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날아오른 아기독수리, ‘신인왕’ 문동주···“페디와 MVP 약속도 언젠가는 지켜야죠”
문동주(20·한화)가 결국 한화에게 17년 만에 신인왕을 안겼다.
문동주는 2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신인왕을 수상했다.
2022년에 입단한 문동주는 지난해 1군에서 28.2이닝만 던져 올해도 신인왕 후보 자격을 유지했다. 한국야구기자회의 투표 결과 111표 중 85표를 받아 2위 윤영철(KIA·15표)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수상했다.
빙그레 시절을 포함해 이글스 출신으로 신인왕을 수상한 선수는 1987년 이정훈, 2001년 김태균, 2006년 류현진에 이어 문동주가 4번째다. 입단 이후 미국 진출 전까지 7년 동안 한화의 희망이었던 류현진처럼, 입단과 함께 대단한 기대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는 문동주는 17년 만에 한화에 신인왕을 안기며 류현진의 뒤를 이었다.
무대 위에 올라가 트로피를 안은 문동주는 “트로피가 많이 무거운 것 같다. 이 무게를 잘 견뎌야 할 것 같다”며 신인왕 수상에 대한 기쁨과 함께 앞으로에 대한 책임감을 먼저 드러냈다.
고졸신인이었던 지난 시즌에는 부상으로 개막을 함께 하지 못하고 시즌 막바지에 선발 투수로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마쳤던 문동주는 올해 본격적으로 한화 선발 축으로 자리했다. 강속구 투수인 문동주는 개막하자마자 4월12일 KIA전에서 KBO리그 최초로 시속 160㎞를 기록하며 화제를 낳았고, 올해 23경기에 등판해 8승 8패 평균자책 3.72를 기록했다.
문동주는 “올해 첫 풀타임 시즌을 치렀는데 성적이 리그를 압도했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많이 아쉬운 성적”이라며 “아까 페디가 ‘내년 MVP는 네 것이냐’고 물어보기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아직은 MVP는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그 약속을 지키고 싶다. 내년에는 훨씬 발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동주의 신인왕 수상은 한화에 다시 희망이 꽃피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화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 사이에 총 8차례나 최하위로 떨어져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순번 지명권을 얻었다. 그러나 신인왕을 다툴 정도로 올라서는 젊은 선수는 한 번도 배출하지 못했다.
2006년 ‘괴물’처럼 등장했던 류현진을 추억하는 한화에게 문동주의 신인왕 수상은 큰 희망이다. 리그 역사에 기록될 강속구를 던지며 나타났고 풀타임 선발 데뷔 시즌인 올해 팀내 국내 1선발로 자리를 굳건히 했다. 국가대표로도 선발돼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호투하며 대한민국 에이스 후계자로 꼽히기 시작했다.
문동주는 “류현진 선배님 이후 처음이라는 부분에 대해 자만하지 않고 이 상을 동기부여 삼아서 내년에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던지겠다”며 “입단식 때 각오로 신인상과 아시안게임을 이야기했었는데 둘 다 1년 늦게, 올해 이뤘다. 말을 뱉어서 지키게 된 것 같다. 앞으로도 목표 잘 세워서 약속을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수상 뒤 무대를 내려온 문동주의 휴대폰에는 문자 메시지가 한 통 와 있었다. 어린 투수인 자신의 공을 잘 받아주고 신인왕으로 끌어준 베테랑 포수 최재훈(34·한화)이었다. “잘 했다. 내년에는 15승 가자”라는 축하 메시지였다.
문동주는 “수상 소감을 준비하지는 못했지만 꼭 하고 싶은 말들이 있었는데 트로피를 받고 앞을 보니 머릿속이 하얘져서 하나도 말을 못했다”며 “최재훈 선배님 얘기도 하고 싶었는데 못했다. ‘15승 가자’고 목표 설정해주셨으니 내년에 15승을 목표로 달려가보도록 하겠다. 내년에도 이 자리에 다시 올 수 있도록, 이제는 우리 팀이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던지겠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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