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시즌 초반 판도, 용병 농사가 좌우했다
프로농구 2023~2024시즌 초반 희비가 각 팀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따라 갈리고 있다. 각 팀의 국내 주축 선수들이 부상과 경기력 기복으로 고민을 안겨주고 있지만, 한국 농구 적응을 마친 외국인 선수들은 꾸준한 활약으로 팀을 상위권에 올려놓았다.
가장 눈에 띄는 팀은 단연 원주 DB다. DB는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우승 후보로 꼽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 고양 캐롯(현 고양 소노)에서 영입한 디드릭 로슨, 지난해 아시아쿼터로 영입해 KBL 2년 차인 이선 알바노의 콤비 플레이를 앞세워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DB는 평균 22.1어시스트로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는데, 개인 기록 1위 알바노(8.1개)와 5위 로슨(5.1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DB를 상대하는 팀 감독들은 두 선수를 항상 경계 대상으로 꼽는다. 특히 득점력도 좋은 로슨(4위·23.4득점)과 이번 시즌 최고의 드리블 실력을 뽐내고 있는 알바노에 시선을 뺏긴 사이 다른 선수들이 이들로부터 양질의 패스를 받아 쉽게 득점을 올리는 패턴을 막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로슨과 알바노는 팀 공헌도 순위에도 각각 1위와 3위에 올라 자신들의 진가를 증명했다.
창원 LG도 외국인 선수들의 꾸준한 활약에 시즌 초반 부진을 털고 2위까지 올랐다. LG는 이번 시즌 자유계약(FA) 대어 양홍석 영입으로 지난 시즌처럼 상위권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초반 3연패로 주춤했다. 하지만 KBL 3년 차 아셈 마레이가 골 밑의 제왕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꾸준히 두 자릿수 리바운드(14.2개·1위), 득점(16.6점)을 기록하면서 3연패 뒤 4연승 반등을 끌어냈다. 지난 시즌 아시아쿼터로 영입돼 KBL 2년 차인 가드 저스틴 구탕의 알토란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구탕은 장점인 뛰어난 스피드와 탄력은 유지한 채 필드골 성공률은 61%까지 높여 김종규(DB)와 하윤기(KT)에 이어 3위까지 올랐다. 출전 시간은 14분대로 많지 않지만, 빠른 공수 전환에 볼핸들러 역할도 준수하게 수행하면서 교체 카드 1옵션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리그 3위 서울 SK는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닉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SK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 김선형에 챔프전 MVP 오세근까지 합류하면서 이번 시즌 우승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두 선수가 체력 저하를 보이는 등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지난달 리그 최하위 대구 한국가스공사에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팀을 위기에서 구한 건 워니의 꾸준하면서도 폭발적인 득점력(28.0득점·1위)이다. 특히 팀이 득점과 승리를 필요로 할 때 제역할을 해주고 있다. SK는 지난 24일 워니의 32득점 활약을 앞세워 DB를 제압하면서 앞선 경기 40점 차 대패를 설욕했고, 리그 2위로 올라선 바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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