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슈링크플레이션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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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형마트 체인 카르푸는 가격 변동 없이 용량을 줄인 제품 진열대에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슈링크(Shrink·줄어들다)와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의 합성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에서 2012~2017년 슈링크플레이션이 발생한 상품은 2529개에 달할 정도로, 기업 입장에서는 일종의 가격 정책이다.
물론 슈링크플레이션에 나선 업체 중에는 원재료 인상을 견딜 만한데도 용량을 줄인 곳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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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임' 비판할 만하지만
정부는 인위적 시장개입 대신
경제정책으로 물가 잡아야
프랑스 대형마트 체인 카르푸는 가격 변동 없이 용량을 줄인 제품 진열대에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했다. '이 제품은 중량이 감소하고 실질 가격이 상승했다'는 설명과 함께. 카르푸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강화하고, 제조업체에 가격 정책을 재고하라고 경고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75개 대형 소매업체와 소비자단체 관계자를 불러 가격 인하를 요청했던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카르푸 정책에 지지를 표명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이다.
우리 정부도 식품업계 관계자를 모아놓고 가격 인상 자제를 여러 차례 촉구했다. 물가를 잡겠다며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농식품 28개를 지정해 매일같이 가격 동향을 살피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정부가 이번엔 슈링크플레이션 때리기에 나섰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슈링크(Shrink·줄어들다)와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의 합성어다. 정부는 제품 용량을 줄이고, 원재료 함량을 조절하는 등의 편법 인상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73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를 12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설치해 제보도 받고 있다.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업계와 자율협약을 맺어 제품 용량을 줄일 때 자발적으로 소비자원에 알리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가 슈링크플레이션 잡기에 팔을 걷어붙인 만큼 식품업계도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비자도 부지불식간에 꼼수 가격 인상을 당할 일은 줄어들 것 같다.
하지만 인위적 개입에 의한 가격 통제는 영원할 수 없다. 슈링크플레이션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에서 2012~2017년 슈링크플레이션이 발생한 상품은 2529개에 달할 정도로, 기업 입장에서는 일종의 가격 정책이다.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대한 우회적 답변이라고도 볼 수 있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물가와 임금을 동결했을 때 배웠듯이, 통제는 기껏해야 인플레이션을 지연시킬 뿐이다. 이명박(MB) 정부 때 국민 생활에 밀접한 52개 품목에 담당 공무원을 붙여 가격을 통제했던 MB식 물가 관리의 결과도 마찬가지다.
물론 슈링크플레이션에 나선 업체 중에는 원재료 인상을 견딜 만한데도 용량을 줄인 곳이 있을 것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이 이슈가 되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말이다. 오죽하면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탐욕인플레이션), 엑스큐스플레이션(Excuseflation·변명인플레이션) 같은 용어가 나왔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할 일은 이런 기업들을 가려내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보다, 과거 과도한 부양정책이 물가 상승을 부추긴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통화·재정정책을 제대로 펴는 것이다. 빵사무관과 라면사무관을 지정하는 것보다 정부 비축 물량을 조정하고, 할당관세 등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기업 원가 부담을 줄일 지원과 규제 개선으로 공산품 가격 급등을 억제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법이다.
적정 이윤의 선을 넘어 소비자의 눈을 속이려는 기업은 저항에 부딪히게 돼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대의 슈링크플레이션 스캔들'이라고 표현한 오레오 사태가 대표적이다.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오레오쿠키 소비자들은 오레오의 크림이 줄어들었다면서 관련 영상을 SNS에 올리고 있다. 회사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불만을 공유하며 경쟁사 제품 홍보에까지 나섰다. 정부가 기업의 팔목을 비틀지 않아도 시장은 기업을 지켜보고 있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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