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매각한 택지 78조원…건설사 로또 수익, 무주택자 시름

윤지원 기자 입력 2023. 11. 27. 13:00 수정 2023. 11. 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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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LH 공공택지 매각실태 분석
LH가 지난 10월 부지 매각을 발표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1-2 부지. 공급예정가는 약 4024억원이다. |LH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10년간 매각했던 아파트 부지가 매각 때보다 평균 6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땅을 서둘러 파는 바람에 땅을 산 건설업체는 ‘로또’ 수익을 거두고, 무주택 서민들은 갈 곳을 더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LH가 2013년 1월부터 2023년 8월까지 매각한 공공택지 실태를 자체 분석해 발표했다. 분석 결과, LH가 매각한 공공주택지는 여의도 14배에 달하는 40㎢ 규모로 매각 금액은 78조원으로 집계됐다. 택지별 평당 매각 가격은 2013년 504만원에서 2021년 1061만원으로 상승한 뒤 1000만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매각 택지 중 임대주택 부지는 3.4㎢ 규모로 매각 금액이 4조원에 달했다. 임대주택 용지를 사들인 민간업자 대부분은 10년 임대 후 분양 전환되는 아파트를 공급했다. 이를 두고 경실련은 “임대주택용지를 매각한 것은 최대거주기간 30년의 국민임대나 20년의 장기 전세 등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민간 사업자들은 LH 공공택지를 매입한 뒤 큰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택지 중 아파트 부지(주상복합주택, 도시생활형주택, 연립주택 등 제외)의 매각금액은 61조원이었는데, 이들 부지의 이달 기준 땅값은 매각 당시보다 62%(38조원) 오른 99조원에 달한다. 하남미사(178%),위례(135%), 행정중심복합도시(127%), 김포한강(89%), 화성동탄2(85%) 등 순으로 평당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반면 땅값이 매각 때보다 하락한 23개 지구는 대부분 부동산 활황기였던 2021년 말 건설사들이 고점 매입한 물량으로 나타났다. LH가 땅을 팔지 않고 임대주택을 지어 토지 소유권만 계속 갖고 있었더라도 시세차익분의 공공자산 규모가 더 늘어났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LH는 오리사옥, 광명시흥사업본부, 하남사업본부 사옥 용지도 연내 매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명분은 부채 탕감이다.

공공주택 공급 지연…7월까지 임대주택 사업승인 목표치 11%
정부, 공급 대신 싸게 빌려주는 금융대책만 집중

이한준 LH 사장은 취임 이후 현행 219%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2026년까지 200%로 낮추겠다며 서울과 인천 영종도, 제주 등 LH 자산을 팔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공공기관인 LH가 부채해소에 집중하는 것은 설립 목적인 ‘국민주거안정의 실현’을 뒷전에 둔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경실련은 “LH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토지수용권, 독점개발권, 용도 변경권 등 막강한 특권을 부여받았지만 이같은 특권을 활용해 확보한 택지를 민간에 매각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이는 국민 재산권을 침해하며 확보한 택지를 핵심 수입원으로 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LH는 경실련 발표에 대해 “공공택지 매각에서 발생한 수익은 임대 운영 손실 보전 및 신규 공공주택 투자재원으로 활용하는 등 주거복지 정책 및 지역균형 발전사업을 위해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LH는 임대주택 1호를 건설할 때 부채 1억8000만원이 늘고, 운영 단계에서는 연 187만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고도 덧붙였다.

최근 고물가, 고금리 여파로 공공주택 건설이 지연되면서 추후 임대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 7월까지 통합공공임대 사업 승인은 목표치의 11%, 공공분양은 5%대에 머물렀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원가주택 30만호, 역세권 첫집주택 20만호, 공공임대 50만호와 같은 구체적인 공급주택 공급 계획을 제시했지만 정부 출범 1년 6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공급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최근 무주택 청년을 돕기 위한다며 연 2% 저금리 대출 상품을 내놨다. 서울 등 수도권 안에서 공공주택 공급을 늘려 전체 분양가를 낮추기보다 실수요자들에게 싸게 돈을 빌려주는 금융 지원으로 정책 방향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저금리 대출 대상이 분양가 6억원에 맞춰져 서울에는 대상이 되는 아파트 물량 자체가 적고 중도금 대출은 지원 대상이 아니어서 극히 소수만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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