팃 포 탯으로 평화를 만들 수 있을까
팃 포 탯(Tit-for-Tat)은 게임이론에서 비협조 게임을 협조 게임으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협조하는 상대에게는 상을 주고 비협조하는 상대에게는 벌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같은 상대와 반복해서 게임을 할 때 협조하지 않으면 손실이 발생하고 협조하면 이득이 생긴다는 것을 깨닫게 돼 협조 전략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략의 기조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불리는 타리오의 법칙이다. 상대와 같은 전략으로 대응한다는 게 기본 맥락이다. 팃 포 탯이 성공하려면 협조할 때 충분한 보상을 할 능력이 있어야 하고 비협조 시에는 두려워할 수준의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양자 간 게임이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일회성 게임이라면 이 전략은 성공할 수 없다.
팃 포 탯은 강대국이 즐겨 쓰는 전략이기도 하다. 충분한 보상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을 뿐 아니라 충분히 징벌할 힘이 있기 때문이다. 엇비슷한 힘을 가진 게임 상대가 팃 포 탯 전략을 쓰는 게 확인되면 서로 힘을 키우려고 노력하게 된다. 상대를 충분히 보상하거나 혼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문제는 서로 경쟁적으로 힘을 키우다 보면 비용이 계속 증가할 뿐만 아니라 게임의 성격까지 바뀐다는 것이다. 힘이 너무 커지면 징계가 아니라 상대를 파멸시킬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반복적인 게임이 일회적 게임으로 전환된다. 이렇게 게임의 성격이 바뀌면 서로 생존하기 위해 상대와 전쟁을 피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위협적 균형 상태에서는 평화가 유지되기는 하나 고비용을 유발한다. 균형 상태에서도 상대보다 우위에 서기 위한 경쟁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과 소련의 관계가 대표적 사례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 국가들은 팃 포 탯 전략을 포기했다. 핵무기 등장은 반복 게임을 일회적 게임으로 전환하는 상황을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파멸적 게임에는 동참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 선택임을 깨달은 유럽 국가들은 상호의존적 경제구조를 제도화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서로의 시장을 개방하고 통합을 고도화하여 상품 및 요소 시장을 통합하는 공동시장을 완성한 것은 이미 1986년의 일이다. 1999년에는 공동통화를 도입했고 2002년부터는 아예 자국 통화를 포기하고 공동통화만 사용하게 됐다. 개별 국가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각국 정부의 정책은 유럽연합(EU)의 정책에 구속되고 있다. 이 전략을 통해 유럽은 역내 국가 간 전쟁 가능성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고, 경제적 성과도 공유하는 협력의 제도화를 이뤘다.
지난해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여차하면 주변국들로 전쟁이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적으로 무력 분쟁이 증가하면서 각국의 방위비도 빠르게 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PIRI)에 따르면, 2022년 세계 국방비 증가율은 전년 대비 3.7%를 기록해 세계 경제성장률 3.2%를 앞섰다. 규모도 2조2400억달러(약 295조원)로 사상 최대였다. 1분에 약 56억원이 지출된 셈이다. 유사시에 대비해 힘을 키워놓으려는 의도가 전 세계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24년 국방비 예산은 정부안 기준으로 59조5885억원이다. 2023년 본예산 기준으로 4.5% 증가한 규모이며, 올해 추정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2.2%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가장 많이 증액된 사업은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이다. 3축 체계란 북한의 미사일 기술 증강에 대응한 시스템으로, 미사일 공격 징후를 탐지해 사전에 공격하는 킬체인,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한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 미사일 피격 후 대량 응징 보복 체계(KMPR)로 구성됐다.
전 세계가 다시 군비경쟁에 나서고 있다. ‘힘에 의한 평화’라는 ‘팃 포 탯’ 전략이 다시 모든 나라에서 기승을 떨치고 있다. ‘고비용, 고위험 전략’으로 평가된 대안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참, 게임이론의 적용 시 중요한 전제를 잊고 있었다. 모든 게임 참여자가 ‘합리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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