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후회 없이, 충실했다"…30번째 청룡, 김혜수다운 더할 나위 없는 엔딩크레딧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마지막까지 완벽했다. 김혜수는 30번째 청룡영화상에서 가장 김혜수다운 모습으로 엔딩크레딧을 올렸다.
'청룡의 여신' 김혜수는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 30번째 진행을 맡았고 이 무대를 끝으로 진행 마이크를 내려놨다.
김혜수는 1993년 청룡영화상 MC를 시작으로 1998년(심혜진 사회)을 제외, 제44회 청룡영화상까지 무려 30번째 진행을 맡으며 역대 최장 진행 기록을 세웠다. 남성 MC 중심이었던 과거 시상식들 사이에서 남다른 장악력과 특유의 카리스마로 시상식 진행에 등판한 김혜수는 진행자로서 품격과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진정성, 영화인 모두를 아우르는 리더십으로 단번에 청룡영화상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청룡영화상의 안주인으로서 매회 노미네이트된 작품을 사전에 관람, 분석하며 섬세한 준비를 이어간 것은 물론 수상자와 후보들 모두를 살뜰하게 챙기며 진정한 영화 축제를 완성했다. 수상자가 흘리는 감동의 눈물과 환희의 미소에 함께 울고 웃으며 청룡영화상을 이끈 김혜수. 그런 그가 30회 청룡영화상을 끝으로 진행 은퇴를 선언해 많은 선·후배 영화인, 그리고 대중의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이날 청룡영화상을 찾은 선·후배들은 김혜수의 노고를 치하하고 이후의 더욱 새로워질 김혜수의 앞날을 응원하고 지지했다. 신인감독상 시상자였던 이정재는 "한참 전 신인상 받았을 때도 그랬고 작년 신인감독상 받았을 때도 그렇고 청룡영화상의 아름다운 순간에 항상 김혜수 선배가 함께했다"며, 인기스타상을 수상한 송중기는 "김혜수 선배의 청룡영화상 마지막 무대라고 들었는데 고생하셨고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말했다.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조인성은 "누구보다 제일 기뻐해 줄 김혜수 선배, 시간이 허락해 준다면 선배와 뜨거운 포옹을 하고 들어가고 싶다"라는 고백과 함께 MC석으로 달려가 김혜수를 향한 감사의 마음을 포옹으로 전했다.
물론 후배들도 김혜수를 향한 존경심을 숨기지 못했다. 고민시는 신인여우상 수상 직후 "너무 소중한 김혜수 선배의 청룡영화상 30회에 상을 수상할 수 있어 감사하다. '밀수'에서 옥분(고민시)이가 춘자(김혜수) 언니를 롤모델로 생각했던 것처럼 나도 김혜수 선배가 닦아놓은 멋진 길을 따라갈 수 있는 좋은 배우가 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정유미 또한 "나의 영원한 미스김, 김혜수 선배.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 선배 덕분이다. 앞으로 항상 응원하고 지금까지 수고하셨다. 언제 어디서든 항상 아름답게 계셔주시길 바란다. 김혜수 선배와 이 상의 기쁨을 나누겠다"고 영광을 돌렸다.
최우수작품상인 '밀수'의 수상 소감 이후 진행된 MC 김혜수의 헌정 무대도 이어졌다. 유연석은 "한국 영화에 대한 동경과 열망으로 시작한 자리. 코끝이 시린 11월이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한국 영화의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30번의 시간들. 1993년부터 30여 편이 넘는 필모그래피를 채우는 동안 늘 함께했던 그녀의 최장기 작품 청룡영화상. 영원한 청룡의 여인 김혜수. 그 긴 여정의 엔딩크레딧을 올린다"며 김혜수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김혜수의 마지막 걸음에 함께할 특별한 손님도 찾아왔다. 바로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정우성이었다. 김혜수와 9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영화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동료 정우성은 사전 예고 없이 무대 위로 깜짝 등장, 김혜수의 마지막 무대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정우성은 "김혜수의 마지막 자리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픈 마음이 크다. 김혜수를 청룡영화상에서 떠나보내는 건 오랜 연인을 떠나보내는 심정과 같이 느껴진다"며 "30년이란 시간 동안 청룡영화상을 이끌어 온 김혜수라는 사람을 어떻게 하나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김혜수가 영화인들에게 주었던 응원, 영화인들이 김혜수를 통해 얻었던 위로와 지지, 영화인과 영화를 향한 김혜수의 뜨거운 애정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의 청룡영화상이 있을 수 있었다"고 애틋한 소회를 전했다.
그는 "청룡영화상의 30년은 청룡영화상이 곧 김혜수이고 김혜수가 곧 청룡영화상인 시간이었다. 영원한 청룡의 여인 김혜수에게 청룡영화상이란 이름이 적힌 트로피를 전한다"고 트로피를 전해 감동을 배가시켰다.
깜짝 등장한 정우성에게 놀란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동시에 품은 김혜수는 품에 안긴 트로피를 한참 바라보며 지난날 청룡영화상을 떠올리기도 했다. 김혜수는 "예상을 전혀 못 했다. 생방송 리허설할 때까지만 해도 정우성 씨가 등장하는 건 없었다"고 어렵게 입을 뗐다. '밀수'를 함께했던 염정아가 눈물을 흘리자 김혜수는 "정아 씨 울지 말라"며 다독이기도 했다.
30번째 청룡영화상으로 작별을 고한 김혜수의 마지막 소회가 시작되면서 바뀐 화면 비율도 특별했다. 김혜수의 필모그래피 중 최장기, 최고의 작품으로 남게 될 청룡영화상을 뜻하며 전체 화면에서 극장 화면비인 2.35:1로 변경, 한 편의 영화 같은 무대를 완성했다.
김혜수는 "그동안 상을 몇 번 받았는데 1993년부터 2023년 청룡영화상이라는 글씨가 각인돼 있다. 그 어떤 상보다 특별히 값지고 의미 있는 상이다. 고맙다"며 "언제나 그 순간이 있다. 바로 지금이 그 순간인 것 같다. 일이건 관계건 떠나보낼 땐 미련을 두지 않는다. 다시 돌아가도 그 순간만큼 열정을 다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지난 시간에 후회 없이 충실했다 자부하기 때문이다"고 쿨한 인사를 남겼다.
이어 "우리 영화의 동향을 알고 그 지향점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청룡영화상과의 인연이 30회나 됐다. 한편 한편 너무나 소중한 우리 영화,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내게도 이 자리는 배우로서 성장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가 됐다. 우리 영화가 얼마나 독자적이고 소중한지, 진정한 영화인의 연대가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 매년 생생하고 감동적인 수상 소감을 들으면서 배우들과 영화 관계자들에 대한 존경심을 배웠다. 배우 김혜수의 서사에 청룡영화상이 함께했음에 감사하고 자부심을 느낀다. 앞으로도 청룡영화상이 많은 분들과 함께 영화를 나누고 마음껏 사랑하는 시상식으로 존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동안 자신과 함께 청룡영화상을 이끈 파트너를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김혜수는 "그동안 저와 함께 시상식을 준비해 준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 함께 진행해 주신 파트너들의 배려 잊지 않겠다. 오늘 마지막 청룡영화상을 함께 해준 유연석 고맙다. 더불어 청룡영화상을 새롭게 맡아줄 진행자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앞으로 청룡영화상의 진행자가 아닌 배우 김혜수로 여러분을 만나게 될 내가 조금은 낯설 수도 있다. 이제는 매년 생방송 진행의 부담을 내려놓고 22세 이후로 시상식 없는 연말을 맞이할 나 김혜수도 따뜻하게 바라봐 달라. 1993년부터 지금까지 저와 늘 함께했던 청룡영화상,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한 이 모든 순간이 유의미했고 나에겐 큰 영광이었다. 2024년 청룡의 해에 새롭게 만나게 될 청룡영화상을 영화인이자 열렬한 영화 팬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하고 응원하겠다"고 의미를 새겼다.
30번째, 그리고 마지막 MC 클로징 멘트도 김혜수다웠다. 김혜수는 눈물 대신 특유의 당차고 멋진 미소로 "이제 이 멘트도 진짜 마지막이다. 지금까지 청룡영화상 김혜수였다"고 외치며 엔딩크레딧을 닫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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