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NFT로 신진작가 세계에 소개… "예술만 고집하면 시장선 안통해요"

박은희 2023. 11. 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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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피아니스트 나정옥 여사 손자… 22세 美 건너가 모진 고생
아내 만나 독학으로 미술시작… 1980년대 촉망받는 화가로 급부상
"시장선 5초안에 사로잡는 작품내놔야… 'NFT계 애플' 만들고파"
최동열 웨이브아이 대표.
최동열 웨이브아이 대표.

미술콘텐츠 기업 '웨이브아이' 대표 최동열

"미국에서 설움 당하며 활동할 당시에도 저는 한국이 문화 중심지가 될 거라고 믿었어요. 책을 읽고 화가로서의 경험이 쌓이면서 그 확신이 커졌죠."

최동열(72·사진) 웨이브아이 대표는 요즘 그림 그리는 일과 함께 전 세계 신진작가를 대체불가토큰(NFT)으로 소개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남다른 기획력과 순발력으로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내 회사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최 대표가 2016년 설립한 웨이브아이는 미술 콘텐츠 기업이다. 미국 그라피티 작가들을 아시아에 소개하고,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을 세계무대에 진출시키기 위해 그의 경험을 녹여 만들었다.

27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웨이브아이 사무실에서 만난 최 대표는 세계 최대 NFT 거래 플랫폼인 오픈씨(OpenSea)에 등록된 NFT 작품들을 직접 보여주며 새로 발굴한 젊은 작가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0대부터 인생의 도전을 즐겨온 그는 이번 사업도 추진력 있게 확장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일제강점기 민족대표 33인을 변호한 최진 변호사와 소설가 나도향의 누나이자 국내 최초 피아니스트인 나정옥 여사의 손자다. 경기고 진학에 실패하자 곧장 검정고시를 봐 15세에 한국외대 베트남어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1년 반 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해병대에 자원입대해 베트남전에 첩보대원으로 참전했다.

22세에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공장 노동자, 유도와 태권도 사범, 바텐더 등을 하며 밑바닥 인생을 살기도 했다. 1977년 뉴올리언스에서 지금의 아내 엘디(L.D.로렌스)를 만나 독학으로 미술을 시작해 표현주의 그룹 'Idists'을 결성했다. 1980년대에는 뉴욕에서 활동하며 장 미셸 바스키아, 키스 해링 등과 함께 전시회를 여는 등 뉴욕 이스트빌리지에서 촉망받는 화가로 급부상했다.

한국에는 1987년 '뉴욕이 주목한 한국 화가'라는 수식어와 함께 처음 알려졌다. 1993년부터 티베트 불교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돼 직접 티베트와 네팔 등에서 거주하며 작업했다. 2011년부터 해발 4000m에서 5000m에 이르는 히말라야 고산 현장에서 직접 유화 작업을 하며 자연을 화폭에 담아 '히말라야 작가'로도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선화랑, 박여숙화랑, 필립강갤러리, 예화랑, 대구 인당박물관, 부산아트센터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삼성 리움미술관, 대림미술관, 대전엑스포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최 대표는 왕성하게 작가 활동을 해오면서 한국 미술에 대한 전 세계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에 유망한 작가들의 창작 지원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단순한 지원을 넘어 미술관 전시와 아트페어 참여, 경매시장 출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가를 알릴 목적으로 회사를 만든 것이다.

그간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다수의 전시를 하다 코로나가 닥쳤고, 운송과 보험이 필요 없는 NFT로 사업 영역을 넓히게 됐다. 최 대표는 "NFT는 전 세계에서 작품을 바로 볼 수 있지 않나"라며 "NFT 시장은 예술을 별도로 취급하지 않아 콘텐츠로서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예술가라고 예술을 고집하면 이 시장에선 통하지 않아요. 시장을 따라야죠. 그래서 NFT용 작품은 따로 제작하고 있어요. 복잡한 걸 올리면 안돼요. 작가들에게 5초 안에 사로잡을 만한 작품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곤 합니다."

최 대표와 웨이브아이 직원들은 가능성 있는 작가들을 직접 찾아 일주일에 2개씩 작품을 꾸준히 오픈씨에 올리고 있다. 최 대표는 "오픈씨에서 한국 작가들이 굉장히 인기가 있다"며 "중국, 인도에 이어 아프리카, 뉴질랜드 등 세계 여러 지역의 순수예술 작가들의 NFT도 선보이고 있는데 다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지난 4월에는 한국전자인증을 모기업으로 둔 미국 에이아이브레인 신홍식 박사와 협력해 글로벌 순수예술 전문 NFT 플랫폼 '오렌지해어'(OrangeHare)를 론칭했다. 두 회사가 현재 오렌지해어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작품에 인공지능(AI) 기술력을 입혀 예술 콘텐츠로 세계 NFT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최 대표는 "국보 반가사유상을 찍은 작가와 협업해 그 사진을 NFT로 만들 계획도 있고, 배경을 앤디 워홀처럼 다양한 색상으로 찍어내는 것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많이 제작해 오픈씨에 공개하면 반가사유상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은 내가 회사의 모든 일에 관여하고 있지만 3년 후엔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려고 한다"며 "그러려면 NFT 시장에서 톱5가 돼 있어야 하는데,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회사 자체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했다.

"작가가 많아지면 오픈씨에만 올릴 수가 없어요. 결국 저희 것을 만들어야 하는 게 숙제죠. 3년 동안 회사를 키워놓고 저는 최동열이라는 브랜드로 작업을 더 많이 하고 싶어요. NFT계에서 애플 같은 세계적인 회사를 만들어낼 겁니다. 잠시 주춤한 NFT 시장이 살아날 때쯤이면 저희는 준비가 돼 있으니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글·사진=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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