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당태종의 여섯 준마와 '윤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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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족 역사상 가장 뛰어난 황제 당태종 이세민은 젊은 시절 전장터를 누비며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
618년 수나라가 망한 후 아버지 이연이 당나라를 건국했지만 여기저기서 황제를 자칭하는 세력들이 일어나자, 이세민은 직접 수많은 전장터를 누비며 차례차례 이들을 평정했다.
당태종의 여섯 준마와 알렉산더의 부케팔로스도 이들처럼 자신들을 향해 몸을 조아리는 만인을 보고 자기를 우러러본다고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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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년 만에 동방을 정복한 알렉산더에게는 명마 부케팔로스가 있었다. 기원전 331년 알렉산더가 인더스강을 건너 인도 펀자브에서 만난 군대는 파우라바 왕국의 코끼리 부대였다. 코끼리를 처음 본 기병대 말들이 혼비백산하자 알렉산더를 태운 부케팔로스가 갑자기 홀로 적진으로 달려들었다. 알렉산더는 죽음을 각오한 부케팔로스의 용맹함에 승기를 잡아 대승을 거뒀다. 이렇듯 동서양의 영웅 곁에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주군을 대신해 죽음을 불사하는 진짜 '충신'들이 있었다.
시선을 오늘 대한민국으로 돌려보자. 내년 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 선거다. 국민 절반에 못 미치는 48.58%의 득표율로 당선된 윤 대통령은 집권 2년이 안 된 지금은 지지율이 40%를 밑돌고 있다. 절반을 훨씬 넘는 거대 야당에 휘둘려 집권기간 내내 제대로 된 정책조차 펴지 못한 탓도 있지만, 국민의힘 내부의 볼썽사나운 내분도 큰 역할을 했다. 여러 사법리스크에 처한 당대표, 내로남불 행동과 막말을 수시로 내뱉는 '운동권 세대 정치인'이 주를 이루는 집단을 상대로도 이 정도 지지율을 보인다면 실제 지지율은 이보다 훨씬 낮다고 봐야 한다. 절체절명의 위기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서라도 내려와야 한다. 거대 야당이 집권 초부터 지금까지도 대통령 탄핵을 운운하며 장관과 수사 검사까지 탄핵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 후반기도 거야 정국이 이어지면 국정마비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능을 상실하면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
상황이 이렇듯 절박해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딴 세상에 있다. 대표적인 게 '윤핵관'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혁신위가 '험지 출마'를 권유하자 한 의원은 돌연 자신의 지역구에서 관광버스 92대를 동원하며 세를 과시했다. 또 다른 의원은 "(자기 지역구) 안 주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한다. 당대표는 혁신위에 "급발진 마라"며 경고장까지 날렸다. 대통령의 거취가, 국민의 삶이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는데 지금껏 양지만 걸은 이들이 진땅 앞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여우가 호랑이를 빌려 위세를 부린다'는 말이 있다. 호가호위(狐假虎威)다. 당태종의 여섯 준마와 알렉산더의 부케팔로스도 이들처럼 자신들을 향해 몸을 조아리는 만인을 보고 자기를 우러러본다고 생각했을까. 충신과 간신은 위기 때 제 모습이 더 극명히 드러난다.
김관웅 생활경제부장 부국장 kw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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