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타이거 우즈의 아들이냐, 찰리 우즈의 아버지냐
[골프한국] 오는 12월 16~17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 칼튼GC에서 PNC챔피언십이 열린다. 유명 골프 스타 20명이 아들, 딸, 손자, 사위, 부모 등 가족과 팀을 이뤄 이틀간 스크램블 방식으로 경기를 벌이는 이벤트 대회다. 한 팀의 선수 두 명이 각자 티 샷을 하고 두 개의 티 샷 중 유리한 쪽을 택해 두 명 모두 그 지점에서 다음 샷을 하는 스크램블 방식으로 치러진다. 올해가 26회째다.
그동안 'Father/Son Challenge'라는 이름으로 열리다 미국의 온라인 뱅킹기업인 PNC가 스폰서를 맡으면서 PNC 챔피언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화제성 골프뉴스로 취급될 정도였던 이 대회는 2020년부터 타이거 우즈 부자가 출전하면서 세계 골프 팬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찰리 우즈의 공식경기 데뷔전이나 다름없는 2020년 대회에서 우즈 부자는 2라운드 합계 20언더파로 7위에 올랐다. 저스틴 토마스 부자팀이 1위, 비제이 싱 부자팀이 2위, 마크 오메라 부자팀과 리 트레비노 부자팀이 공동 3위, 톰 카이트 부자팀과 맷 쿠차 부자팀이 22언더파로 공동 5위를 차지했다.
미디어와 골프 팬들은 순위를 제쳐두고 찰리 우즈에 열광했다. 11세 10개월 '새끼 호랑이' 찰리 우즈의 스윙에 세계 골프 팬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들어온 미셸 위나 리디아 고 등이 주니어시절 눈이 휘둥그레지는 스윙을 보이긴 했지만 찰리 우즈와 같은 충격을 주지는 않았다.
골프 팬들은 '11살짜리가 과연 저런 스윙이 가능하기나 한가?'란 의문을 떨치지 못하면서 그의 플레이에 빨려들었다. 그의 스윙은 우즈의 판박이었다. 스윙만이 아니라 경기를 이끌어가는 자세나 루틴도 아버지의 복사판이었다. 퍼트를 성공시킨 뒤의 어퍼컷 세리머니 동작까지 같았다. 의상도 1라운드 땐 보라색 티에 검은색 바지, 2라운드에선 빨간색 티에 검은색 바지로 맞춰 입었다. 지켜보는 골프 팬들이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찰리는 아버지 우즈의 아바타였다.
찰리 우즈는 스웨덴 출신 모델인 전부인 엘린 노르데그렌과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누나 샘 알렉시스 우즈와는 2년 터울이다. 2009년 2월 8일생이니 현재 만 14세 9개월이다. 2021년 대회에서는 준우승, 지난해에는 공동 8위를 기록했다. 올해로 4년 연속 출전이다.
올해 대회에 임하는 타이거 우즈의 기대가 골프 팬들을 흥분시킨다. 자신의 아바타 수준을 넘어 이상적인 스윙을 터득케 한 그의 결실이 어떻게 나타날지 고대하는 분위기다.
매년 12월 초 바하마에서 열리는 미국 PGA투어 이벤트 대회 히어로 월드 챌린지는 타이거 우즈 재단이 주최한다. 우즈는 지난해 대회에는 오른발 족저근막염이 도져 경기에는 나서지 않는 대신 호스트 자격으로 NBC 중계 부스에서 폴 에이징어와 대담을 나누었다. 주로 아들 찰리와 관련된 얘기였다.
이때 우즈는 "아들에게 내 스윙을 따라 하지 말고, 로리 매킬로이의 스윙을 터득하라고 주문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매킬로이가 샷을 하면서 균형을 잃은 것을 본 적이 있느냐? 원하는 만큼 세게 칠 수 있으면서 몸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알다시피 매킬로이는 시속 120마일이 넘는 헤드 스피드로 드라이버샷을 날리면서도 몸의 흐트러짐이 없는 견고한 스윙을 자랑한다. 반면 우즈는 그동안 코치에 따라, 부상으로 인한 공백에 따라 스윙이 변했다. 과격한 스윙과 이에 따른 부상을 경험한 우즈는 아들에게 매킬로이의 스윙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도록 당부해왔다.
우즈는 또 "아들의 드라이버샷 거리가 언제쯤 아버지를 능가할 것인가?"라는 에이징거의 물음에 "이미 일어나고 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찰리의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는 시속 117마일(188㎞)에 달한다. 이는 2022-2023시즌 PGA투어의 헤드 스피드 랭킹 66위인 조던 스피스(117.07mph), 68위인 토미 플릿우드(117.01mph)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이번 시즌 PGA투어 프로들의 평균 헤드스피드는 시속 114.81마일이다. 임성재는 시속 114.68마일, 콜린 모리카와는 113.02마일, 김시우는 112.31마일, 김주형은 109.71마일로 어린 찰리에 뒤진다.
헤드 스피드를 거리로 환산하면 실감할 수 있다. 이번 시즌 PGA투어 선수들의 평균 드라이버비거리는 296.7야드다. 헤드 스피드가 찰리와 비슷한 스피스는 320.5야드를 날려 이 부문 7위에 올라 있다. 찰리가 300야드 안팎의 드라이브샷을 날린다는 의미다.
찰리의 기량은 실제 대회에서 성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주 사이프러스 우즈 골프 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사우스플로리다 PGA 고교챔피언십 대회에서 찰리는 남자부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는 23개 고교 골프팀과 118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악천후로 인해 36홀에서 18홀로 축소 운영됐는데, 찰리가 7언더파 65타를 적어내며 우승했다. 신입생 찰리의 활약으로 모교인 벤자민고교 골프팀이 단체전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고교 시절에 한 번도 주 단위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던 아버지 우즈와 비교돼 화제가 됐었다.
타이거 우즈는 PNC챔피언십 전에 11월30일~12월3일 바하마의 알바니에서 열리는 우즈재단 주최 이벤트 대회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도 출전한다. 지난 4월 마스터스에 참가했으나 중도 기권하고 발목 수술을 받은 우즈는 그동안 아들 찰리의 캐디로 나서는가 하면 웨지샷 연습 모습을 공개하며 복귀를 준비해 왔다. 히어로 월드 챌린지 대회와 PNC챔피언십 대회 참가 결정은 내년 시즌 PGA투어 복귀를 위한 준비 라운드인 셈이다.
그러나 우즈는 히어로 월드 챌린지보다 PNC챔피언십에 무게를 두는 듯하다.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선 복귀 가능성을 타진하는 정도지 큰 기대는 않는 것 같다.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은 데다 메이저대회 우승자들을 중심으로 톱클래스 선수 단 20명이 참가하는 대회에서 카트를 타지 않고 4 라운드를 소화하기엔 무리일 수밖에 없다. 카트를 탈 수 있는 PNC챔피언십에서 아들의 진가를 발현케 하는데 한몫하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
이런 타이거 우즈를 보면 장강(長江)의 뒷물결에 밀려가는 앞물결이 연상된다. 힘찬 뒷물결의 주인공이 바로 아들이라는 사실에 부모로서 벅찬 성취감을 느끼는 듯하다.
'타이거 우즈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붙던 찰리 우즈가 자신을 뛰어넘는 대선수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즈는 자신의 위치가 '찰리 우즈의 아버지'로 변하는 현실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Copyright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