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女골퍼 ‘샷 보다 말’ … “기회는 반드시 온다” “공이 죽지 내가 죽나” “그래도 웃자”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그동안 골프를 그만둔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살았다.”
누구의 말일까. 바로 지난 9월 KG 레이디스오픈에서 260번째 출전 끝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서연정이 했던 말이다. 그동안 얼마나 우승에 목이 말랐으면 “우승 인터뷰가 가장 하고 싶었다”고 했을까.
당시 서연정의 우승은 2019년 237번째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안송이의 KLPGA 투어 최다 출전 우승 기록을 경신한 것이었다. ‘당시’ 라고 한 이유는 서연정의 기록이 얼마 못가서 다시 깨졌기 때문이다.
불과 한 달 만에 ‘엄마 골퍼’ 박주영이 대보 하우스디오픈에서 ‘278전 279기’로 생애 첫 승을 거머쥔 것이다. 2010년 정규투어 데뷔해 14년 279번째 출전 대회 만에 수집한 첫 우승이니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았을 것이다. “영영 우승 못 할 줄 알았다”는 말이 나온 것은 당연했다.
KLPGA 선수들 중에서도 통렬한 말을 가장 잘 하는 선수는 박민지일 것이다. 그동안 그가 했던 말들을 모으면 ‘박민지 어록’ 몇 권은 나올지 모르겠다. 올해 박민지는 2승을 거뒀지만 썩 만족스럽지 못한 한 해를 보냈다. 2021년과 2022년 연속으로 상금왕에 올랐던 그의 올 시즌 랭킹은 12위다.
하지만 언변으로는 1위에 오를 만한 입담을 과시했다. BC카드 · 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시즌 2승째를 거둔 후 박민지는 ‘박민지 다운 플레이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골프를 칠 때 두려움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답변을 했다. 그러면서 “안전하게 친다는 것은 두렵기 때문인데, ‘OB가 나오면 공이 죽지 내가 죽는 것은 아니다’라는 마음으로 플레이 한다”고 했다. ‘공이 죽지 내가 죽는 것은 아니다’라는 마음은 주말골퍼가 가슴 속에 새겨야할 좋은 어록감이다.
대한민국 대표 장타자 중 한 명인 김아림은 한화클래식에 출전하면서 “어떤 코스도 장타자에게 불리한 코스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장타 예찬론을 펼쳤다. 반면 DB그룹 한국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홍지원은 “볼이 페어웨이에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깝게 붙일 수 있다. 굳이 거리를 늘릴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홍지원은 올해 드라이브 거리 부문에서 120명 중 113위(225.98야드)에 머물렀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에서는 당당히 1위(85.16%)에 올랐다.
드라이버 거리와 관련한 박결의 말도 인상적이다. 크리스에프앤씨 제45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거둔 박결은 “티샷 할 때마다 죽을힘을 다해 쳤다”고 했다. 드라이브 거리 104위(229.98야드)로 시즌을 마친 박결은 그 굳은 마음으로 올해 상금랭킹 26위의 안정적인 성적을 냈다.
30대 나이에도 여전히 날카로운 샷을 쏘고 있는 신지애는 든든한 언니답게 후배에게 아주 유용한 말을 남겼다.
“골프에 대한 ‘온·오프’를 확실하게 해야 하는데, 골프에 대해 80%, 90%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당연하고 나머지 20%, 10%에 대해서 확실하게 오프를 해야 한다.”
“그동안 9번 준우승을 하면서 내가 그렇게 기회를 잘 못 잡는 선수인가 하는 의심이 들 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말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감동적인 우승으로 시즌이 끝났다. CME 그룹 투어챔피언십 양희영의 우승이다. 양희영이 우승할 때 그의 모자에는 스폰서 로고 대신 ‘미소’ 모양의 수가 새겨져 있었다.
“이번 시즌처럼 은퇴를 생각한 적이 없었다”는 양희영은 “그래도 웃으며 플레이하자”는 생각에 ‘미소’ 모양의 수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출전해 감동의 우승을 쏘아 올렸다. 오태식기자(ot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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