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의 대가와 땀의 배신 사이…서건창의 ‘다음 눈물’은 기쁨이기를[안승호의 PM 6:29]
서건창이 FA(자유계약선수) 권리 행사를 미루고 새해를 맞은 지난해 2월이었다. LG 이천 캠프에서 서건창이 기자들 앞에 앉았다. 각팀 주요선수들이 흔히 하는 스프링캠프 인터뷰였다. 다만 ‘FA 재수’를 선택한 선수라는 특이 사항 하나는 있었다.
비장한 마음으로 맞는 새 시즌. 인터뷰 분위기가 딱딱할 수 있었다. 아주 ‘클래식한’ 질문 하나가 나왔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취미가 있냐’는 질문이었다. 서건창은 바로 답을 이어가지 못했다. “아, 그건…”이라며 잠시 뜸을 들이더니 “코로나19 전에는 (휴일에) 근교로 바람 쐬러 가기도 했다”는 얘기를 간신히 꺼냈다.
서건창은 지난 25일 LG의 내년 시즌 보류선수에서 제외됐다. 선수측 요청에 따라 ‘방출자 명단’에 포함됐다.
LG 관계자는 “차라리 조금 더 서둘러 풀어줬어야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진심이었다. 서건창은 2021년 7월 트레이드로 키움에서 LG로 이적했다. LG에서 남긴 성적은 189경기 타율 0.229에 OPS O.614. 앞서 데뷔 이후 키움에서 1066경기 타율 0.307 OPS 0.805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상 밖의 지표로, 당초 트레이드 목적은 이루지 못했지만 선수에 대한 마음은 섭섭함보다는 애달픔에 가까웠다.
또 다른 LG 관계자는 “선수로서 자세와 태도 같은 그간의 노력에 대해서는 더 할 얘기가 없다. ‘열심히’라는 범위에서 한번도 벗어나지 않았던 것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서건창은 ‘땀의 대가’를 입증한 KBO리그 대표 선수였다. 2008년 신고선수로 LG에 입단했지만 방출됐고, 일반병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넥센 히어로즈에 입단해 KBO리그에 아직도 없는 한 시즌 200안타 역사를 썼다. 서건창은 201안타를 때린 2014년 리그 MVP에도 오른다.
성공한 뒤에도 게으르지 않았다. 서건창은 그래서 이번에는 ‘땀의 배신’을 느꼈을지 모른다. LG 내부에서는 ‘피노키오 타법’으로 불린 서건창의 독특한 타격폼이 반응 속도 변화에 결과 변화를 더 크게 일으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 또한 아직은 ‘가설’이다.
가장 답답한 사람은 서건창이었을 것이다. 타법의 물리적 변화는 물론 심리적 접근까지 해보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실제 재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건창과 인터뷰 내용을 돌아보면, ‘심리적’, ‘내 안에서’, ‘기본으로의 복귀’ 등 선수만이 정확히 알 수 있는 심오한 표현들이 등장한다. 서건창은 여전히 어느 한군데 살아있을 답 하나를 찾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넥센 히어로즈 시절 함께 했던 염경엽 감독과 재회로 부활 기대가 더 컸던 시즌이었다. 서건창은 온갖 노력에도 결과가 나오지 않자 감독실에서 ‘남자의 눈물’도 한번 흘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눈물 흘릴 일이 종종 있었다. 서건창은 2021년 7월 집과 같던 히어로즈를 떠날 때도 홍원기 감독 앞에서 이별의 눈물을 흘렸다. 앞서 신고선수 신화를 써나갈 때는 기쁨의 눈물도 어딘가에서 흘렸을 인생 여정이기도 했다.
서건창의 ‘다음 눈물’은 기쁨의 눈물이었으면 좋겠다. 그를 아는 대부분 사람들은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에이전시에서 LG에 먼저 ‘방출’을 요청할 것을 고려할 때 새 둥지가 곧 나타날 것으로도 기대된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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