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람 인터뷰]내 야구는 9회말 언제 끝날지 모른다, 플레잉코치로 1005번째 등판이 목표, 선수 지도하며 천천히 준비, 초등학생 아들 갑자기 야구에 관심

민창기 2023. 11. 27.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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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람은 프로 21년차가 되는 내년에 플레잉 코치로 뛴다. 그는 자신의 야구가 9회말까지 왔다며 "마무리를 잘 지어야 한다"고 했다. 서산=민창기 기자
정우람은 올시즌까지 1004경기에 등판했다. 주니치의 이와세를 넘어 아시아 최다 등판 기록을 수립했다. 박재만 기자
KBO리그 최초로 1000경기에 등판한 정우람을 후배들이 박수로 맞아주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선수 은퇴를 고민했는데 또 다른 1년을 시작한다. 내년에는 선수로 등록해 코치를 병행하는 플레잉 코치다. 한화 이글스 서산 2군 구장에서 만난 정우람(38)은 자신의 야구가 9회말까지 왔다고 했다. "정우람의 시간이 다 됐다고 하면 슬플 것 같다. 마무리를 잘 지어야 한다. 9회말이 길어질 수도 있고, 금방 끝날 수도 있고, 좋게 끝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잔류군 코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잘 준비하겠다. 정우람이 선수, 코치로 다 잘하고 있다는 걸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21번째 시즌을 맞게 된 정우람은 서산 2군 구장에서 마무리 훈련 중이다.

프로 20년차, 불혹을 앞둔 나이에 주장을 했다. 3년 연속 꼴찌로 떨어진 팀에 리더가 필요했다. 주장으로, 팀 내 최고 베테랑 선수로 정신없이 2023년 시즌을 보냈다.

52경기에 등판해 1패, 평균자책점 5.36. 총 40⅓이닝을 던졌다. 전성기가 지났다고 해도 정우람의 명성과 거리가 먼 성적이다. 두 번째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이 끝나는 올해, 은퇴를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다가 KBO리그 최초로 1000경기 출전을 하고, 아시아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의 마무리 투수 이와세 히토키의 1002경기를 넘었다.

"출근길에 기다려 주시고 힘내라고 응원해 주시는 팬들이 있었다. '이제 앞으로 몇 경기 안 남았는데 자주 못 나오니까 매일 와서 응원할게요', '내년에도 꼭 보고 싶어요'라는 팬도 계셨다. 이런 팬들이 야구를 계속하는데 동기부여가 됐다."

팬과 기록이 힘이 됐다.

서산=민창기 기자
송정헌 기자

정우람은 "올해까지만 야구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갑자기 은퇴하는 게 좀 성급한 것 같았다. 팬들이 내년 시즌에 1경기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응원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셨다"고 했다.

선수 겸 잔류군 코치. 코치 비중이 더 크다. 지도자로 첫발을 내딛는데 선수 지도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선배 지도자들을 보면서 많이 배워야 할 초보 코치다.

매년 비활동 기간에 후배들과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가 시즌을 준비했다. 당연히 올해는 다른 일정이 기다린다. 12~1월에 신인 선수, 군에서 제대한 선수들이 서산 2군 구장에서 훈련한다. 1,2군 코치들과 함께 일주일씩 두 차례 머물며 선수를 지도한다.

1,2군 선수단이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는 2월엔 서산에서 잔류군 선수들과 함께 한다. 3~4월까지 코치로서 적응기를 거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공을 만질 예정이다.

그는 "선수들을 보면서 틈틈이 조금씩 몸을 좀 만들려고 한다. 서두르지 않고 여유 있게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내년 시즌,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첫 번째는 잔류군에서 함께 땀 흘리고 훈련할 선수 중에서 1군에서 보탬이 되는 선수가 나오는 것이다. 두 번째는 1군 등판이다. 다시 한번 팀에 힘이 되고 싶다. 정우람은 멋진 모습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장면을 머리에 그리고 있다.

허상욱 기자
최문영 기자

2004년 신인 2차 2라운드 지명으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그땐 몰랐다, 이렇게 길게 던질 거라고. 프로 초기엔 매년 그만둬야 할 수도 있다는 절박함을 안고 1년 1년을 이어갔다. 다른 투수에 비해 체격 조건이 많이 뒤진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날 갑자기 확 좋아지고 그랬으면 아마 여기까지 못 왔을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필요한 걸 이루기 위해 배우면서, 부족한 걸 채우면서 20년을 보냈다."

그는 아들 둘을 두고 있다. 첫째가 내년에 중학생이 된다. 어릴 땐 야구 선수 아빠에게 별 관심을 안 보였다. 그런데 며칠 전 불쑥 "아빠, 이제 선수 안 하고 코치하는 거야?"라고 묻더란다.

정우람은 "친구들이 기사를 보고 이야기해 준 모양이다. 아들 얼굴에 아쉬움이 묻어있더라. 조금 더 일찍 관심을 뒀다면 더 재미있는 일이 많았을텐데 아쉽다"며 웃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정우람은 2004년부터 20시즌 동안 1004경기에서 64승47패197세이브145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중이다.

햇살 좋은 내년 6,7월 여름, 정우람이 1군 마운드에 오르는 걸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서산=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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