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진의 직평직설] 투쟁, 투쟁, 투쟁
정치인·어른들 책임이 커
관용과 양보로 타협해야
보통 싸우는 게 아니라 피 터지게 싸운다. 너 죽고 나 죽자, 사생결단이다. 유사 이래 전쟁과 갈등이 없던 때가 없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다. 갈등공화국, 투쟁의 전성시대란 말로도 모자라는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17세기 정치철학자 토머스 홉스의 말을 21세기의 우리가 지금 딱 들어맞게 실증해 보이고 있다. 홉스는 싸우는 원인을 인간의 정념(情念) 때문이라고 했다. 국어사전은 '감정에 따라 일어나는 억누르기 어려운 생각'이라고 풀이하고 있는데 달리 말하면 이기적 욕망, 즉 이기심이다. 홉스는 인간을 지배하는 원리를 이기심으로 봤다.
홉스의 말대로 인간의 이기적 본성이 무차별적으로 분출하고 있는 요즘 모습이다. 홉스에 따르면 인간은 한정적인 재화를 얻으려고 경쟁하고 서로 불신하며 허영과 명예를 추구하려는 욕구가 있다. 필연적으로 선제공격을 하게 된다. 이웃을 믿지 못하는 불신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전략이 선제공격이다. 방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귀다툼의 본성을 범인(凡人)인 우리가 이겨내기에는 힘겹다. 대중은 냉철하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대중은 지도자가 가리키는 길로 몰려간다. 90년 전의 나치즘이 역사로 말한다. 대중의 심리를 이용하는 정치가 결국 문제다. '개딸'을 누가 만들었나. 좌파의 전위대, 홍위병이 된 것은 선동정치의 소산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갈등의 근본 원인의 하나가 이념과잉이다. 홍범도와 정율성 논란을 일으킨 현 정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겠으나 따져 보면 기실 전 정부의 탓이 크다. 논란이 분분한 두 사람을 공론화도 없이 추켜세운 쪽이 전 정부다. 반일과 친일을 선악으로 구분지어 우파를 친일로 매도하는 프레임을 만든 것은 좌파, 야당이다. 무지한 대중은 프레임에 걸려 반으로 쪼개졌다. 평화에 무관심한 북한에 끊임없이 평화 카드를 들이밀고 짝사랑하며 또 다른 분열을 부른다.
가난한 자는 좌파, 부자는 우파라는 이분법도 진영논리의 산물이다. 누구라도 빈곤층을 보살필 것이며 부자를 마냥 욕해서는 안 된다. 빈곤·약자층은 좌파 진영의 절대적 지지층이다. 자비를 베풀듯 선심정책을 쏟아내는 데도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부자와 기업을 범죄집단으로 볼 것은 아니다. 빈곤층을 적대시할 까닭이 없고 부자 일변도의 정책으로 집권 유지가 어렵다는 사실을 우파도 안다.
선제공격 수단으로서 막말의 효능은 최고다. 서슴없이 나온 '암컷'이라는 말에 금세 나라가 뒤집어졌다. 먹지 않으면 먹힐 것이라고 보면 이 정도로도 모자란다. 잡아먹어야 집권과 부귀영화가 따른다고 생각하면 점잔 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윗물이 이러니 아랫물이 맑을 리 없다. 바른 말 고운 말이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초등학생이 누구를 따라 배우겠는가. 정치인, 오피니언 리더, 권력자, 어른들이 아니고 누군가.
타협, 관용, 양보, 인정 따위의 말을 눈곱만큼이라도 생각한다면 그악스러운 악다구니는 덜할 것이다. 정치인이든 대중이든 이성을 찾아야 한다. 어른들이 달라져야 한다. 인륜과 예의의 실종은 어른 책임이다. 출발부터 잘못된 사회를 바로잡으려면 족히 수백 년은 걸린다. 정신 차려야 한다.
홉스는 정념에 빠진 투쟁의 결과는 죽음의 공포로 이어진다고 했다. 싸움의 극단적인 최후는 죽음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벗어나는 최선의 수단은 인간만이 가진 이성이라고 했다.
한발 물러서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자. 그런 정치를 보고 싶다. 사랑과 평화가 넘쳐나는 태평성대는 언제 찾아올 것인가.
손성진 논설실장 tonio66@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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