다. 두 글자를 합치면 'T'가 된다.

지난 17일부터 경영자와 이사회 간 불협화음으로 시끄럽기는 하지만, 챗GPT 이후 최근 1년 동안 오픈AI를 중심으로 쏟아낸 생성형 인공지능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GPT-3 발표 시 언어모델을 연구하던 연구자들이 당황했고 대항하기 어려운 학습 규모와 예산 측면에서 갈 길을 찾기 어려워했다.

필자는 이러한 난감함이 연구자들에게 해당하고 기업들에게는 성능 좋은 모델을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최근에 지면이나 현장에서 만나는 기업들은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 특히나 스타트업들의 타깃시장을 공룡이 잠식해 가고 있다고 한다.

이달 초 개최된 '오픈AI 개발자 데이'를 보더라도 개인 챗봇(Assistant)을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미지 생성, 음성인식, 음성 생성, 비전, 파인 튜닝 등 다양한 API를 공개했다. 스타트업들이 몇 달동안 코딩해서 만들 응용을 비전문가도 몇 시간만 투자해서 만들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하니, 스타트업들의 입지가 점점 작아지는 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깜깜한 순간에도 가만히 주시하다 보면 길이 보인다. 현재 상황에서는 아무리 글로벌 기업의 모델이 훌륭하다 해도 우리나라 개인과 기관의 데이터를 학습하게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기관 내 로컬 데이터를 가지고 학습하는 모델은 과거의 클로즈드(Closed) AI로 회귀하게 되니 그 역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우리는 'T자형 인공지능'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아무리 글로벌기업의 모델이 훌륭하더라도 국내 기업이 T자로 맘대로 끼워 넣을 수는 없다. 따라서 개방형 데이터(open data)로 학습하고 국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국산 파운데이션 모델이 필요하다. 다행히 필자의 연구원 ETRI에서는 국내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다. 본 모델을 통해 각 기관의 폐쇄형 데이터(closed data)를 추가 학습해 기업·기관 맞춤으로 'T자형 인공지능'을 만들 것을 제안해 본다.

다른 한편으로 구글은 지난달 인공지능 구분 기준을 공개하고, 챗GPT는 인공일반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레벨 1을 넘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좁은 인공지능 관점에서는 알파고 제로, 알파 폴드 등이 이미 사람 수준을 뛰어넘어 레벨 5에 도달하였지만, 사람의 일반성에 대해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로 보는 견해인 것이다. 아직 열리지 않은 AGI 연구발전을 위해 산·학·연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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