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깜짝 이적 ‘흥행’…빈틈 큰 제도 보완 과제

정필재 2023. 11. 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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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2차 드래프트 명암
김강민 한화·최주환 키움行 등
소속팀 간판스타들 대거 이동
“스토브리그 새로운 재미” 평가
은퇴 앞둔 고참선수 보호 못받고
다년계약 선수 FA 신청 등 허점
KBO “빠르면 2024년초 규약 개정”
부활한 프로야구 2차 드래프트가 야구팬 이목을 집중시키며 ‘대흥행’에 성공했다. 유망주 교류의 장으로 평가받던 2차 드래프트 무대에서 베테랑의 이적이 이뤄지면서 프로야구 스토브 리그에 새로운 ‘야구의 재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도의 빈틈도 함께 노출하면서 이를 보완할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최주환
2차 드래프트는 구단마다 주력에서 밀린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옮겨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됐다.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와 1~3년차 선수 또 자유계약선수(FA)를 제외한 35명의 보호선수를 지정해 KBO에 제출한다. 이후 10개 구단은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진 선수를 선택해 영입할 수 있다. 2020년을 끝으로 폐지됐던 2차 드래프트가 부활하면서 내야수 최주환(35)과 투수 우규민(37)처럼 과거 리그를 주름잡았던 노장이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지게 됐고, 최주환은 SSG에서 키움으로 우규민은 삼성에서 KT로 팀을 옮기게 됐다.
김강민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김강민(41)의 이적이었다. SSG는 2022시즌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김강민을 보호선수에서 제외했다. 인천에서만 22시즌을 뛴 프랜차이즈 스타지만 기량이 예전 같지 않은 만큼 타구단에 지명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 때문이었다. 명단에 있는 ‘비고’란에 ‘은퇴 고민’ 등을 표시하지도 않은 채였다. 이에 외야 고민을 해결하지 못한 한화는 4라운드에서 베테랑 김강민을 선택했다. SSG의 결정은 팬의 가슴에 못을 박은 셈이 됐고, 김성용 단장은 2차 드래프트 과정 등에서 생긴 논란에 대한 책임으로 옛 육성팀인 R&D(연구개발)센터장으로 밀려났다. 팬과 동료들은 물론 김강민 개인에게도 충격이었다. 김강민은 은퇴까지 고민했지만 마음을 돌려 한화와 동행하며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예측 불가능한 사례가 등장하면서 야구에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했고 앞으로 2차 드래프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숙제도 남겼다. 김강민 사례를 겪은 구단들이 2년 뒤 열릴 2차 드래프트에서 ‘계륵’ 처지에 놓인 베테랑 선수를 비고란에 ‘은퇴 고민’이라고 표기해 지명을 피하게 하는 빈틈이 있기 때문이다. KBO는 2차 드래프트를 부활시키면서 ‘1, 2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는 1군 의무 등록기간을 갖는다’는 조항을 신설했지만 여기에 대한 보완책은 없다.

우규민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는 물론 팬을 위해서라도 고참 선수에 대한 예우가 있었으면 한다”며 “3년차 미만의 어린 선수가 자동으로 보호되는 것처럼 한 팀에서 15년 등 일정 시간 이상 뛴 선수를 보호해 주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한 야구인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2차 드래프트가 흥미를 끄는 것”이라며 “팬과 선수를 예우하고 싶으면 보호선수로 묶으면 된다”고 반박했다.

뿐만 아니다. 이미 구두 계약을 마친 상황에서 2차 드래프트 선수보호 명단을 늘리기 위해 FA를 일부러 신청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 이미 LG와 다년 계약을 합의한 오지환(33)이 FA를 신청하면서 LG가 보호선수를 1명 줄일 수 있게 됐다. 한 구단 관계자는 “LG와 구체적인 액수와 기간까지 정해놓은 상황에서 FA 시장에 나오는 건 사실상 템퍼링으로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라며 “오지환이 다년계약이 아닌 FA를 선택하면서 다음 FA 계약에서 등급까지 낮춰 유리하게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됐다”고 토로했다.

KBO는 빈틈 없는 제도를 만들 계획이다. KBO 관계자는 “2차 드래프트와 관련된 규제 등은 야구 규약을 수정해야 되는 일”이라며 “실행위원회를 연 뒤 사장단이 참여하는 이사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빨라도 내년 초에야 개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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