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NC 불방망이 이유 있었네…AI 피칭머신 메이저리그 간다
정확한 코스에 170km 육박하는 광속구로 실전 대비
류현진‧오타니 등 정상급 투수들의 공도 구현
와일드카드 결정전 역대 최다 6타점 NC 서호철
"올 시즌 경기력에 AI 피칭머신 많은 도움"
12월 메이저리그 윈터미팅 초청돼 MLB 쇼케이스
2023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정규시즌 1위에 이어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일궈낸 LG 트윈스.
4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무리했지만 포스트시즌 6연승을 질주하며, 한국시리즈의 마지막 남은 한 자리를 두고 막판까지 KT위즈와 치열한 경합을 벌인 NC 다이노스.
두 구단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강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우승 또는 우승권에 도전했다는 것. 그리고 정규시즌 내내 국내에서 제작한 AI 피칭머신으로 타격훈련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AI 피칭머신은 타자가 원하는 코스와 구종, 여기에 리그에서 맹위를 떨치는 주요 투수들의 투구까지 실제와 가깝게 재현한다. 여기에 AI 피칭머신을 타격훈련에 접목시킨 LG와 NC가 모두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일본, 미국 업체들이 주도하던 피칭머신 시장에 새바람이 불게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볼 수 없는 170km 광속구…AI로 구현
AI 피칭머신은 순수 국내 기술로 2019년 개발된 머신으로, 피칭머신 중에서는 유일하게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했다.
AI 피칭머신은 기존 머신이 제공하는 직구, 커브, 슬라이더 등 단순한 구종에서부터 체인지업, 싱커, 커터까지 총 6개의 기본 구종을 제공한다. 여기에 포크볼, 너클볼 등 투수가 던질 수 있는 구종이라면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모두 구현할 수 있다.
구속은 직구 기준 시속 90km부터 17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까지 제공하며, 다른 구종 역시 사용자들이 원하는 만큼 구속 조절이 가능하다.
사용자가 원하는 코스로 정확하게 공을 꽂아 넣을 수 있는 제구력도 갖췄다. 스트라이크 존을 9등분해 타자가 원하는 구종과 코스대로 공을 던져준다. 랜덤 코스 설정도 가능해 실제 라이브 피칭을 방불케 하는 타격 훈련도 가능하다. 릴리스포인트(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 위치), 좌·우완 선택 역시 조정할 수 있다.
류현진‧오타니 정상급 투수들의 공을 훈련장에서?
AI 피칭머신은 국내외 유명 투수들의 투구 매커니즘을 분석해 해당 투수들의 구종부터 구속, 궤적, 공 회전수까지 실제 투구와 유사하게 구현한다.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의 실제 투구 데이터를 학습한 피칭머신이 '오타니 스타일'의 공도 던질 수 있는 것이다.
AI 피칭머신을 개발한 로즈니스포츠 오성 대표는 "경기가 끝나고 공개되는 투수들의 데이터를 입력해 피칭머신에 학습시킨다"며 "류현진, 클레이튼 커쇼(LA다저스), 오타니 쇼헤이 등 MLB에서 활약하는 선수들과 김광현(SSG) 등 KBO를 대표하는 투수들의 투구 스타일까지 모두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AI 피칭머신은 한국(KBO), 미국(MLB), 일본(NPB), 대만(CFBL), 호주(ABL) 등 5개국의 프로야구 리그 소속 투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KBO 소속 투수 89명. MLB 소속 투수는 100명가량의 데이터가 입력돼 있다.
AI 피칭머신의 훈련 효과는 현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야구인 A씨는 AI 피칭머신을 "30년 야구 생활 동안 경험했던 피칭머신 중 가장 좋다"고 평가했다.
A씨는 "공의 초속과 종속이 일정해 타자 입장에서 실전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선수들이 각자 갖고 있는 콜드존(타격 시 취약한 투구 코스)에 투구를 설정하고 맞춤 훈련을 진행하다 보니 타격이 좋아진 선수들도 있다"고 훈련 효과를 설명했다.
A씨는 또 "직접 타격을 하지 않아도 공을 눈으로 익히는 것만으로도 경기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경기 후 (AI 피칭머신으로) 투수들의 구종을 미리 눈으로 본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하는 선수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정규시즌 타격 1위 LG, 3위 NC…불망망이 비결은?
현재 AI 피칭머신을 훈련에 도입한 국내 프로야구 구단은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 두 곳이다.
두 구단 모두 정규시즌 강한 타선을 앞세워 상대 마운드를 공략했다. 이들의 공격력은 정규시즌 팀 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LG는 정규시즌 팀 타율(.279)·OPS(출루율+장타율, .755)·득점(767점) 등에서 1위를 모두 기록하는 등 리그 최강의 다이너마이트 화력을 자랑했다.
KT 위즈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시리즈에서도 .331의 팀 타율을 기록하며, 타격에서 KT 위즈(.254)를 약 8푼 차이로 압도했다. 홈런도 5경기에서 8차례나 쏘아 올렸다.
NC 역시 정규시즌 팀 타율(.270)·OPS(.732)·득점(679점)에서 3위에 오르며 팀 공격지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NC의 방망이는 포스트시즌에서도 빛났다. 특히 스윕을 거둔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는 .283의 팀타율을 기록하며 .216에 그친 상대 SSG 랜더스를 타선의 힘으로 잠재웠다.
이에 NC 내부에서도 선수들의 타격실력 향상에 AI 피칭머신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가 나와 눈길을 끈다.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만루홈런 포함 역대 최다인 6타점을 쓸어 담으며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결정지은 NC 서호철 선수는 "올 시즌 경기력 향상에 AI 피칭머신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서 선수는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피칭머신의 LED 부분에 투수가 던지는 모습도 함께 나와 타격 타이밍을 잡는데 도움이 됐다"며 "구종과 코스 설정, 스피드를 모두 다양하게 조절해주는 AI 피칭머신으로 맞춤 훈련을 한 덕분에 히팅존을 설정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송지만 NC 타격코치 역시 "기존 미칭머신보다 구속, 구종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선수들과의 훈련에 도움이 됐다"며 AI 피칭머신의 손을 들어줬다.
송 코치는 "경기 중에도 피칭머신을 이용해 상대 투수의 구속에 맞는 볼을 계속해서 볼 수 있다는 부분이 큰 장점"이라며 "라인업에 포함된 선수 뿐만 아니라 대타 혹은 후반부에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들 역시 경기 감각을 유지시키는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기술력과 훈련 효과를 인정받은 AI 피칭머신의 최종 목표는 전 세계 야구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미국 진출의 첫 관문으로 AI 피칭머신은 오는 12월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 초청돼 메이저리그 주요 관계자들 앞에서 쇼케이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들의 단장들이 모이는 자리로, AI 피칭머신 제조사 로즈니스포츠는 이번 윈터미팅에 초청받은 20개 업체 중 하나다.
오 대표는 "미국이 전 세계 피칭머신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 1월에도 약 7천 명의 미국 아마추어 코치들이 모이는 박람회가 플로리다에서 열리는데, 그곳에서도 AI 피칭머신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AI 피칭머신의 세계화로 타자들의 타격 실력이 더욱 향상돼 국내 야구 뿐 아니라 세계 야구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CBS노컷뉴스 박영규 인턴기자 nocutnews@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국 법관대표, 내달 4일 '판사 SNS 사용' 등 논의
- 의협 "의대 증원보다 필수-지역의료 살리기가 먼저"
- 행정전산망 먹통에 공공SW사업 대기업 진입 하용 속도낸다
- 정품도 '짝퉁'이라며 수리 거부…도 넘은 애플의 AS 횡포
- '이재명 최측근' 김용, 30일 1심 선고…'대장동 의혹' 첫 판결
- 대구 간 이준석, 창당 초읽기…당안팎 지지 과제도
- 조태용 "9·19 효력 정지, 수도권 지키기 위한 조치"
- "한 달 이상 연체 경험한 차주, 1년 이상 소비 부진 겪는다"
- 김동연이 정치를 시작한 이유…"선거법 개정 관심을"
- 이준석 "대구 의원 반 이상 물갈이…큰 전쟁 설 수 있게 도와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