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총선 카운트다운, 비례대표제는 어디로?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개특위에 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이른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다. 기존의 병립형 비례대표제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많이 있었지만, 준연동형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그나마 독일식에 가까운 뉴질랜드 선거제도는 성공했지만, 헝가리와 루마니아 등 변형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던 나라에서는 모두 실패했는데, 왜 이렇게 준연동형이라는 이름의 변형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을까? 그것은 당시 명분과 실리가 묘하게 섞이면서 기이한 변형을 만든 탓이다. 선거제도의 개혁이라는 명분과 이를 통해 선거에서 유리한 결과를 기대하는 실리의 교차점에서 탄생한 것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인 셈이다.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을 원칙적으로 1:1로 하는 독일과 1.4:1(70:50)로 하는 뉴질랜드와 달리 대한민국은 5.4:1(253:47)이다. 47개 비례대표 의석으로 연동형의 특징을 나타내기도 어려웠지만, 그나마 21대 총선에서는 30석에 대해서만 연동형으로 하고, 나머지 17석은 종전과 같은 병립형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연동 비율은 8.4:1이었다. 그로 인해 연동의 효과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았을 뿐만 아니라, 위성정당이 생기면서 선거의 판도 전체가 뒤죽박죽되었다.
이제 22대 총선을 앞두고 공직선거법 개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위성정당 금지를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그리고 또 다른 쪽에서는 비례대표 선거의 폐지까지도 주장하고 있다. 지역구 중심 선거의 폐해를 줄이려던 것이 오히려 비례대표 선거에 대한 불신만 키운 셈이다.
이제라도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는 선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야와 관련 전문가 및 국민들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인데, 여야 정당들은 모두 선거법 개정에 따른 이해득실의 계산에만 골몰한 모습이다. 이대로 가면 공직선거법 개정이 무산되거나, 또 다른 기형이 탄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이다.
2020년 이전으로 돌아가 보자. 선거제도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비판하였고, 국민들이 불만을 가졌던 것은 국민들의 정당에 대한 지지율 내지 투표율과 정당의 의석수 사이에 차이가 크다는 점이었다. 즉, 선거제도의 왜곡으로 인하여 정당의 득표율이 의석수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은 정당의 민주성을 훼손한다는 점이 널리 인식되었고, 이를 개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었다.
또한, 비례대표제의 개혁 필요성도 널리 인정되었다. 비례대표제가 사표의 방지 및 전문가들의 국회 진출 등에서 장점을 갖는 제도로 널리 활용되지만, 국내에서는 비례대표에 대한 불신이 매우 컸고, 그것은 무엇보다 지역구 선거와 달리 비례대표 선거는 정당 수뇌부가 작성한 명부를 전제로 선호하는 정당을 선택할 뿐, 후보자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런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더욱이 스웨덴 등에서 사용하는 순수비례대표제와 달리 지역구 선거를 존치하여 지역대표성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오래전부터 주목되고 있었다. 비록 준 연동형이라는 기형적 선거제도에 의해 많은 국민들이 실망했고, 그에 찬성했던 군소정당들이 몰락하여 양당제가 굳어지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제는 다시금 공직선거법의 장기적 개혁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때이다.
단기적으로는 위성정당의 금지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비례대표명부의 작성 방식 및 비례대표 선거의 투표방법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 기술적으로 복잡하더라도 고정명부가 아닌 변동명부를 채택해서 국민들이 비례대표명부의 순위 변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복잡한 선거제도에 대해서 몰라도 된다고 말하지 말라. 주권자인 국민이 모르는 것을 국회의원들은 다 잘 안다는 말인가? 주권자를 주권자로 대접하는 것은 정치권에서 모든 것은 알아서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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