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막자”...유럽서 反이민 내세운 극우정당 집권 가속

정미하 기자 2023. 11. 2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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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역의 이민자가 늘면서 극우 정당과 반(反)이민 정당에 대한 지지가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해 앞으로 수년간 유럽 정치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유럽에선 경제 성장 둔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민에 대해 강경한 입장인 민족주의 정당들이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탈리아, 핀란드는 극우파가 집권 중이고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극우파가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다.

스페인 테네리페 섬 로스 크리스티아노스 항구에 하선한 이주민들. / AFP 연합뉴스

시장에선 지난 22일 치러진 네덜란드 조기 총선에서 반이민 및 반이슬람을 주장하는 극우 정당인 자유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 유권자의 방향을 가늠하는 척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60)는 22일 “망명과 이민의 쓰나미를 종식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민을 제한하길 원하며 더 이상 네덜란드가 망명 신청자를 받아들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선거 기간 빌더르스는 높은 생활비, 저렴한 주택 부족을 이민과 연결하면서, 이민을 줄이면 정부가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네덜란드 싱크탱크인 클링엔달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렘 코르테베그는 “이제 네덜란드 국민을 다시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때라는 그의 핵심 정치적 메시지에 모든 이들이 공감했다”고 분석했다.

이를 증명하듯 네덜란드의 순 이주 수치는 2022년에 거의 22만3000명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네덜란드의 망명 신청 건수는 4만6400건으로 3분의 1 증가했다. 지난 4월 네덜란드 내각은 2023년에 우크라이나인을 제외하고 7만명 이상의 망명 신청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이민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5년에 도착한 약 5만9000명을 넘어선 것이다.

유럽에는 올해 100만명 이상의 망명자가 몰려들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늘었던 2015~2016년 이후 최고치다. 경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벨기에·덴마크·핀란드·프랑스·아일랜드·룩셈부르크·네덜란드·스페인·스위스·영국을 포함한 여러 유럽 국가의 올해 이민자가 최소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9월에만 10만800명이 망명을 신청했다. 이민자들은 주로 발칸반도를 거쳐 육로로,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까지 바다로 이동한다. 이 수치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 거주 중인 약 420만명의 우크라이나 실향민은 포함돼 있지 않다.

네덜란드 극우 정당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23일(현지 시각) 헤이그 의회에서 당원들과 만나 총선 압승을 자축하고 있다. 자유당은 전날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득표율 23.6%로 전체 하원 150석 중 37석을 확보해 제1당에 올랐다. / 로이터 연합뉴스

이에 반이민을 주장하는 극우 정당이 유럽서 득세하고 있다. 지난 9월, 슬로바키아의 전 총리 로베르트 피코는 불법 이주 급증을 강조하면서 부분적으로 정권을 되찾았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의 우파 조르지아 멜로니가 승리를 거뒀고, 올해 초에는 반이민을 핵심으로 삼은 극우 핀란드당이 포함된 새로운 연립정부가 승리했다. 독일의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or Germany)은 지난 1년 동안 여론 조사에서 2위를 차지했으며, 지지율이 약 3분의 1 가량 증가해 20%를 넘어섰다.

프랑스 선거는 2027년까지 치러지지 않지만, 최근 프랑스 신문 르 피가로가 실시한 IFOP 여론조사에서 마린 르펜이 이끄는 야당인 국민연합(National Rally)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 보다 8%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이 증가하면서 사회적 분열도 고조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극우 정당이 크게 상승하지 않은 국가에서도 사회적 긴장이 높아지는 중이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는 지난 23일, 군중들이 버스를 부수고 상점을 약탈하는 등 폭동을 벌어졌다. 한 학교에서 발생한 흉기 사고를 놓고, 인터넷에서 외국인 이민자의 소행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유포한 결과였다.

일각에선 이민을 막기 위해 영국처럼 EU를 탈퇴하는 흐름이 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나선 이유 중 하나는 유럽인들이 비자없이 영국으로 이주할 수 있는 권리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의 합법적 이민은 사상 최대인 74만5000명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는 부분적으로 간호 등 분야 일자리를 채우기 위한 근로자가 증가한 영향이다. 이에 네덜란드에선 ‘넥시트’(Nexit·네덜란드의 유럽연합 탈퇴) 현실화 등 정치적 지각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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