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상실과 내부 암투 요지경…국정원 대개혁 급하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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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김규현 국가정보원장과 권춘택 1차장, 김수연 2차장 등을 한꺼번에 경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정원을 이 지경으로 만든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책임이 가볍지 않다.
이번 사태의 뿌리에는 '국정원의 정치화'가 있다.
윤 대통령은 후임 국정원장을 신속히 지명하고, 국정원을 정보 및 방첩 기관으로 재정립하는 근본 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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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김규현 국가정보원장과 권춘택 1차장, 김수연 2차장 등을 한꺼번에 경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정권 교체기를 제외하면 앞으로도 유사한 일은 일어나기 힘들 것이다. 국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당 기간 공백이 불가피하다. 윤 정부 출범 이후 인사 등 온갖 암투로 1년6개월 동안 바람 잘 날 없더니 결국 극약처방이 내려진 셈이다. 국정원을 이 지경으로 만든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책임이 가볍지 않다. 그러나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25년 이상 오락가락한 국정원 정체성과 정치권 줄 대기 폐해의 누적이 화근이라는 점에서 근원적 개혁도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사태의 표면적 원인은 외교관 출신 ‘외부 인사’ 김 전 원장과 내부 인사들 간의 갈등이다. 김 전 원장이 권춘택 전 1차장에 대해 직무 감찰을 지시했고, 이 과정에서 내부 정보가 유출됐다. 앞서 윤 정부 출범 4개월 만에 검사 출신인 조상준 기조실장이 석연찮은 이유로 사퇴하고, 지난 6월에는 대통령이 재가한 1급 간부 인사가 뒤집히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윤 대통령이 제대로 문책했어야 하지만 김 전 원장을 재신임했다. 그럼에도 암투는 수그러들지 않았고, 김 전 원장은 이를 통제하는 데 실패했다.
이번 사태의 뿌리에는 ‘국정원의 정치화’가 있다. 민주화 이후 정권 교체가 본격화하면서 대선 때마다 각 후보 진영에 줄 대기가 성행했다. 게다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을 대북 정보·방첩기관에서 대북 대화·협상의 보조 기구처럼 활용했다. 많은 대공 업무 전문가가 수모를 겪고 퇴직당하기도 했다. 특히 문 정권은 국정원에 ‘적폐 청산 TF’를 설치해 직원들을 대거 ‘숙청’하고 핵심인 대공 수사권도 폐지해 버렸다. 윤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1급 보직 국장 27명 전원을 대기 발령 조치하는 등 반작용을 보인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이스라엘 ‘모사드’는 국내 정치 싸움에 휘둘리면서 하마스 공격을 예측하지 못해 안보 위기를 자초했다. 윤 대통령은 후임 국정원장을 신속히 지명하고, 국정원을 정보 및 방첩 기관으로 재정립하는 근본 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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