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골프 입문→꿈의 무대 'LPGA 투어' 입성… 강민지 "신인왕·US여자오픈 우승 목표"
강민지는 올해 LPGA 2부 엡손투어에서 상금 랭킹 5위를 기록하며 내년 LPGA 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올시즌 유해란에 이어 LPGA 투어 2년 연속 한국인 신인왕 계보를 이어갈 후보가 됐다.
1999년생인 강민지는 10살 때 잠깐 골프를 배웠다. 강민지는 "2~3달 정도 배웠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말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투어 선수를 목표로 골프를 하기엔 시기가 다소 늦었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골프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늦어도 초등학교 3~4학년때는 선수를 목표로 체계적인 훈련에 돌입한다.
시작은 늦었지만 착실하게 기본기를 쌓았다. 고등학교 때 투어 프로가 되기로 결심했다. 강민지는 "초등학생 때는 큰 꿈이 없었지만 중학교 때 한번 골프를 다시 해볼까? 라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고등학생 때부터 투어 프로 선수를 꿈꿨다"고 밝혔다.
KLPGA 투어에서 뛰는 대부분의 여자 선수들은 고등학교 2~3학년 때 프로 전향을 한다. 하지만 강민지는 서두르지 않고 프로 전향을 미뤘다. 강민지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 대학교에 다니면서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했다"고 말했다.
대학생이 되자 강민지의 진가가 서서히 드러났다. 2018년 세계대학선수권 개인전 2위에 오르면서 단체전 정상 등극에 힘을 보탰다. 관정배 우수대학생 골프대회에선 우승했다.
2019년에도 화성시장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20년에는 대학 골프 선수권과 회장배 대학 대항 골프대회 정상에 올랐다. 아마추어 대회 5승 경력과 2019년부터 상비군에 이름을 올리면서 대형 유망주로 주목 받았다.
2021년부터 미국 트루엣-맥코넬 대학교에서 학업과 골프를 병행하며 LPGA 투어 진출에 도전했다. 어렸을 때 국제학교에 다니면서 익힌 영어 실력은 큰 도움이 됐다. 강민지는 "부모님이 언젠가는 나를 외국으로 보낼 생각을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국제학교로 전학을 갔다. 영어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설명했다.
일상생활에는 지장 없는 영어 실력을 갖췄으나 학업과 운동을 모두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 대학교 생활은 만만하지 않았다. 강민지는 "학업은 따라가는 정도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건 아니다"면서 "일상생활 영어랑 수업 때 쓰는 영어가 달라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긍정적이고 활발한 성격과 노력을 더해 난관을 이겨냈다. 미국 유학 첫해 사우스캐롤라이나 위민스 챔피언십 우승을 비롯해 준우승 2회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2개 대회 우승과 LPGA 2부 엡손투어 QT에서 33위를 기록하며 2023년 출전권을 따냈다.
올해 엡손투어에서는 우승은 없었지만 준우승 1회를 포함해 톱10에 8차례 진입했다. 상금 랭킹 5위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10위까지 주어지는 내년 LPGA 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그동안 대부분 한국 선수들은 한국에서 열리는 LPGA 대회, 세계랭킹을 통해 출전한 메이저대회 우승과 QT 등을 통해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강민지처럼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LPGA 투어에 진출한 선수는 드물다.
강민지는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는 실력보다는 분위기인 것 같다"면서 "한국에서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 할 땐 치열하고, 삭막한 분위기를 느꼈다. 반면 미국은 조금 더 여유롭고 즐기는 것 같다. 선수마다 개성이 강해서 표현하는 것도 숨기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이야기한다"며 한국과 미국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민지는 "기회나 경제적인 부분이 된다면 나처럼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단계적으로 LPGA 투어에 진출하는 방법도 추천한다"면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고 다양한 코스와 나라의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고 강조했다.
다만 강민지는 "미국 무대에 진출할 생각이 있다면 영어공부를 꾸준히 해야한다"는 조언도 남겼다.
내년 3월부터 LPGA 투어 대회를 소화할 예정인 강민지는 "첫 대회 출전 전까지 집중적으로 체력 훈련을 할 예정이다"면서 "미국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해보니 대회장마다 잔디의 종류도 달랐다. 잔디 적응에도 신경 써야하고, 그린 주변에서 쇼트 게임도 보완하겠다"고 LPGA 투어 루키 시즌 대비 계획을 밝혔다.
신장 165cm인 강민지는 드라이버 샷은 평균 260야드를 때린다. 자신의 장점에 대해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의 정확도가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
롤모델도 샷 정확도가 높기로 유명하면서 LPGA 투어에서 통산 6승을 기록 중인 김효주다. 미국에서 김효주의 경기를 보고 싶어 여러 번 대회장도 방문했다.
강민지는 "골프 스타일이 나랑 비슷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나보다 훨씬 대범하게 경기를 한다. 대회 때 같은 조에서 경기를 하면서 김효주 선배의 장점을 배우고 싶다. 태국의 패티 타와타나낏과도 같이 쳐보고 싶다. 샷만 보면 파워풀하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남들 드라이버로 칠 때 유틸리티로 치는 등 공격적인 성향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K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마다솜, 이예원, 방신실 등과는 한국 아마추어 대회에서 자주 기량을 겨뤘다. 이 선수들의 KLPGA 투어에서 맹활약은 "동기부여가 된다"고 밝혔다.
강민지는 "내가 KLPGA 투어에서 뛰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아마추어 때 함께 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들이 KLPGA 투어에서도 잘해서 정말 보기 좋다. 나는 미국에 있으니 미국에서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러면서 강민지는 "올해 엡손투어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LPGA 투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목표는 신인상 수상과 올해 신청을 못해서 출전하지 못했던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또 강민지는 "가능한 빨리 세계랭킹 1위에도 올라보고 싶다.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골프선수로서 목표와 포부도 밝혔다.
한종훈 기자 gosports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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