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사이드 3개' 손흥민, '운'을 탓하진 않았다..."내가 더 부지런했다면 달랐을 것" 자책→토트넘은 리그 '3연패'로 5위 추락
[포포투=한유철]
손흥민은 운을 탓하지 않았다.
토트넘 훗스퍼는 26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13라운드에서 아스톤 빌라에 1-2 역전패를 당했다. 리그 3연패에 빠진 토트넘은 빌라에 밀리며 5위로 떨어졌다.
[프리뷰]
매 시즌 '무관 탈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토트넘. 지난 시즌의 아픔을 딛고 이번 시즌엔 순항하고 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완벽하게 토트넘의 체제를 변화시켰다. 지난 시즌엔 '위닝 멘털리티'는 커녕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질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는데, 이번 시즌엔 어떠한 경우에도 '승리'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모습이 눈에 띈다.
팬들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결단력'을 높게 사고 있다. 그는 공걱적인 축구를 하겠다는 자신의 발언을 완벽하게 지켰다. '에이스' 해리 케인이 빠진 상황에서 별다른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기존 선수들로 그 공백을 메웠다. 동시에 수비 안정화에도 성공했다. 지난 시즌에도 토트넘의 공격력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수비력은 평균 이하였다. 빅 6 중에서 가장 많은 실점을 허용했으며 강등된 레스터 시티보다 겨우 5골 적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굴리엘모 비카리오, 크리스티안 로메로, 미키 반 더 벤 등으로 새롭게 수비 라인을 구축했고 안정적인 수비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완벽한 공수 조화로 리그 10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기록한 토트넘. 최근 흐름은 좋지 않았다. 첼시전이 시작이었다. 11라운드 최대 빅매치였지만, 최근 팀의 분위기를 고려했을 땐 토트넘의 승리가 예상됐다. 실제로 토트넘은 전반 6분 데얀 쿨루셉스키의 득점이 나오면서 일찌감치 리드를 잡았다.
첼시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보이던 토트넘. 하지만 전반 중반 로메로가 퇴장을 당하며 수적 열세에 놓였고 전반 막바지엔 반 더 벤과 메디슨마저 부상을 당하며 아웃됐다. 후반전엔 이브 비수마까지 퇴장을 당하며 9명이 됐다.
9대11이 된 후, 경기는 급격하게 첼시 쪽으로 흘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명의 퇴장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전술은 유지했지만, 경기의 흐름을 가져오진 못했다. 이후 첼시의 맹공이 이어졌다. 하지만 답답한 공격력으로 첼시도 마무리를 짓지 못했지만, 경기 막바지 니콜라 잭슨이 해트트릭을 달성해 결국 승리를 가져갔다.
라이벌 매치에서 1대4 대패. 그럼에도 토트넘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9명이 됐는데도 라인을 내리지 않고 맞불을 놓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과감함을 칭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문제가 더욱 커졌다. 많은 선수들이 울버햄튼전에 나서지 못하게 된 것. 이미 페리시치와 벤 데이비스, 세세뇽은 부상을 당해 아웃된 상태다. 여기에 로메로와 우도기는 퇴장 징계로 인해 출전이 불가했다. 반 더 벤 역시 햄스트링 부상으로 장기 결장이 예상되며 히샬리송은 최근 사타구니 수술을 해 결장자 명단에 포함됐다. 메디슨 역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토트넘은 결국 이 경기에서도 웃지 못했다. 선제골을 넣으며 리드를 잡았지만, 후반 막바지 두 골을 내리 실점하며 역전패를 당했다. 두 번째 골 실점 장면에선 다이어의 패스 미스가 나왔기에 주전 센터백들의 부상 공백이 더욱 뼈저리게 느껴졌다.
리그 2연패를 당한 토트넘. 리그 순위는 1위에서 어느덧 4위까지 떨어졌다. 아직 일정이 많이 남긴 했지만, 우승 경쟁을 가속화하기 위해선 승점 3점이 절실한 상황.
상대는 쉽지 않았다. 빌라는 우나이 에메리 감독 체제에서 지난 시즌부터 상승세에 접어들었다. 급격히 순위를 끌어올리며 유럽 대항전 진출권을 따냈고 이번 시즌에도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경기에서 빌라가 승리를 거둔다면, 토트넘과 순위를 바꿀 수 있는 상황. 그렇기에 빌라 역시 필사적으로 승리를 노릴 것이 분명했다.
이 경기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파격적인 전술을 들고나왔다. 불안한 다이어를 벤치에 두고 데이비스와 에메르송으로 센터백을 구성한 것. 우도기와 포로까지 합치면, 백4 라인 중에서 '전문' 센터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여기에 메디슨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로 셀소가 선발로 출격했고 힐도 오랜만에 기회를 잡았다.
[경기 내용]
경기 내용 자체는 토트넘이 압도했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 기준, 토트넘은 6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주도권을 쥐었다. 슈팅 숫자와 패스 성공률, 드리블 성공 횟수도 모두 빌라보다 앞섰다.
일찌감치 리드를 잡기도 했다. 전반 22분 포로의 패스를 받은 로 셀소가 득점을 성공시키면서 토트넘에 리드를 안겨다줬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전반 막바지 토레스가 동점골을 넣으면서 전반전은 1-1로 마무리됐다. 두 팀 모두 필사적으로 득점을 노렸던 후반전. 웃은 쪽은 빌라였다. 후반 16분 틸레만스와 왓킨스의 합작골이 나오면서 빌라가 스코어를 뒤집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올리버 스킵과 알레호 벨리스를 투입해 변화를 줬지만, 결과에 영향을 끼치진 못했다.
선발로 나선 손흥민은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 기준, 88%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으며 무려 3번의 키패스를 제공했다. 빅 찬스 메이킹도 2번이나 만들었다. 평점은 7.7로 팀 내 상위권에 해당했다.
하지만 골은 터지지 않았다. 다소 불운했다고 볼 수 있었다. 오프사이드에만 3번이나 걸렸던 손흥민은 득점이 취소될 때마다 아쉬움을 삼켰다. 지난 시즌 빌라전에서도 오프사이드로 눈물을 흘린 손흥민은 이번에도 그들의 트랩을 공략하지 못했다.
현지에서도 아쉬운 평가를 내렸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하프타임 직전 골을 넣었지만, 오프사이드로 취소됐다. 후반전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존슨과 호흡을 맞추고자 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라며 평점 6점을 줬다.
영국 매체 '이브닝 스탠다드' 역시 "3골이나 오프사이드로 무산됐다. 오늘 그는 해트트릭을 기록할 수도 있었다"라며 오프사이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평점은 7점으로 '풋볼 런던'보다는 높았다.
[손흥민 인터뷰]
오프사이드로 아쉬움을 삼킨 손흥민. 하지만 상황을 탓하진 않았다. 그는 '캡틴'으로서 '에이스'로서 책임감을 드러냈다. 경기 종료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오프사이드로 취소된 골에 대해 아쉽지 않냐는 질문을 받았고 "운이 좋느냐, 안 좋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운에 모든 것을 의지하도록 하는 사람이 아니다. 더 많은 준비를 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라며 자책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내가 더 큰 움직임을 보이거나 오프 더 볼 상황에서 더 부지런했다면 오프사이드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개선해야 할 부분이 드러났다. 오늘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아 책임감이 더욱 크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 토트넘을 위기로 접어들게 한 부상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부상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니다. 그저 게임의 일부다. 나는 어떠한 선수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선수단이 부상 때문에 더 약해지고 있는 것은 축구의 한 부분이다. 팀 내 다른 선수들은 더 열심히 훈련하고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나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경고 누적 출장 정지에 대해서도, 선수들이 조금 더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확실히 실수를 통해서 교훈을 얻는다. 실수를 통해 정신적으로 더 강해져서 팀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누구보다 마음이 아프지만, 이런 실수와 패배에도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긍정적인 생각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토트넘의 다음 상대는 강력한 우승 후보인 맨체스터 시티다. 비록 토트넘이 맨시티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원정 경기인 만큼 힘든 경기가 예상된다.
손흥민 역시 맨시티전을 경계했다. 그는 "맨시티를 상대로 강했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팀 전체가 경기 준비를 잘하고 있다. 우리는 꼭 이기고 싶다. 맨시티는 세계적인 팀이다. 어떻게 보면 세계에서 축구를 제일 잘하는 팀이다. 지난 시즌 트레블을 달성한 이유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준비를 잘 해야 한다. 분명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누구보다 동료들의 응원이 필요하다.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3연패를 당하면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이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팬들에게 더 많은 기쁨을 줄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유철 기자 iyulje9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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