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의 골프 오디세이 <157> | [Interview] ‘비결합 가격’으로 가격 혁명 주도 윤재연 블루원 대표 | “맞춤형 골프 서비스…동문대회 등 함께하는 문화가 대중화 기반”
매년 대한민국의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센터장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최근 발간한 ‘2024 트렌드 코리아’에서 골프장 루나엑스(경북 경주시 천북면)를 조명했다. ‘쓴 만큼만 내세요, 옵션 버라이어티’라는 코너에서 되도록 많은 사항을 고객의 선택으로 돌려 가격을 낮추는 새 트렌드를 반영한 골프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한국 골프 산업은 올해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골프 웨어와 골프용품의 판매량이 급감했고, 골프장 이용객도 전반적으로 줄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신규 유입됐던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의 이탈이 특히 두드러진다. 이들은 샀던 골프클럽을 중고 시장에 내놓고 테니스나 다른 레저 활동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골프는 너무 비싸고 골프장 예약도 잘 안된다. 지속 가능한 스포츠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는 루나엑스가 코스 이용료(6, 12, 18, 24홀 선택형 이용료)를 비롯해 캐디, 로커, 샤워장, 카운터, 그늘집 등 개별 소비자가 원하는 사항을 선택하여 해당 비용만 지불하는 ‘비결합 가격(unbundled pricing)’ 방식을 사용해 한국 골프장의 가격 혁명을 유도하는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2021년 10월 15일 개장한 루나엑스는 6홀 4개 코스 24홀로 운영한다. 중앙에 클럽하우스가 있고 사방으로 6홀 코스 4개를 배치한 디자인이다. 대부분 코스 설계는 9홀 코스 단위로 이뤄져 클럽하우스를 중심으로 출발 후 9홀을 돌아야 다시 클럽하우스로 돌아오게 된다. 루나엑스는 ‘노 캐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소형 라커룸과 유료 1인 샤워장, 유료 대형 라커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골프장 입장 때 격식을 갖춘 복장이 아니라 아예 골프 복장으로 오는 걸 추천한다. 대부분 골프장은 기본 제품과 선택 사항을 모두 결합시켜 판매하는 ‘결합 가격(Bundled Pricing)’이어서 소비자들은 원하지 않는 사항까지 비용을 내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특수를 누렸던 국내 골프장은 올해 들어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도 골프장 이용료는 여전히 비싸다는 지적이 있다. 골프 업계의 오랜 꿈인 골프 대중화는 한국에서는 영원히 이룰 수 없는 꿈인 걸까. 루나엑스를 운영하는 블루원 윤재연 대표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그는 국내 골프의 기존 틀을 창조적으로 파괴해 골프를 대중화하자는 ‘심플 골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6 곱하기 4 골프장’인 루나엑스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이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쁜 현대인의 생활 리듬과 개인 여건, 환경에 맞춰 원하는 만큼 선택해서 골프를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에서 루나엑스를 6홀 단위로 24홀까지 라운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재미와 진지함을 함께 담기 위해 자신의 핸디캡을 등록하고 정규 골프 대회와 같은 분위기에서 패밀리 골프, 커플 골프, 달빛 골프 대회에 정기적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루나엑스는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그린피를 목표로 다양한 요금 할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습장 60분, 6홀 플레이, 간식 제공을 패키지로 묶은 ‘5만원의 행복 프로그램’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비수기 일반 라운드 12홀에 그린피 5만원, 카트비 1만7500원을 받는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대중제 골프장 중 일정 금액 이상의 그린피를 받는 골프장 이용 고객에게는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다.
“전 국민의 64%가 골프를 대중적인 스포츠로 인식하는 만큼 정부 정책은 해외의 골퍼들을 국내로 유치하겠다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개별소비세나 골프장에 대한 중과세 정책도 골프장 이용료를 지속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세금 제도를 혁신하고 요금은 골프장 경영자에게 맡겨 자율적으로 경쟁하게 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일부 대중제 골프장이 골프장 이용료를 편법으로 책정하거나 세금을 고객 골프장 이용료에 전가해 골프장 이용료를 상승시키는 역효과가 나온다.”
여전히 골프장은 예약이 힘들고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다양한 골프장 이용료 경쟁이 시작됐다. 토요일 오전 특정 시간대에 모든 부킹 수요가 몰리는 것을 일반적인 수요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주말이나 공휴일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는 접대 골프도 문제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 같은 수요를 분산시켜 전체 예약이 원활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2022년 골프장 이용 금액의 27.5%가 법인카드로 결제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골프장에서의 법인카드 사용액 또한 크게 늘어 2018년 1조1000억원에서 2022년 2조1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몸집이 커졌다. 법인카드가 임직원 복지가 아닌 접대에 사용되는 경우 손비인정 범위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에도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법인카드 비용을 손비로 인정해주지 않으면서 접대 문화가 건전해지고, 주말과 공휴일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던 예약 난이 해결되었다고 한다.”
골프 대중화는 함께 즐기는 문화가 바탕이 돼야 가능하다. 윤 대표는 지난 10월 말 막을 내린 국내 최고의 고교 동창 골프대회인 제19회 ‘키움증권배 고교 동창 골프 최강전’을 예로 들었다. “친구야! 학교 가자 고교 동창!”이란 구호로 시작하는 이 대회는 2004년 막을 올려 매년 3월부터 8개월에 걸쳐 블루원 상주컨트리클럽에서 열린다.
여고 동창 최강전까지 구상한다고 들었다.
“같은 고등학교에서 동문수학한 인연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 낸다. 내년이면 20회째를 맞는 고교 동창 최강전이 동문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동문회의 구심점이 되는 사례가 많다. 팀과 개인이 우승 상금을 장학금으로 기증해 동문의 모교 사랑과 재학생들과 인연이 연결되는 최고의 기회가 되면서 참가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대부분 고교 동문회에는 골프 모임이 구성돼 있다. 대회 참가를 위해 동문 골프 대회를 통해 선수를 선발하고 상비군 팀을 구성해 대회를 준비한다고 한다. 고교를 대표하는 선수로 선발되는 것이 본 대회 우승보다 힘들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거의 똑같은 포맷의 고교 동창 골프 대회가 여러 개 개최되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여성 골퍼의 비중이 가장 큰 나라다. 새로 여고 동창 최강전을 만든다면 굉장히 흥미로운 결과가 나올 것이란 생각이 든다. 여성 시니어 골프 대회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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