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수비상에 야수들 ‘영광’…오지환 “오지배에서 인정받는 날 기다렸다”[스경X현장]

LG 오지환이 2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유격수부문 수비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3.11.27. 정지윤 선임기자

2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는 역대 처음으로 수여되는 상이 있었다.

바로 ‘KBO 수비상’이다. KBO는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수비의 가치를 인정하고, 리그 전반의 수비 능력 향상을 장려하기 위해 리그 공식 수비상 제정을 결정했다.

정규시즌에서 가장 뛰어난 수비능력을 발휘한 각 포지션별 1명씩 총 9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투표 점수 75%와 수비 기록 점수 25%를 합산했다.

KT 박병호가 2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1루수부문 수비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3.11.27. 정지윤 선임기자

초대 수상자로 투수 부문에서는 NC 에릭 페디, 포수 양의지(두산), 1루수 박병호(KT), 2루수 김혜성(키움), 3루수 허경민(두산), 유격수 오지환(LG)·박찬호(KIA), 좌익수 기예르모 에레디아(SSG), 중견수 박해민, 우익수 홍창기(이상 LG)등이 영예를 안았다.

그동안 수비에서 가치를 보지 못했던 선수들은 이날 비로소 가치를 인정받은 것에 대해서 반가움을 표했다.

박병호는 수상 후 “수비상을 신설을 해주신 허구연 총재, KBO 관계자분들 감사드린다”라며 “골든글러브라는 큰 시상식이 있지만 이렇게 수비 상을 새로 만들어서 한다는 것은 좋은 취지 같다. 1루수 부문으로 첫번째 상 받을 수 있어서 너무나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포수 부문 수비상이 탐났었다던 양의지는 “이 상이 신설될 때 꼭 받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받게 될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며 “받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시즌이었지만 내년 준비 잘해서 두산이 좀 더 높은 순위에 있도록 잘준비해서 돌아오도록 하겠다”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두산 주전 3루수 허경민은 “수비는 경기 뛸 이유이자 가장 큰 자부심”이라고 표현하며 “받을 수 있게 많은 펑고 쳐주신 조성환 코치님 항상 감사드린다”라며 수비 코치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올해 29년 만에 우승 기쁨을 누린 LG 주장 오지환은 ‘오지배’라는 오명을 드디어 씻어냈다. ‘오지배’는 ‘오지환이 경기를 지배한다’라는 뜻으로 그의 수비가 팀 승패를 크게 좌우했기 때문에 생긴 별명이었다. 오지환은 “결정적인 실수를 많이 해서 언제 인정 받나 늘 생각하며 노력했는데 가치있는 상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라며 류지현 전 LG 감독, 염경엽 LG 감독 등 많은 은사들의 이름을 거론했다.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결정적인 수비를 해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박해민은 “투수들이 중견수쪽으로 많이 맞아줬기 때문에 좀 더 빛날 수 있었다. 믿음을 주는 중견수 될테니까 마음 놓고 타구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듬직하게 말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