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선정 D-1…외신 "사우디 목표는 억압적 왕국평판 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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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하루 앞둔 가운데 유치전에 뛰어든 사우디아라비아가 엑스포 유치를 통해 억압적인 석유 수출국이라는 왕국의 평판을 세탁하려는 것이 목표라는 분석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엑스포 개최를 사우디 대외 이미지 개선을 위한 전면적인 개혁의 핵심으로 두고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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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전에 10조원 투입…"오일달러로 밀어붙인다" 냉소받아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하루 앞둔 가운데 유치전에 뛰어든 사우디아라비아가 엑스포 유치를 통해 억압적인 석유 수출국이라는 왕국의 평판을 세탁하려는 것이 목표라는 분석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엑스포 개최를 사우디 대외 이미지 개선을 위한 전면적인 개혁의 핵심으로 두고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고 보도했다.
엑스포 개최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추진하는 '사우디 비전 2030' 계획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석유 중심에서 벗어나 경제를 다변화하는 '사우디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여성의 축구경기장 출입과 운전을 허용하는 등 사우디의 보수적 이미지 탈피에 나서고 있는데, 엑스포 개최를 이 변화를 대외적으로 내보일 기회로 삼았다는 것이다.
사우디는 '변화의 시대: 미래를 내다보는 내일로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엑스포 유치전에 78억달러(약 10조1천7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유럽연합(EU) 주재 사우디 대사인 하이파 알제데아는 폴리티코에 "오늘의 사우디는 5년 전의 사우디가 아니며 2030년의 사우디도 오늘의 사우디와 같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막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프랑스 등 전 세계를 상대로 공격적인 유치전에 나섰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파리 외곽에 있는 자신 소유의 호화로운 성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는가 하면 지난 6일에는 파리 외곽의 비행선 격납고에서 사우디 장관들과 축구 전설 디디에 드로그바가 참석하는 리셉션도 열었다.
이 리셉션에서 사우디는 타국 대표단에 투자 기회를 제공하면서 "귀국이 국제박람회기구(BIE)에서 우리나라에 투표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물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사우디 전문가인 한 외교관은 이 같은 '거래 외교'가 유치 경쟁에서는 일반적인 관행이며 "많은 국가가 투표로 돈을 번다"고 지적했다.
다른 BIE 대표단 관계자도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지원은 공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이 밖에도 아프리카, 카리브해, 아랍 국가들을 상대로 잇달아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유치전에 박차를 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이미 사우디 유치를 지지한 바 있으나 이는 사우디의 형편없는 인권 기록을 맹비난한 유럽연합(EU) 국가들 및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비판을 촉발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프랑스 기업들이 사우디에서 묵직한 민간·군사 계약에 눈독 들이고 있다는 점도 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인권침해 문제와 무함마드 왕세자가 배후로 지목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등으로 인권 단체 중심의 반대가 크게 일기도 했다.
막대한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한 사우디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불만의 목소리도 당연히 나온다.
경쟁국인 이탈리아 로마의 로베르토 괄티에리 시장은 사우디의 전략이 자국의 지속가능성을 기념할 비전 2030에 걸맞지 않다고 냉소를 보냈다.
괄티에리 시장은 "돈이 모든 걸 결정한다면 세계적 행사가 모두 화석연료를 팔아 많은 이익을 내는 아주 작은 지역에서 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30 엑스포 개최지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BIE 총회에서 182개국 회원국 투표로 결정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는 한국의 부산, 이탈리아 로마와 경쟁한다.
투표에서 총투표수의 3분의 2를 득표한 후보지가 없을 경우 즉시 2차 투표를 통해 개최지를 결정한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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