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동생 돌보는 유일한 가족…'정신병동’ 수간호사, 현실이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속 정신병동 수간호사 송효신(이정은)은 조현병을 앓는 동생 때문에 간호사가 됐다. 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동생을 챙기는 건 중년의 나이가 된 송효신의 몫이다.
동생을 위해 한적한 지역의 아파트로 이사를 결심했지만, 이마저도 쉽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동생의 정신병이 알려지자 모든 입주민의 동의서를 직접 받으러 다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주변에서 “경찰에 고소하라”고 이야기하지만, 송효신은 “가뜩이나 눈치 보일 텐데 고소까지 하면 제대로 다니기나 하겠느냐”고 대꾸한다. 조언했던 이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조현병 환자의 가장 큰 피해자, 환자의 가족”
드라마 내용이지만, 조현병 환자를 둔 가족의 삶은 비슷하다. 조현병은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는다면 위험성이 낮다. 그러나 사회적 편견 때문에 독립적으로 살기가 어렵다. 김영희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은 고등학교 때 조현병이 발병한 친형을 30년 넘게 집에서 돌보고 있다. 법으로 ‘보호의무자’를 가족으로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가족이라고 해서 조현병 환자를 돌보는 게 쉬운 건 아니다. 언론 등을 통해 접하게 되는 조현병 환자의 범죄 사례는 주로 ‘묻지마 사건’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현병 환자의 피해자 중에는 가족의 비율이 훨씬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살해의 경우, 정신질환과 연관 있는 비율이 40%에 달했다는 논문도 있다.
정신질환자 수용‧치료기관인 국립법무병원 차승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쓴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에는 “존속살해로 병원에 온 피감정인은 대부분 조현병이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차 전문의는 “범죄명이 ‘존속살해’라고 하면 으레 조현병이냐고 묻는데 슬프게도 여태까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고 했다.
◇입원시키려니 “환자 인권 보호해야”
그렇다고 마음대로 조현병 환자를 강제입원 시킬 수도 없다. 현행법상 본인 동의 없는 정신병원 강제입원에는 3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보호입원 ▲도지사‧시장‧군수 등에 의한 행정입원 ▲의사나 경찰관이 의뢰하는 응급입원 등이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는 경찰이나 의사, 행정기관이 나서 강제입원을 시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환자의 가족이 존재하면 기어코 보호입원을 권한다”고 했다. 추후 민원이나 소송 우려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2016년 헌법재판소가 본인 동의 없는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환자 인권 보호를 이유로 위헌으로 판결하면서 보호입원 절차는 한층 까다로워졌다. 2명 이상의 보호의무자 신청과 서로 다른 병원에 소속된 2명 이상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보호입원이 가능하다.
문제는, 전문의 소견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강제입원이 필요한 중증 조현병 환자는 자신의 병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단서를 받아야 강제입원이 가능한데, 병원 가는 것조차 거부하니 가족들도 방법이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사설 이송업체를 이용해 병원에 데려가 전문의 진단을 받게 한 가족이 있었다. 대법원은 이를 환자에 대한 감금죄로 판단했다.
◇강제입원 못 시켜 환자가 사고 치면 가족 탓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중증 조현병 환자의 증세는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환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그 피해 보상은 가족이 떠안아야 한다.
2000년 정신질환을 앓던 50대 여성이 부산에서 보도블록을 던지는 등 소란을 피워 경찰에 연행되는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강제입원 절차를 밟는 대신 아들에게 연락해 여성을 데려가게 했다. 아들은 여성을 집에 데려가려 했으나 거부하자 파출소 인근에 있던 여관에 투숙시켰다. 그날 여성은 여관에 불을 질렀다. 부산지법은 여성의 가족들이 9300만원의 돈을 물어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2016년에는 정신질환을 앓던 아들이 집에 불을 지른 사건이 있었다. 아버지가 불을 끄려고 했지만, 아들은 톱과 망치를 들고 “아빠도 죽이고 나도 죽겠다”며 방해했다. 결국 아버지는 스스로 불을 끄지 못하고 소방서에 신고했다. 그 사이 불은 옆집으로 옮겨 붙어 가재도구가 그을렸고, 이웃은 연기를 마셔 응급치료를 받게 됐다. 대법원은 이 사건 역시 아버지가 위험에 대비하지 않았으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김 위원장은 “진주 아파트에서 방화‧살인을 저질러 5명을 살해하고 17명을 다치게 만든 안인득의 형도 사건 전에 강제입원을 시키려 부단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양병원에 있는 어머니, 소극적인 행정기관과 경찰 사이에서 형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조현병 환자에게 폭행과 욕설 피해를 당하고 살면서도 환자의 인권은 존중하고, 그러면서도 환자를 잘 감독할 가족이 얼마나 있을지 묻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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