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1위인데···배달의민족, 베트남서 4년 만에 짐 싼다
배달의민족(배민)이 선발업체들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베트남 시장에서 4년 만에 철수한다.
배민베트남은 지난 24일 앱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4년 동안 거리 곳곳에서 음식을 배달해온 배민은 12월8일부터 공식적으로 차를 세우고 엔진을 꺼 영업을 중단한다”고 알렸다.
배민은 2019년 5월 베트남 현지 배달 플랫폼 비엣남엠엠을 인수하며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배민베트남은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와 합작해 설립한 우아DH아시아에 속해 있다. 우아DH아시아는 2019년 12월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회사다.
배민베트남은 전세계적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과 베트남 시장 내 치열한 경쟁을 사업 중단 이유로 들었다. 앞서 니클라스 외스트베르크 딜리버리히어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로이터통신에 “장기적으로도 수익이 나지 않는 베트남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아시아 시장이 좋다”고 말한 바 있다. 배민베트남이 지난 9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서비스 지역과 인력을 줄이자 사업 철수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배민은 시장 점유율 50%가 넘는 국내 배달앱 업계 선두주자이지만 베트남에선 후발주자였다. 시장조사업체 모멘텀워크스에 따르면 베트남 배달앱 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그랩과 쇼피푸드가 각각 45%와 41%를 점유하고 있다. 배민베트남 점유율은 12%에 그쳤다.
일단 베트남에서도 배민의 ‘B급 감성 마케팅’은 통했다. 배달가방에 ‘뜨겁습니다. 지나갈게요!’, 라이더 우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음식을 지킨다’라는 문구를 새겨 눈길을 끌었다. 베트남 설날인 뗏 기간에 ‘이거 엄마한테 맡기지 마’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보지 마’라고 적은 세뱃돈 봉투를 출시해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다. 코로나 19 확산 당시 진행한 ‘집에서 먹는 것이 맛있다’ 캠페인도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경쟁앱에 비해 실속이 떨어졌다는 게 현지의 평가다. 현지매체 뚜오이째는 “지난 4년 동안 배민은 창의적이고 친근한 광고 캠페인으로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왔다”면서도 “많은 소비자들이 서비스 이용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경쟁사에 비해 프로모션이 적다는 점을 꼽았다”고 말했다.
경제전문매체 카페F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이용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고, 가게들은 비효율적인 판매 채널을 줄인 데다 그랩과 쇼피푸드의 치열한 경쟁 압력이 맞물리면서 배민의 숨가쁨은 점점 더 뚜렷해졌다”며 “무기로 간주되던 마케팅 자원도 줄었다”고 전했다.
카페F는 “많은 이용자들이 배민베트남의 시장 철수 소식에 아쉬워하고, 창의적이고 세련된 미디어 캠페인을 회상한다”면서도 “그러나 우수한 마케팅팀이 있다고 해서 긍정적인 경영 성과를 내는 건 아니다”고 평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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