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백악관 내부서도 바이든의 친이스라엘 정책 반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고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백악관 내부에서도 분출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현지시간 26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달 초 백악관 직원 약 20명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과 관련해 대통령의 고위 참모들에게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이들은 백악관의 제프 자이언츠 비서실장, 아니타 던 선임 고문, 존 파이너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만나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를 줄일 전략, 행정부가 이 전쟁과 관련해 내고자 하는 메시지, 전쟁 후 구상에 관해 물었습니다.
이에 참모들은 행정부가 조용한 외교를 통해 이스라엘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완전히 끌어안는 접근을 택한 덕분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고,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인질 석방 및 교전 중지 합의를 하도록 압박할 수 있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신문은 27명의 백악관 당국자와 행정부 고위당국자, 외부 고문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내부 분위기를 전하면서 이번 전쟁이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3년 재임 기간 있었던 어떤 현안보다 더 행정부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대통령 참모들은 이 사안이 더 민감한 이유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정부의 확고한 지지가 바이든 대통령이 평생 쌓아온 이스라엘과의 애착 관계에서 상당 부분 비롯됐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73년 당시 골다 메이어 이스라엘 총리와 만남이 이스라엘 국가가 유대인의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실히 깨닫도록 영향을 미친 사건이라고 자주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이스라엘은 건국 25년밖에 안 된 진보 성향의 국가로 군사력이 약했고 홀로코스트 여파 속에서 살아갈 길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지금의 이스라엘은 극우 정부가 이끄는 군사 강국이라는 차이가 있다고 WP는 지적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이라는 이상적인 형태의 국가와 현재의 호전적인 극우 정부를 구별하지 않는 점을 우려하는 참모들도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본인도 때로는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팔레스타인 보건부가 발표하는 민간인 사망자 숫자의 진위를 의심한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되자 다음날 무슬림 미국인 대표 5명을 만났습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안하다.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며 “더 잘하겠다”라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쟁 초반에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좀 더 온건하게 표현했다면 이후 민간인 피해가 커졌을 때 외교적으로 운신할 공간이 더 많았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스라엘에 대한 공개 비판을 자제하면서 이스라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백악관 내부 분열은 일정 부분 바이든 대통령과 오랜 기간을 함께한 고위 참모와 다양한 배경을 지닌 더 젊은 직원 간의 문제이지만 고위 참모들도 이 전쟁이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 타격을 입혔다고 인정합니다.
다만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진보 진영이 원하는 휴전 촉구를 거부하면서도 공개 발언에서 이스라엘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구호품 지원을 허용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더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친이스라엘 정책에 실망한 아랍계와 무슬림 미국인이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압박하는 것도 부담입니다. 한 백악관 참모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으며 3차 세계대전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다수 고위당국자는 이스라엘이 앞으로도 가자지구 남부 등에서 군사작전을 할 때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격을 자제하지 않을 것이며 전쟁이 길어질수록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 외교적으로 불리해질 것을 우려했습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공격 속도가 빠르고 이스라엘이 장기전에 필요한 자원이 없다고 판단해 전쟁이 내년 본격적인 대선 국면까지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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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재 기자 (curator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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