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기능 조절해 살 뺀다… 위고비·삭센다 잇는 새 후보물질 발굴

DGIST, 뇌 대사중추 조절하는 ‘HMBA’ 규명

김은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교수 연구진이 헥사메틸렌 비스아세타미드(HMBA)가 시상하부의 신경 조직에서 나오는 펩타이드의 발현을 조절해 대사를 개선하는 기전을 규명했다./한국연구재단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뇌 대사 중추의 기능을 조절해 살을 뺄 수 있는 새로운 비만 치료 후보 물질이 발굴됐다.

한국연구재단은 김은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교수 연구진이 헥사메틸렌 비스아세타미드(HMBA)가 시상하부의 신경 조직에서 나오는 펩타이드의 발현을 조절해 대사를 개선하는 기전을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HMBA는 비정상 세포를 정상 세포로 바꿀 수 있는 세포분화제 중 하나며, 시상하부는 인체의 대사과정과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부위다.

현재 세계 제약 산업에서 비만 치료제는 식욕 억제제 기반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기존 약물은 불안, 구토와 중추신경계 교란 등 부작용으로 퇴출당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오젬픽이나 위고비, 삭센다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를 이용해 혈당을 낮추면서 체중감소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다만 주사제라는 특성과 높은 가격으로 접근성이 낮은 편이다.

김은경 교수 연구진은 차세대 비만 치료 후보 물질을 발굴하기 위해 식욕 조절, 에너지 소비 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시상하부 내 ‘궁상핵’의 기능에 주목했다. 시상하부 궁상핵에 존재하는 신경세포의 식욕을 촉진하는 신경펩타이드와 식욕을 억제하는 신경펩타이드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했다. 신경 펩타이드는 주로 신경 조직에서 생성되며 신경 전달 기능이나 호르몬의 기능을 발휘하는 펩타이드를 말한다.

연구진은 약물 데이터베이스에서 올레오일에탄올아미드(Oleoylethanolamide)와 유사한 구조를 지닌 약 2500개 저분자화합물 중 항비만 효과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HMBA를 후보 물질로 선별했다. 올레오일에탄올아미드는 인체 내 소장에서 만들어지는 올레산의 천연 대사산물로, 식욕과 체중, 콜레스테롤을 자연적으로 조절한다.

연구진이 고지방식이로 유도된 비만 마우스에 HMBA를 정맥이나 복강, 뇌 내실에 투여하자 식욕을 촉진하는 신경펩타이드는 줄어들고 반대로 식욕을 억제하는 신경펩타이드는 증가했다. HMBA를 투여한 비만 마우스에서는 식욕억제, 체내 지방량 감소, 갈색지방의 열 생산 증가, 에너지 소비 증가로 인한 체중감소, 당 대사와 인슐린 민감성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이어 연구진은 신경세포 내에서 HMBA와 결합하는 단백질을 새롭게 발견했다. 이들 단백질의 유전적 발현을 억제한 마우스 실험을 통해 HMBA의 대사 개선 효과에 필수적인 타깃 단백질을 밝혀냈다.

연구에 제1 저자로 참여한 박석재 DGIST 뇌과학과 박사후연구원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HMBA의 효능과 신경세포 내에서의 조절 기전을 규명해 비만과 당뇨 등의 치료 전략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의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EMBO Molecular Medicine(EMBO 분자 의학)’에 지난 20일 게재됐다.

참고 자료

EMBO Molecular Medicine(2023), DOI: https://doi.org/10.15252/emmm.202318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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