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빈대포비아와 꿀벌 실종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영영 사라진 줄 알았던 빈대의 재창궐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빈대 발견 신고나 방역 조치 사례부터 예방·퇴치법을 비롯해 빈대에 물렸을 때 대처 요령 등 많은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빈대로 몸살을 앓은 지가 15년이 넘었다.
다만 정부에서도 강조하듯이 스팀 고열이나 진공청소기를 쓰는 등의 물리적인 빈대 방제가 우선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영 사라진 줄 알았던 빈대의 재창궐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빈대 발견 신고나 방역 조치 사례부터 예방·퇴치법을 비롯해 빈대에 물렸을 때 대처 요령 등 많은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요즘 빈대는 국민적 관심과 우려를 넘어 공포로 이어지는 '포비아' 현상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빈대로 몸살을 앓은 지가 15년이 넘었다. 빈대에 가장 효과적인 살충제인 DDT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잔류독성으로 퇴출된 이후, 빈대가 살충제에 강한 저항성을 갖추고 다시 세계적으로 유행을 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빈대포비아 현상의 확산으로 이달 10일간 편의점에서 팔린 살충제가 전년에 비해서 70%나 증가했다. 가정용 살충제는 피레트로이드 계열로서 일반적인 빈대에 방제가 가능하지만 점차 이 성분에 빈대 내성이 증가해 구충 효과가 낮아졌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피레트로이드 계열이 아닌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를 사용 중이다. 지난 10일 우리 정부도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를 전문 방역용으로 긴급 승인했다.
다만 정부는 가정에서 쓸 수 있을 정도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가정용은 승인하지 않았고 후속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미 승인한 전문 방제용 제품도 반드시 환기와 용법·용량을 준수하고, 공기 분무 금지 등의 주의 사항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그 어떠한 살충제도 인간과 자연에 결코 해가 없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는 곤충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살충력을 보이지만 꿀벌과 같은 익충에게도 치명적이다. 전 세계적인 현상인 원인불명의 꿀벌 집단 폐사, 즉 '꿀벌 실종'의 원인으로 이 살충제가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 남용 등으로 꿀벌의 군집 붕괴가 계속된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미국 캘리포니아주나 뉴욕주 등 일부 주에서는 이 살충제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 중이고, 유럽연합도 같은 이유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실외 사용을 금지했다.
이처럼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는 빈대 살충에 효과적이지만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으로 사용에 있어 제약이 있으며 많은 우려가 있다. 우리 인간은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며, 앞으로도 살아가야 하는 생물이기에 자연환경의 변화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버드대학의 사무엘 S 마이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꿀벌이 사라지게 되면 매년 142만 명의 사람이 사망할 것이라고 했다. 일상에서 흔히 보이는 작고 귀여운 이 꿀벌이 우리 인류의 '카나리아'인 것이다.
빈대포비아 시대에 살충제를 쓰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정부에서도 강조하듯이 스팀 고열이나 진공청소기를 쓰는 등의 물리적인 빈대 방제가 우선이다. 그리고 부득이 살충제를 사용하더라도 정해진 용법·용량을 지키고 남용하지 않는 등의 철저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우리 인간과 환경에 대한 독성(유해성)이 낮고, 영향(위해성)을 최소화한 살충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이런 살생제나 의약, 화장품, 농약 등 다양한 화학물질의 인체, 환경 독성 연구와 더 나아가 사람과 동물, 자연에 미치는 영향, 즉 위해성을 연구 중이다.
빈대포비아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우리 예상보다 더 오래갈 수 있다. 초가삼간(꿀벌)을 태우지 않고서도 빈대를 잡을 수 있는 친환경 물질이 국내에서 개발되고, 필자 연구소에서 독성과 위해성 연구를 통해 제품이 하루빨리 출시된다면 이는 작고 귀여운 꿀벌 뿐 아니라, 우리를 지켜내는 일이 될 것이다. 이정만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전략실장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평 "尹, 선한 대통령…헌재서 살아 돌아오면 달라질 것" - 대전일보
- 박지원 "尹, 무속믿고 계엄…별 13개 똥별로 떨어졌다" - 대전일보
- 승부조작해 온라인 게임머니 60억 환전…40대 집행유예 - 대전일보
- 동짓날 낀 주말 '눈폭탄'… 그친 뒤엔 한파 덮친다 - 대전일보
- 홍준표 "明 조작질 대선 경선 때부터 알아… 나와는 관계 없어" - 대전일보
- 충남 서천·부여서 단독주택 화재…인명피해 없어 - 대전일보
- 이재명 "빛의 혁명 계속… 광화문 더 많은 빛으로 빛나길" - 대전일보
- 주유소 기름값 10주 연속 상승… "당분간 오름세 계속" - 대전일보
- [뉴스 즉설]민주당 국힘에 4대 0, 조기 대선 이재명 없어도 필승 - 대전일보
- 헌재,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판 내년 연기… 尹 심판 집중 - 대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