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육성은 뒷전···정부 "추가 세액 공제, 세수 감소 부담" [Why 바이오]
세액공제 확대 법안 무산될 판
K바이오의 숙원인 건축물 세액 공제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현행 세액 공제는 설비 투자에만 적용된다. 이를 건축물과 토지까지 확대하자는 법안이 국회 조세소위에서 논의되고 있다. 정부는 세수 감소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당초 바이오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과 다른 태도를 보이며 사실상 말 뿐인 지원이라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업계에선 후발주자인 현실을 인지하고 대대적인 육성책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또 다시 백신 등을 구걸하는 행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27일 관련 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국가전략기술 산업의 세액 공제를 기존 설비 투자에서 토지와 건축물까지 적용하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조특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는 반대 의견을 전했다. 조세소위는 이날 법안 심사 이후 28일 여야 간사 간 최종 논의를 거쳐 의결할 계획이다. 조세소위를 통과할 경우 본회의에 상정되는데 쟁점 법안이 아닐 경우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크다. 다만 국회 관계자는 “세수 감소분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상 정부가 반대할 경우 조세소위에서 통과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건축물에 대한 세액 공제는 제약·바이오 업계의 숙원이다. 조특법에 따르면 국가전략기술 산업은 설비 투자에 한해 중소기업 35%,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25%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바이오 의약품은 지난 9월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되며 올 하반기부터 세액 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첨단 산업의 특성상 설비 뿐만 아니라 건축물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업계에선 건축물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다른 국가전략기술 산업 대비 후발주자인 만큼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상의와 한국바이오협회 등 협회 차원에서도 지속적인 세액 공제 확대를 건의 해왔다. 실제 지난 7월 산자부 주관으로 열린 ‘바이오경제 2.0 원탁회의’에서도 “바이오 산업이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되더라도 건축물 등에 대한 세액 공제가 적용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는 공통된 건의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정부가 바이오 산업의 전폭적인 육성 의지를 강조한 만큼 건축물에 대한 세액 공제를 통해 글로벌 기업을 추격할 ‘발판’을 마련해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정부가 ‘세수 감소’를 근거로 건축물 투자의 세액 공제는 어렵다는 의견을 보이면서 바이오 산업 육성 의지에 대해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바이오 산업이 가져올 고용 유발 효과 등을 고려하지 않고 기존의 보수적인 입장만 되풀이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측 발표 자료에 따르면 바이오 산업의 일자리 성장률은 4.7%로 전체 산업(0.5%) 대비 고용 창출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코로나19 당시 백신을 구걸하던 현실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제약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축물의 세액 공제가 이뤄진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현장 맞춤형 개선으로 느낄 것”이라며 “이러한 정부의 지원이 마중물이 돼 엄청난 산업 발전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백신을 구걸하던 상황을 모두 잊은 것 같다”며 “한국의 바이오 산업은 시작 단계라는 점을 냉정하게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바이오 산업은 아직까지 ‘걸음마’ 수준으로 평가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한국도 뒤늦게 백신 개발을 마쳤지만 이미 화이자·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백신 접종을 마친 뒤였다. 보건 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됐고 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이 부상했다. 정부도 바이오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예정된 투자 규모는 총 11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2032년까지 72만ℓ 규모의 제2바이오캠퍼스를 구축한다. 총 투자 금액은 7조 5000억 원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2030년까지 36만ℓ의 위탁생산(CMO) 공장 설립에 3조 7000억 원을 투자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2025년까지 연구·공정개발(R&PD) 센터 투자금액으로 3257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3사 투자 예정 금액만 11조 원이 넘는다. 이 기업들 뿐만 아니라 세액 공제의 확대는 추가적으로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투자 유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Why 바이오 코너는 증시에서 주목받는 바이오 기업들의 이슈를 전달하는 연재물입니다. 주가나 거래량 등에서 특징을 보인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해 시장이 주목한 이유를 살펴보고, 해당 이슈에 대해 해설하고 전망합니다. 특히 해당 기업 측 의견도 충실히 반영해 중심 잡힌 정보를 투자자와 제약·바이오 산업 관계자들에게 전달합니다.
김병준 기자 econ_ju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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