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대출 사다리' 결국 피할 곳은 '불법사채'…빚더미의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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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금리 시기 서민들의 고혈을 빼먹는 불법사금융에 칼을 빼 들었다.
금융권과 학계에선 고금리 시기 '은행권-2금융-대부업'으로 이어지는 대출 사다리가 무너지며 불법사금융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이 필요한 저신용차주, 중소기업인들은 결국 불법사금융행을 택하게 되는데 고금리로 불법사금융 시장의 금리 수준도 많이 올라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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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마지노선 '대부업'까지 붕괴…불법사금융으로 내몰려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정부가 고금리 시기 서민들의 고혈을 빼먹는 불법사금융에 칼을 빼 들었다. 불법사금융 척결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단속과 처벌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하 경제에서 비밀히 운영되는 불법사금융 시장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불법사금융은 일단 접하면 피해가 급격히 커지는 만큼 예방이 중요한데,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으니 사후적 처방에 그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불법사금융 이용 금액을 최소 6800억원에서 1조23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많게는 20조~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금융권과 학계에선 고금리 시기 '은행권-2금융-대부업'으로 이어지는 대출 사다리가 무너지며 불법사금융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고금리로 줄줄이 무너진 대출 사다리
# 3년째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부터 업계에 들이닥친 자금난을 피해 가지 못했다. 거래처와 주변 회사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을 때만 해도 남의 일이라 생각했다. 매출이 안정적으로 증가하며 사업이 확장되는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금리가 지속되고 거래처에서 하나둘씩 대금을 갚지 못하는 일이 이어지자 A씨 역시 상황이 악화됐다. 모자란 자금을 메우기 위해 은행과 2금융권에서 추가 대출을 알아봤지만 고금리와 업황 악화로 한도는 충분히 나오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사채 시장을 찾아 월 7%에 달하는 이자를 갚고 있다. 연금리로 환산하면 법정최고금리를 훨씬 웃도는 연 84%의 불법고리대를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고금리와 연체율 악화, 가계부채를 줄이려는 정책 방향이 맞물리면서 금융사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대출 시장은 차주의 신용에 따라 '은행권-2금융권-대부업권'으로 이어지는데, 각 업권별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대출 사다리가 줄줄이 무너지는 상황이다.
은행권의 경우 신용점수가 950점 이상인 초고신용자 위주로 신용대출이 공급되고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이 지난 9월 새로 취급한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924.4점으로 지난해 12월(903.8점)보다 20.6점이 올랐다. 마이너스대출 평균 신용점수도 같은 기간 935.4점에서 942.2점으로 6.8점 상승했다.
고신용자가 2금융권으로 내려오면서 저축은행 신용대출과 카드론의 대출 문턱도 높아졌다. 저축은행 개인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은 신용점수 600점대가 됐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10월 개인신용대출을 3억원 이상 취급한 업체 30곳 중 15곳이 신용점수 600점 이하 차주에게 대출을 공급하지 않았다. 그중 3곳은 601~700점대 차주에게도 대출을 취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론 마지노선도 600점대로 오르기 시작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8개 전업 카드사 중 2곳이 신용점수 600점 이하 차주에게 카드론을 공급하지 않았다. 전달에는 8개 카드사가 모두 신용점수 500점 이상 차주들에게 모두 카드론을 내줬는데, 한 달 새 대출 문턱이 높아진 것이다.
◇ '대부업'까지 붕괴…제 발로 불법사금융 찾는 차주들
각 업권별 대출 문턱이 줄줄이 높아지며, 제도권 금융의 마지노선을 지키던 대부업권 역시 이탈자가 증가하고 있다. 보통 2금융권에서 탈락한 저신용차주들이 대부업체에서 300만원 안팎의 소액 신용대출을 조달한다. 캐피탈, 저축은행 등에서 주로 자금을 조달하는 대부업권은 금리 인상으로 조달금리가 법정최고금리 20%를 상회하는 수준이 되자 대출 영업을 줄이고 있다. 대부업체 거래자수는 2010년 말 220만7000명에서 지난 연말 98만9000명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 상황이다.
자금이 필요한 저신용차주, 중소기업인들은 결국 불법사금융행을 택하게 되는데 고금리로 불법사금융 시장의 금리 수준도 많이 올라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폭언, 폭력, 성폭력 등을 일삼는 불법 추심 피해도 강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본인이 불법사금융을 이용하고 있다고 증언한 B씨는 "기준 금리가 오르면서 사채 시장 월금리도 1~2%에서 3~4%까지 올랐다고 들었다"며 "금리 자체가 불법인 걸 알고 있지만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라고 토로했다.
wh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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