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 스포츠 세단 연상시키는 독특한 HEV
혼다의 중형 세단 어코드는 북미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모델이다. 1976년 출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2000만 대 이상 팔렸다. 매년 베스트셀링카 순위에 오르는 건 기본기를 갖췄다는 걸 의미한다. 신형 어코드 하이브리드(HEV)를 시승했다.
신형 어코드는 11세대로 풀체인지(완전변경)가 이뤄졌다. 차가 점차 커지는 추세에 맞춰 구형 대비 전장(차 길이)을 65㎜ 늘렸다. 전장 4970㎜, 전폭(차 너비) 1860㎜, 전고(차 높이) 1450㎜의 차체를 갖는다. 휠베이스(앞바퀴 중앙과 뒷바퀴 중앙 사이의 거리)는 2830㎜다.
중형 차급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차가 커졌다. 신형 어코드는 현대차 쏘나타, 기아 K5, 도요타 캠리, 폴크스바겐 아테온 등 경쟁 모델과 비교했을 때 전장이 가장 길다. 쏘나타보다 60㎜ 길고, 그랜저보다 65㎜ 짧다. 2열 공간이 여유로워 4인 가족이 이용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공차 중량은 1605㎏, 트렁크 용량은 473L다.
간결한 디자인
디자인은 군더더기가 없다.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일직선에 가까운 헤드램프, 단정한 에어 인테이크(라디에이터 그릴 아래 공기 흡입구), 후면의 일직선 램프 등은 간결한 디자인을 연출한다. 측면도 평평하고 긴 형태의 캐릭터 라인(차체 옆면을 가로지르며 개성을 표현하는 선)이 무던한 인상을 준다. 루프(지붕) 라인은 쿠페 형태로 꺾이는데, 과감하진 않다. 대중적인 디자인이지만, 너무 평이하다는 느낌도 든다.
실내도 단순하다. 10.2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2.3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12.3인치 디스플레이는 구형(8인치)보다 커져 시인성이 높아졌는데, 최근 신차 디스플레이 변화 추세에 비춰봤을 땐 보수적인 모습이다. 구식 기어노브(기어를 바꾸는 손잡이)도 투박한 인상을 준다. 중앙부에서 조수석으로 길게 이어지는 송풍구 디자인을 벌집 모양으로 독특하게 꾸몄다는 정도가 눈에 띈다. 혼다는 이 디자인을 허니콤(honeycomb·벌집) 패턴이라고 부른다.
신형 어코드의 파워트레인(동력계)은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로 나뉜다. 시승 모델은 하이브리드였다. 단일 트림으로 2.0L 가솔린 엔진에 두 개의 전기모터를 결합했다. 엔진은 최고 출력 147마력, 최대 토크 18.4㎏·m이고 모터는 최고 출력 184마력, 최대 토크 34㎏·m를 발휘한다. 전자식 무단 변속기(e-CVT)와 조합하고 전륜구동으로 움직인다.
고속에서도 원활한 가속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차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깬다. 하이브리드차는 대체로 가솔린차보다 힘이 약하고 효율에만 중점을 두지만,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주행 성능을 놓지 않는다. 고속에서도 원활하게 가속을 수행해 하이브리드답지 않은 성능과 반응성을 보여줬다. 코너링에서 차체의 움직임도 정교해 독일 브랜드의 내연기관 스포츠 세단을 연상케 했다. 운전자가 의도한 대로 차를 제어할 수 있도록 돕는 ‘모션 매니지먼트 시스템’은 정교한 드라이빙을 도와준다. 혼다 최초로 어코드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이 시스템은 운전대 조작에 맞춰 파워트레인과 브레이크를 통합·제어해 코너링 회전 반경을 최적화한다.
주행의 상당한 부분을 엔진보다 모터가 담당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일반 하이브리드 주행 모드에서도 가속을 요구했을 때 모터가 바퀴를 굴린다. 강한 가속을 위해 엔진 동력을 이용하되, 엔진은 대부분 발전 모터를 깨우는 역할만 담당하는 방식이다. 발전 모터가 최적의 효율로 전기를 생산해 주행 모터에 전달하면 모터가 바퀴를 굴린다는 얘기다. 고속에서 순항 주행할 때만 엔진이 바퀴에 직접 구동력을 전달한다. 이를 통해 민첩한 가속과 연료 효율성을 동시에 구현했다는 것이 혼다의 설명이다. 시내에서는 다른 하이브리드차와 비슷하게 ‘EV 모드’로, 전기로만 주행할 수 있다. 대략 50㎞/h 이하 속력에서 EV 모드로 주행하는데, 급격한 힘을 요구하면 50㎞/h 이하에서도 엔진이 돌아갔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복합 연비는 16.7㎞/L다. 중형 하이브리드 세단을 기준으로 하면 연비가 낮아 보이는데, 고인치인 19인치 타이어를 장착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고인치 타이어는 고속 주행의 안정성은 높이지만, 연비는 낮춘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경우 16인치 타이어의 복합 연비는 19.4㎞/L, 17인치 17.8㎞/L, 18인치는 17.1㎞/L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5340만원이다. 북미 시장에서 판매되는 네 가지 트림 가운데 최고가 트림만 국내에 판매돼 시작 가격이 높다는 점은 아쉽다. 구형 모델(4650만원)과 비교하면 690만원 올랐다. 최고가 트림에 해당하는 만큼 국내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옵션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의 유·무선 연결, 열선 스티어링휠, 앞좌석 통풍·열선 시트, 뒷좌석 열선 시트,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풀 LED(발광 다이오드) 헤드램프 등을 기본 탑재했다.
주행 보조 시스템 ‘혼다 센싱’ 장착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외부 상황을 인지하고 사고 예방을 돕는 혼다의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 ‘혼다 센싱’을 기본 장착했다. 시야각을 90도까지 확장한 광각 카메라를 새로 적용했고, 레이더도 120도까지 인식 범위를 확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ACC)와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의 성능을 한층 높였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저공해자동차 2종을 획득했다. 전국 공영 주차장이나 공항 주차장을 이용할 때 주차 요금을 50% 할인받을 수 있다. 남산터널 등 혼잡통행료가 면제된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시행하는 충돌 평가에서 가장 안전한 차에 부여하는 ‘톱 세이프티 픽+(TSP+)’ 등급에 선정됐다. 첨단 10 에어백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환경에서 충돌 안전성을 확보했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