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행정…문체부의 헛발질에 법원이 제동 [이종세의 스포츠 코너]

2023. 11. 2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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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필귀정(事必歸正).'무슨 일이든 반드시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장관 시절 문화체육관광부가 케냐 출신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35)을 발굴, 지도했던 고(故) 오창석(1962년생) 전 마라톤 국가대표 감독의 체육 유공자 지정과 관련, 심의위원회를 열어 자격 미달로 부결시켰던 결정이 2년 만에 법원에 의해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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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맹호장 사흘 뒤 유공자 자격 미달 판정
행정법원 “자격 미달은 잘못” 문체부 패소판결
유족, 2년간 소송…“문체부는 사필귀정 모르나”

사필귀정(事必歸正).‘무슨 일이든 반드시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장관 시절 문화체육관광부가 케냐 출신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35)을 발굴, 지도했던 고(故) 오창석(1962년생) 전 마라톤 국가대표 감독의 체육 유공자 지정과 관련, 심의위원회를 열어 자격 미달로 부결시켰던 결정이 2년 만에 법원에 의해 뒤집혔다. 고사성어 사필귀정이 소환된 이유다.

2023년 11월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2021년 5월5일 사망한 오 전 감독의 부인 정지예(57) 씨가 문체부를 상대로 낸 오 전 감독의 체육 유공자 지정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주었다.

2021년 4월 케냐 체류 비자 연장을 위해 일시 귀국하기 전 케냐 현지에서 오주한과 함께 한 고 오창석 전 감독(왼쪽). 두 사람 모두 왼쪽 가슴에 태극기가 선명한 유니폼을 입고 있다. 사진= 고 오창석 전 감독 제공
문체부는 2021년 10월15일 오 전 감독에게 체육 유공자에게 주는 체육훈장 맹호장을 추서했으나 사흘 뒤 18일 열린 체육 유공자 보상심의위원회에서는 ‘자격 미달’로 판정, 오 전 감독의 유공자 선정을 부결시켰다.

오 전 감독 유족은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2년간의 법정 투쟁 끝에 승소해 체육 유공자 대우를 받게 된 것. 문제는 어느 기관보다 체육인의 입장을 잘 헤아려야 할 문체부가 고인이 된 오 전 감독에게 △체육훈장 맹호장 추서→△유공자 자격 심의 부결→△유족과의 소송에서 패소 등 일관성 없는 오락가락 행정을 펼치다 사법부로부터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다.

2021년 10월15일 고 오창석 감독 영전에 바쳐진 체육훈장 맹호장 훈장증. 사진=정지예 씨 제공
법원 “오 전 감독에 대한 문체부 처분은 위법”
오 전 감독은 오주한이 2019년 10월 경주마라톤에서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자 2020년 1월부터 1년 3개월간 마라톤 국가대표팀 감독 자격으로 케냐에서 오주한을 지도하다 2021년 4월11일 일시 귀국했으나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의심되는 증세로 삼성 서울병원에서 치료 중 5월5일 사망했다.

재판부는 “오 전 감독이 케냐 고지대에 머물면서 지리적·기후적 요인으로 인해 풍토병이 발병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오 전 감독은 지병이었던 백혈병의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이는 케냐에서 근무하느라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2020년 7월 개최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사태로 인해 2021년 7월로 미뤄지면서 오 전 감독의 귀국 시기도 1년 가까이 늦어져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도 봤다. 이어 재판부는 “올림픽을 위해 선수를 지도하다 사망한 것이기 때문에 체육 유공자 지정을 거부한 문체부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2021년 10월 문체부 보상심사위원회가 통보한 고 오창석 감독에 대한 체육 유공자 지정 부결 문서. 사진=정지예 씨 제공
닷새 차이로 삼성화재 보험금 2억 원도 못 받아
오 전 감독 유족은 오 전 감독이 사망 5일 전 감독직을 사임했다는 이유로 대한체육회가 선수, 임원을 위해 삼성화재 해상보험에 가입한 단체보험금 2억 원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 전 감독의 동생인 오임석(51·청양군청 육상팀 트레이너) 씨는 “대한육상연맹이 당시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오주한의 훈련을 위해 와병 중인 오 감독이 하루빨리 사직해야 후임 감독을 뽑을 수 있으니 오 감독의 직계 가족이 사직서에 서명하라고 몇 차례나 알려와 군 복무 중인 오 전 감독의 장남 오정택(당시 29세) 일병이 휴가를 내 4월26일 육상연맹에 나가 4월30일 자 사직서에 대리 서명했는데 5월5일 오 전 감독이 별세했다”며 “삼성화재는 사직 5일 뒤에 사망했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임석 씨는 이와 관련, “대한체육회가 보험 약관상 사망 후 5일까지는 보험금을 신청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대한육상연맹에 내려준 데다 삼성화재도 호의적 태도를 보여 5월12일 관련 서류를 제출했는데 삼성화재가 돌변해 4월30일 자로 국가대표 감독직에서 사직하고 5일 뒤 사망했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고 덧붙였다.

오 전 감독 유족 측은 소송을 제기했으나 오히려 패소해 삼성화재 측 소송비용 600여만 원만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산재보험은 오 전 감독 유족에게 매월 300여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종세(대한언론인회 총괄부회장·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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