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 여당은 ‘묘수’·야당은 ‘악수’…안갯속 민심 어디로 향할까

이종섭 기자 2023. 11. 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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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 선거가 3파전으로 확정된 가운데 여당은 라이칭더(賴淸德)·샤오메이친(蕭美琴) 조합으로 ‘묘수’를 뒀고, 야당은 후보 단일화 실패로 ‘악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여당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됐지만, 선거가 7주 가량 남은 상황에서 ‘초박빙’ 구도가 이어지고 있어 대만 민심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27일 홍콩 사우스모닝포스트(SCMP)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대만 정치학자들 사이에서는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라이칭더 현 부총통과 샤오메이친 주미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부 대표를 정·부 후보로 내세운 것은 절묘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 후보가 상호 보완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어 샤오 부총통 후보 지명이 라이 후보 당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왕예리 대만대 정치학과 교수는 SCMP에 “라이 후보가 국내 문제와 정치에 정통하다면 샤오 후보는 외교 문제에 정통하다”며 “(여성 정치인인) 샤오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삼은 것은 64세 남성인 라이 후보가 여성과 젊은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얻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이 후보가 총통에 당선된다면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 샤오 후보가 미국과의 원활한 소통 채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춘하오 대만 동해대 정치학과 교수도 “샤오 후보는 워싱턴에 있는 동안 미국과 대만의 유대를 강화하고 양측의 소통을 증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이는 라이 후보의 미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야권의 후보 단일화 실패는 선거 국면을 복잡하게 만드는 악수로 여겨지고 있다. 왕 교수는 앞서 대만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과 제2야당인 대만민중당(민중당)이 후보 단일화에 합의할 경우 “야당 단일 후보가 민진당을 이길 확률은 50% 이상”이라며 “야권 단일화는 양안(중국과 대만)간 긴장이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당과 민중당이 결국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민진당의 재집권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국민당과 민중당은 막판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뒤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지난 24일 허우유이(侯友宜)·자오샤오캉(趙少康) 후보와 커원저(柯文哲)·우신잉(吳欣盈) 후보를 각각 총통 선거 정·부 후보로 확정해 등록했다.

왕 교수는 이와 관련해 “국민당과 민중당 후보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해왔다”며 “두 후보가 계속 시소게임을 하면 후보 정리가 어려워져 민진당이 유리해진다”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은 지지층을 대부분 흡수할 가능성이 크지만 야권은 두 후보의 지지율이 비슷하게 움직일 경우 지지층이 분산돼 선거에서 어려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선유중 동해대 정치학과 교수도 “국민당이 단일화 무산 책임을 민중당에 돌리며 지지층을 붙잡는다면 아직 기회가 있을 수 있겠지만 국민당 지지층과 중도층, 젊은 유권자가 커 후보 쪽으로 간다면 국민당은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대만 총통 선거의 판세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각종 여론조사에도 엇갈린 결과가 나오고 있다. 3당 정·부 후보가 확정된 지난 24일 ET투데이가 유권자 13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민진당 라이·샤오 후보 지지율이 34.8%로 국민당 허우·자오 후보(32.5%)에 오차범위(±2.72%포인트) 안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 커·우 후보 지지율은 21.2%였다. 반면 대만민의기금회가 27일 발표한 조사(19∼21일 조사·응답자 1076명)에서는 커 후보 지지율이 31.9%로 오차범위(±2.99%포인트) 안에서 라이 후보(29.2%)에 앞섰고, 허우 후보 지지율은 23.6%로 조사됐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라이 후보 당선을 예측한 응답이 50.9%로 앞도적으로 높았고, 커 후보와 허우 후보의 당선을 예측한 응답은 각각 22.0%와 14.7%였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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