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즐긴 '전국 장애인 e스포츠 대회', 그 열기 속으로!
시각 장애인 선수들이 펼치는 '인도어로잉' 예선전, 권제형 조정 국제심판이자 해설위원은 상당히 지친 가운데서도 얼굴을 결코 찡그리지 않은 맨 꼴찌 선수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다소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도 e스포츠 세계에서 장벽은 없었다. 25~26일 광주광역시 광주 e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린 '2023 전국 장애인 이스포츠 대회'가 바로 그 무대가 됐다. 장애인들이 겨루는 e스포츠 대회는 그동안 간헐적으로 열리고 있었지만, 이번 행사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대한장애인체육회와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e스포츠의 장을 펼친 첫번째 자리였다.
▶장애인에게 더 적합한 e스포츠
항저우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개최로 e스포츠에 대한 인식과 저변은 더 확대됐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e스포츠 종목이나 대회 시스템 등은 비장애인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e스포츠가 가진 최고의 장점은 가상 공간에서 즐기는 스포츠 콘텐츠이기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종류와 수준이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에, 특히 장애인이나 시니어 등 사회적인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계층에 훨씬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콘텐츠가 바로 게임 및 이를 활용한 e스포츠라 할 수 있다.
두 기관뿐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 광주광역시,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넷마블문화재단, 카카오게임즈 등 정부와 지방 자치단체 및 기관, 게임사들이 함께 손을 잡고 이번 대회를 개최한 이유이기도 하다.
▶함께 즐겼다
이번 대회는 PC와 콘솔, VR(가상현실) 게임 등 3가지 플랫폼에서 열렸다.
PC의 경우 '리그 오브 레전드'와 'FC 온라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로 구성됐고, 콘솔 종목은 '닌텐도 스위치 스포츠'의 테니스와 볼링 그리고 VR의 경우 '인도어로잉'과 '휠체어레이싱'으로 펼쳐졌다. 220여명의 선수들과 함께 부모와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메인과 보조 경기장 등에서 경기가 펼쳐졌다. 대회 형식이라 25일 예선을 거쳐 26일 결선에서 우승자를 가렸지만, 치열한 승부를 겨루기 보다는 e스포츠로 함께 즐기는 축제라는 것이 더 어울렸다.
5대5 경기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장애인들의 상황에 맞게 1대1 경기로 변형해 오브젝트나 타워를 먼저 깨거나 킬을 기록하면 이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메인 경기장 무대 경기로 진행된 '인도어로잉'의 경우 실내에서 즐기는 조정 머신을 가지고 경기를 치렀는데, 지체나 시각, 청각, 지적 등 4개 장애 등급별로 나뉜 선수들이 모두 경기를 치를 수 있었기에 더 의미가 컸고 관중석에서의 응원도 가장 열성적이었다. 특히 주요 경기는 e스포츠 전문 중계진의 현장 캐스팅과 해설로 진행됐기에, 비장애인들의 대회처럼 더욱 흥미를 집중시켰다.
휠체어 사용자들을 위한 무동력 러닝머신인 휠리엑스와 연계해 열린 '휠체어레이싱'의 경우 대회에 참가한 선수뿐 아니라 현장에 모인 휠체어 사용자들이 직접 체험을 해보는 자리도 마련됐다. 개발사 캥스터의 김강 대표는 "장애인 부모님의 건강을 위해 스타트업을 만들고 개발을 시작했다. 다양한 레이싱 게임과 접목한 체험형 장치로, 장애인뿐 아니라 시니어 세대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비장애인들도 휠체어에 앉아 직접 체험을 해보면서, 자연스레 인식 개선에도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접 앉아서 시범 경기를 치러봤는데, 휠체어 조종의 어려움과 함께 땀이 쭉 날만큼 상당한 운동도 됐다.
▶작지만 큰 첫걸음
이번 대회는 장애인들에게 기존 스포츠뿐 아니라 e스포츠도 얼마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임을 널리 알림과 동시에,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임에도 불구하고 투자나 시장 규모 등에서 이미 북미나 중국 등에 주도권을 뺏긴 상황이지만 아직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장애인 e스포츠에서는 다시 이니셔티브를 잡아나가기 위한 도전의 첫 발걸음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장애인 e스포츠 종목에서 선수 등급 분류를 최초로 시범 적용한 첫 대회이기도 했고, 대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24일에는 장애인 게임접근성 및 장애인 e스포츠 진흥을 주제로 한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양충연 대한장애인체육회 사무총장은 "장애인들이 e스포츠의 즐거움을 알고 널리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회를 준비해준 정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광주시와 게임사들에게 큰 감사를 드린다"며 "세계 최초로 장애인 e스포츠의 등급 분류 고도화를 위한 연구를 시작했고, 2~3년 내에는 완전히 정착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활용해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의 위상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대회를 공동 주최하고 경기 현장을 일일이 지켜보며 다양한 의견도 듣고 체험도 한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지난 18년간 장애학생 e페스티벌 개최를 통해 장애학생들의 여가문화 증진을 위해 노력했는데, 이번 대회는 e스포츠를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에 우선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거창한 배려가 아니라 다름을 가진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한데 어울려 즐기고, 사회적 환기와 관심을 이끌어낸 것 역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대한장애인체육회와 함께 고민하면서 등급 분류 고도화와 함께 장애인아시안게임에도 e스포츠가 종목화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광주=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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