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전엔 피로 얼룩진 서울의 봄…2024년 서울의 봄은 어떤 모습일까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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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희망의 계절이다.
하지만 1980년 '서울의 봄'은 역설적으로 잔인했다.
그러나 12·12 쿠데타를 앞세운 신(新)군부의 등장으로 모두가 기다렸던 서울의 봄은 피로 얼룩졌다.
최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은 그 과정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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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전인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에서 울린 총성으로 유신의 심장이던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고 18년 동안 지속됐던 군사정권 체제가 막을 내렸다. 드디어 민주화 시대를 맞는다는 부푼 기대와 열망으로 국민 모두가 새 봄을 기다렸다. 그러나 12·12 쿠데타를 앞세운 신(新)군부의 등장으로 모두가 기다렸던 서울의 봄은 피로 얼룩졌다. 5·17 비상계엄 조치가 전국으로 확대됐고, 신군부에 저항했던 광주에선 수많은 시민들이 공수단의 군화발에 짓밟혀 희생됐다. 1968년 봄 체코슬로바키에서 일어났던 ‘프라하의 봄’ 민주화 바람이 그해 여름 소비에트 연방의 무력침공으로 물거품이 됐던 것과 유사한 경로다.
최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은 그 과정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특히 정치 리더십의 실종과 그에 따른 정국 혼란이 잘 부각됐다. 당시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간접 선거를 통해 제10대 대통령에 당선된 최규하는 10·26 당시 국무총리였는데, 현직 대통령 서거라는 초유의 국난을 수습할 의지와 준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정치권도 집권당인 공화당과 야당인 신민당, 그리고 재야 출신들이 사분오열돼 정국 혼란을 가중시켰다. 그 틈을 파고 든 것이 군부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앞세운 신군부였다. 신군부는 12·12 군부 쿠데타로 전권을 장악했고, 전두환에 이어 노태우가 차례로 대통령에 올랐다. 1980년 봄에 기대했던 민주 문민 정부는 1993년 2월 김영삼 정부가 출범할때까지 무려 13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이제 곧 겨울이고 44년만에 또 다른 봄을 맞는다.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경기 회복은 더디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빚도 제대로 못갚은채 신음하고 있다. 북한은 9·19합의를 파기라고 군사 도발 위협을 계속중이고, 부동산 PF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살얼음판 같은 상황이다. 베테랑 경제관료 출신인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외환위기 몇십배의 위력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도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이 지천에 널렸는데 소름 끼치는 경고다.
무엇보다 내년 봄엔 정치권이 사활을 걸고 있는 22대 총선이 실시된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여야는 마주 달리는 기관차처럼 물불 안가리고 강대강 대치를 거듭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인 내년 총선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다. 2024년 서울의 봄은 어떤 모습일까. 44년전 처럼 군사 쿠데타가 재현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렇지만 만물이 소생하고 희망이 넘치는 계절의 여왕이 아니라, 웬지 모를 스산함 그리고 불안감이 먼저 엄습한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두번이나 탄핵 됐는데도 잘 버텨온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을 수 밖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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