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3관왕 페디, 프로야구 MVP 선정... 신인상에 ‘시속 160km’ 문동주

에릭 페디가 27일 2023 KBO(한국야구위원회) 시상식에서 받은 MVP(최우수 선수) 등 트로피 5개를 앞에 두고 포즈를 취했다. /허상욱 스포츠조선 기자

“정말 힘든 마무리(tough end)였어요. 우리 팀을, 형제 같은 팀원들을 실망시킨 것 같아서 감정이 북받쳤어요.”

2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2023 KBO(한국야구위원회) 시상식에서 정규 시즌 MVP(최우수 선수)를 수상한 NC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30)가 시상대에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지난 5일 NC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KT에 패해 탈락한 후 귀가하던 페디가 우는 모습이 포착됐던 상황에 대한 설명이었다. 페디는 가을야구 때 부상을 호소하며 1경기밖에 등판하지 못했고, NC는 KT에 2승 후 3연패를 당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가을 활약은 아쉬웠지만, 이변은 없었다. 페디는 이날 공개된 한국야구기자회 MVP 투표 결과에서 총 111표 중 102표(91.9%)를 얻어 ‘별 중의 별’로 꼽혔다. 그는 올 시즌 다승(20승)·평균 자책점(2.00)·탈삼진(209개) 1위에 오르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해태 선동열(1986·1989·1990·1991), 한화 류현진(2006)·KIA 윤석민(2011)에 이어 네 번째다. 20승과 2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한 건 1986년 해태 선동열(24·214탈삼진) 이후 37년 만의 기록이었다. 그는 MVP 트로피 외에도 투수 3부문과 수비상까지 총 트로피 5개를 들어 올렸다.

시즌 종료 후 미국에 돌아갔다가 시상식 참가를 위해 전날 아버지와 입국한 페디는 “NC라는 팀에 와서 많은 도움을 받은 덕분에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며 “동료들과 창원 팬들에게 감사하다. 앞으로 내가 어딜 가든 창원은 내 제2의 고향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메이저리그(MLB) 복귀설이 나오고 있는 그는 향후 거취에 대해선 “지금으로선 미지수가 많다. 훌륭한 에이전트가 있으니 어떤 일이 펼쳐질지 지켜보겠다”며 “나와 내 가족, 내 경력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NC와 협상 여지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27일 KBO(한국야구위원회)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은 문동주. /뉴스1

신인상은 한화 문동주(20)가 받았다. 그는 111표 중 85표(76.6%)를 얻어 KIA 윤영철(15표)·최지민(4표) 등을 제쳤다. 문동주는 입단 2년 차이지만, “입단 5년 이하, 누적 기록 투수 30이닝·타자 60타석을 넘지 않는 선수는 신인왕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생애 한 번뿐인 영예를 안았다. 그는 올해 23경기에 등판해 8승 8패, 평균 자책점 3.72로 한화 선발진의 한 축을 이뤘고, 지난 4월엔 한국 투수 최초로 시속 160㎞ 넘는 공을 던져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화 소속 신인왕은 2006년 류현진 이후 17년 만이다. 문동주는 “트로피가 많이 무겁다. 이 무게를 잘 견뎌야 할 것 같다”며 “내년엔 우리 팀이 더 높은 곳에 올라가도록 더 열심히 던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