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생→특급 불펜… 롯데 진해수 트레이드로 영입, ‘김상수 대박’ 또 나올까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06년 프로 입단 후 경력이 크게 화려하지 않았던 김상수(35‧롯데)는 넥센(현 키움) 소속이었던 2016년을 전후로 리그에서 주목하는 불펜 투수로 거듭났다. 2016년 21홀드를 기록했고, 2017년에는 15세이브, 2018년에는 18세이브를 거뒀다. 2019년은 전성기의 정점이었다. 67경기에서 56⅔이닝을 던지며 40홀드에 평균자책점 3.02를 기록했다. 그해 홀드왕이었다.
그런 김상수는 2020년 시즌이 끝난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으나 시장에서 다소간 고전했다. 2019년 시즌 성적은 좋았는데, 정작 FA 직전 시즌인 2020년 성적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손을 내민 팀이 바로 SK(현 SSG)였다. SSG는 당시 불펜 선수층이 강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더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불펜에서 기둥이 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 키움과 김상수 협상에 난항 기류가 흐르는 것을 확인한 SSG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라는 방법을 꺼낸 끝에 결국 김상수를 손에 넣었다.
2+1년 최대 총액 15억5000만 원의 계약에, SSG는 키움에 현금 3억 원과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지명권을 보냈다. SSG도 나름대로 출혈이 있었던 트레이드인 만큼 김상수에게 기대를 거는 건 당연했다. 당장 2021년 SSG의 개막 마무리가 김상수였다. 급한 팀 불펜 사정의 불을 끄라는 소방수의 중책이 김상수에게 주어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2년간 성적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팀이 필요한 곳에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던진 건 분명 고마운 일이었지만, SSG에서의 2년간 58경기에서 남긴 평균자책점(5.56)은 영입 당시의 기대치에 못 미쳤다. 그렇게 2년 계약이 끝나자마자 방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김상수를 주목한 팀은 롯데였다. 적극적인 유망주 수집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롯데는 2023년 시즌을 앞두고는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FA 시장에서 거액을 써 유강남 노진혁 한현희를 쓸어 담았고, 여기에 방출선수시장에서도 베테랑 불펜 투수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며 ‘윈나우’ 모드에 들어간 것이다. 김상수도 그런 롯데의 흐름에 탑승한 선수였고, 이 선택은 롯데에게 대박으로 돌아왔다.
연봉 1억1000만 원에 계약한 김상수는 올해 롯데 불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올해 67경기에서 52이닝을 던지며 4승2패1세이브18홀드 평균자책점 3.12의 대활약을 펼치며 롯데 불펜의 필승조로 자리했다. 롯데 불펜이 시즌 전 구상과는 다르게 돌아간 가운데, 김상수마저 없었다면 붕괴는 더 빨랐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9월 부상이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기대 이상의 공헌도를 남겼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리그 전체를 봐도 김상수만한 성적을 낸 불펜 투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내년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몸 상태가 괜찮다는 것을 증명했고, 구위도 상당 부분 회복된 모습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런 롯데가 27일 또 하나의 베테랑 불펜 투수를 영입한 건 그래서 기대가 모인다. 롯데는 27일 LG와 트레이드로 베테랑 좌완 진해수(37)를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신 2025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지명권을 보냈다. 박준혁 롯데 단장은 “좌완 투수 뎁스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며, 내년 시즌 즉시 전력이 가능한 선수이다. 성실한 자기 관리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여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좌완 불펜 선수층을 강화하려는 롯데, 올 시즌을 통해 팀 내 입지가 약화된 진해수의 길을 터주려는 LG의 의도가 맞아 떨어진 트레이드라는 평가다. LG는 더 젊은 불펜 투수들을 활용하기 위해 진해수를 2024년 전력에서는 어느 정도 지운 상태였다. 염경엽 LG 감독은 이전부터 팀에서 활용성이 떨어진 선수의 길을 터주는 트레이드에 적극적이었다. 반대로 좌완 불펜진이 약한 롯데는 1~2년을 충분히 더 써먹을 수 있는 진해수를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진해수는 KBO리그 통산 788경기에 나간 베테랑 불펜 자원이다. 주로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활용됐고, 원포인트 몫을 충실히 수행하며 팀 전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각광받았다. KBO리그 통산 788경기에서 152홀드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 홀드 기록은 안지만(177홀드), 권혁(159홀드)에 이은 KBO리그 역대 3위이자 현역 1위다.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11시즌에 무려 720경기에 나갔다. 소화이닝이 긴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아프지 않고 성실하게 뛰었다는 것을 상징한다.
2015년 트레이드를 통해 LG로 이적한 뒤로도 꾸준한 활용성을 뽐냈다. 2015년 이후 60경기 이상 나간 시즌만 6번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64경기에서 4승12홀드 평균자책점 2.40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다만 올해는 19경기 출전에 그쳤고, 시즌 중반 이후로는 팀 1군 경쟁에서 밀려나며 주로 2군에서 뛰었다. 하지만 2군 2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61을 기록하는 등 여전한 경쟁력을 뽐냈다.
롯데는 그런 진해수가 원포인트 몫으로 충분히 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롯데는 올해 좌완 불펜이 약한 편이었다. 김진욱이 있었지만 시즌 초반의 기세를 이어 가지 못하고 중반 이후 부진했다. 다른 좌완 불펜들은 믿음을 주지 못했다. 시즌 중반 kt와 트레이드를 통해 심재민을 영입한 것도 결국 좌완 불펜진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바라고 있지만 롯데는 이제 더 이상 유망주들의 성장만 바라보고 있을 시간이 없다. 불펜 투수들이 성장하는 동안 진해수로 그 징검다리를 세우겠다는 전략이다.
반대로 LG는 진해수에게 길을 터줌은 물론 폭발 조짐인 샐러리캡에도 조금 더 여유를 만들었다. 진해수는 올해 연봉이 2억5000만 원이었다. 모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LG는 지명권도 챙겼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양쪽 모두 나름의 실리를 챙기는 트레이드였다고 분석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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