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종대의 너나 잘 치셔요]골퍼에게 골프의 길을 묻다

김효원 2023. 11.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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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종대 골프칼럼니스트.


골프는 프로와 아마추어로 구분된다. 그 기준을 단순하게 규정짓자면 투어나 티칭을 포함해 직업이 골프인 사람을 프로라 하고, 나머지는 아마라고 볼 수 있다. 프로의 길은 단순하다. 오로지 우승, 상금, 연습, 돈이 목표이고 전부이다. 이 길 말고는 프로는 논할 게 없다.

그러나 아마에게는 수많은 길이 있다. 피나는 연습과 실전 경험을 통해서 무늬만 프로인 ‘아마고수’의 길을 갈 수도 있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백돌이 주말골퍼 하수’로 갈 수도 있다. 선택은 본인의 자유이지만, 대부분의 백돌이 하수들은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마치 거울 앞에만 서면 나이에 상관없이 공주가 되고 왕자가 되듯이, 이들은 현실을 망각해버린다.

이렇게 주제 파악을 못 하는 하수들이 필드에 가면 “오늘 왜 이러지? 어제 술을 많이 먹어서”, “무거운 화분을 많이 들어서”, “잠을 못 자서” 등 3000가지 핑계를 대고 심지어 혼자 욕하고 캐디 탓하고, 마지막 끝판왕은 채를 던지거나 볼을 발로 차는 최악의 상황까지 연출하기도 한다.

필자는 30년 라운딩 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동반자들이 열 손가락에 뽑을 정도로 많지 않다. 물론 대부분이 접대성 비즈니스 골프인 점도 있지만, 사적인 모임에서조차도 동반자 4명 모두가 호감이 간 적이 거의 없다. 그중에 한두 명은 반드시 문제를 일으키곤 했다. 자기자랑, 채 자랑, 알까기, 타수 속이기, 오케이 남발, 그늘집에서 과도한 음주 강요, 캐디에게 갑질, 희롱, 멀건 남발 등등….

이 글을 읽는 모든 골퍼들은 필자의 말에 100% 공감할 것이다. 평생을 살면서 진정한 친구 3명만 있으면 인간관계에 성공했다고 말하는 것처럼, 배려심 있고 호감 가는 동반자 3명과 함께 라운딩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 아마골퍼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아마고수는 겸손해야 한다. 투어프로는 절대 필드나 연습장에서 레슨을 해주지 않는다. “몸 가는 대로 편하게 치셔요”라는 말이 전부다. 그 이유는 번거롭고 귀찮아서가 아니라 직업이나 돈, 우승이 목표가 아닌 일반인들은 골프를 즐기면서 치라는 원포인트 진리 레슨을 해주는 것이다.

반면 아마고수는 하수 백돌이들에게 미주알고주알 사사건건 간섭한다. 마치 자신이 투어프로인 양 필드나 연습장에서 절대자로 군림하려고 하는 것이다. 아마고수는 무늬만 프로일 뿐이지, 프로와는 레벨과 클래스가 다르다. 분수에 맞게 겸손해야 동반자며 주위의 사람을 잃지 않는다.

하수 백돌이는 마음을 비워야 한다. 주말골퍼는 말 그대로 주말에만 1시간 연습하거나 아무런 준비 없이 필드에 나가기 때문에 바라는 게 하나도 없어야 한다. 주말에 가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즐겨라. 필드 가서 잘 먹고 잘 마시고 동반자의 공 잘 찾아주고, 멀리건과 오케이 받으면 언제든지 100개 언저리에서 항상 마음 편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연습과 노력 없이 필드 가서 어깨에 잔뜩 힘 들어가 뒤땅치고 탑볼치고 얼굴 붉히면서 “오늘 왜 그러지?” 한들 아무 소용 없다. 마음을 비우고 몸 가는 대로 샷을 하면, 타수에 상관없이 즐거운 라운딩이 될 것이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부분은 주말골퍼라서 성의 없이 볼을 치거나 이미 버린 몸이라고 100개가 넘어서 라운딩을 포기하고 장난스럽게 볼을 다룬다면, 이 또한 동반자며 주위의 사람을 잃어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가족을 구성해서 수십 년을 살아도 부모와 자식 간에 가치관이 다르고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물며 라운딩하는 동반자들은 골프 구력도 다르고 지향하는 목표도, 삶의 방식도 다르다. 다름을 인정하고 고수는 겸손하게, 하수는 마음을 비우고 최선을 다한다면 즐거운 라운딩이 될 뿐만 아니라 더불어 스코어와 사람을 동시에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골퍼가 가는 길은 험하고도 멀다. 프로는 신의 영역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하고, 아마는 스코어에 7자를 그리기 위해 꿈과 희망을 좇기도 하고 비즈니스를 위해 오늘도 변함없이 접대 샷을 하기도 한다. 그 어떤 길을 가든 평탄치 않고, 해저드도 있고 벙커도 나오고 깊은 러프도 나올 것이다.

자신이 골퍼로서 가는 길을 분명히 알고 간다면 그 뒷모습은 아름다울 것이다. 항상 기본에 충실하고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 걸어가다 보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골프칼럼니스트, ‘너나 잘 치셔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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